㉜ 자연과의 소통
꽃, 나무들과도 대화해보라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므로 자연과 대화 나누기는 우주와 소통하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모든 생명체는 우주의 씨앗인 태극에서 발아된 음양오행에 의해서, 또는 허공 ⇒ 바람 ⇒ 불 ⇒ 물 ⇒ 땅의 순으로 천지 만물이 형성되었다. 전자는 주역의 관점이고, 후자는 인도 상키야철학의 관점이다.
소우주인 인간의 생명원리도 같다. 자연이든 인간이든 기본적 성질은 형태(形), 향기(香), 맛(味), 촉각(觸), 소리(聲)로 구성되어 있다. 형상은 눈, 향기는 코, 맛은 혀, 촉각은 피부, 소리는 귀로 소통한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생명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성리학에서도 만물의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그 이치는 하나라고 하였다. 모든 존재는 태극의 산물이자 빛의 산물이며 하나의 진리로 연결되어 있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집 앞의 나무나 늘 돋아나는 풀들, 개․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 행복해진다. 그러면 조화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고 우주 기운과도 화통하게 된다.
세상과의 조화와 소통은 젊었을 때보다 나이 들어 손쉬어진다. 문제는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한쪽으로 치우친 습관적 행위이다. 우리는 인간과 자연을 구분짓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 있다.
동식물은 하찮은 존재이고 생명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자연과의 대화가 어렵다. 나무나 꽃들도 사람처럼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우리가 꽃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만큼, 꽃들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연결시키는 힘은 사랑이다. 그러니 진심으로 사랑으로 말을 걸고 접촉하면 서로 통하게 되어 있다.
한 예로 집안에 있는 식물에 사랑으로 말을 걸고 물을 주다 보면, 식물의 잎과 줄기가 달라진다. 빛깔이 곱고 싱싱해진다. 또는 집 앞 나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와 나무는 정감 넘치는 연결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장소와 공간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생기 넘치는 집이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삶을 더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며, 치유 효과도 있다.
이와 같은 치유효과는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실제 캐나나 토론토대학 캐롤라인 크램 교수팀은 개를 기르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하였는데, 그 결과 사망률이 24%나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심지어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도 30% 이상 낮아졌다.
또다른 자연과의 교감방법은 자연 속을 걷는 것이다. 홀로 산길, 들길, 물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텅빈 마음으로 걷다보면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고, 느끼지 못하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며 말을 건다. 하늘 위에 그냥 떠가던 구름도 손짓한다. 그러다 가끔 자연 깊이 들어가 의도된 대화를 나누면 된다.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은 자아 초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죽음이란 자신이 태어난 원초적 자궁인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나이 들수록 자신이 되돌아갈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곧 생명의 근원인 우주의 빛으로 돌아가는 빛의 귀향이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