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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견학>
오늘은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을 견학하고 충남 홍동면에 있는 풀무농업기술학교를 방문하여 채종법 강의를 들었습니다. 다음 주면 도시농부학교 일정이 모두 끝나니 졸업여행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6시에 집을 출발하여 7시경에 신례원역에서 장항선 기차를 타고 장항역으로 갔습니다. 장항역 바로 옆에 국립생태원의 후문이 있어 9시 30분경에 입장을 했습니다. 김포에서 오는 분들과는 에코리움(생태관)에서 만나 합류했습니다.
생태관 규모는 국립생태관 답게 아주 크고 넓었습니다. 전체적인 설명을 듣고 기후별로 나뉘어진 전시관을 방문했습니다. 극지관, 사막관, 온대관, 열대관, 지중해관이 있었는데, 극지관은 아쉽게도 찾지 못해서 구경을 못하고 다른 곳은 모두 돌아가면서 관람을 했습니다.
지중해관은 올리브나무, 각종 식충식물, 그리고 각종 개구리와 도롱뇽을 전시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지중해 원산지 작물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지중해 기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양배추, 양상추, 브로콜리, 케일, 무화과, 그리고 각종 허브식물 등이 지중해 원산지 작물입니다. 지중해성 기후는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서늘하고 습하답니다. 우리나라와는 습도면에서 정반대입니다. 또 지중해연안은 바다와 접하고 있어 기후가 온화하며 연교차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고 비가 자주내린다고 합니다. 평균 18도라고 하니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연교차가 너무 커서 혹독한데 사계절이 비슷하다고 하니 정말 좋은 날씨입니다.
이러한 지중해성 기후대는 유럽은 지중해연안, 지중해에 접한 아프리카 북부, 그리고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지역이 이에 속합니다. 그리고 남반구는 케이프타운이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고 호주의 남부해안 지역이 이 기후대입니다. 대개 유럽인들이 많이 진출하여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와 LA는 기후가 좋아서 미국에서도 살기좋은 곳으로 손 꼽히는 지역인데 이곳이 지중해성 기후입니다. 이들 지역은 식물들도 살기좋은 환경으로 면적은 지구전체의 2%에 지나지 않지만 식물의 종류로 따지면 전체 식물종의 1/5을 점유하고 있어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합니다. 지중해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동물들도 개구리나 도롱뇽 등 무서운 것이 없었는데 그래서 사람이 살기에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전시관에 전시된 동물들이 모든 것은 아니겠지요. 유럽 문명이 그리스, 로마, 이태리 등 지중해 일대에서 일어나 동서남북으로 널리 퍼졌는데 이러한 온화한 환경 덕이 클 것 같습니다.
극지관에는 수리부엉이, 순록, 북극곰, 펭귄, 담비, 반달가슴곰, 칡부엉이, 담비가 있다고 하는 데 극지관을 찾지못해 보지 못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방문해봐야겠습니다. 사막관에서는 사막여우와 도마뱀, 방울뱀, 프레리독, 선인장 등을 보았습니다. 사막기후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고 연평균 강수량이 300mm이하인 지역입니다. 환경이 이렇게 척박하니 거기에 사는 동물이며 식물들이 독한 모습을 하고 있고 또 성질 또한 지독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선인장을 보더라도 온통 가시를 드러내고 있는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습니다. 사람이 기후를 바꿀 수는 없으나 서로서로 노력하여 우리 주변 환경이 좋은 환경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기후 뿐만아니라 도시환경, 농촌환경, 생활환경, 거주환경 등등, 가정환경도 포함해서요. 환경이 좋으면 사람들 품성도 온화하고 더불어 살기 좋겠지요.
온대관은 우리가 잘아는 곳입니다. 지금 살고 있으니까요. 전시된 동물들은 청개구리, 수달, 그리고 각종 물고기와 맹금류 그리고 살모사 등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적당히 험한 곳입니다. 온대 기후 지역은 사계절 변화가 뚜렷하며,(너무 뚜렸해요ㅠ) 여름은 덥고 비가 많이 내리며 겨울에는 춥고 건조합니다. 유럽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중부지역이 이에 속하며 아시아는 중국 북부와 우리나라, 일본이 포함되고 북미는 중부지역입니다.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위쪽, 동부는 플로리다 위쪽 지역입니다. 남반구는 호주 남쪽 끝자락, 뉴질랜드 남부, 남미 남쪽 끝부분입니다. 북반구에 비하면 해당 지역이 아주 작습니다. 이러한 온대지역의 특징은 지구 문명을 리드하는 도시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입니다. 런던, 파리, 베를린, 북경, 서울, 도쿄, 뉴욕이 모두 이 기후대에 위치합니다. 기후가 적당히 혹독하여 사람들을 안 죽을 만큼 괴롭히니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발버둥치며 사는 결과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영리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열대관에서 육지거북이 자는 모습을 보니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만사가 귀찮고 자는 것도 귀찮다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딘가 기어가다가 대충 쓰러져 자는데 손발을 거북 껍질 바깥으로 다 드러내놓고 손바닥과 발바닥은 하늘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은퇴해서도 이렇게 살면 안되겠습니다. 적당히 자신을 괴롭혀야 발전이 있겠지요. 죽는 날까지 말입니다.
열대관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가장 인기있고 사람들도 많고 전시해놓은 동식물도 많았습니다. 앞에 소개한 알다브라육지거북 외에 독화살개구리며 물총고기, 온갖 파충류, 양서류 그리고 뱀이 많았습니다. 열대관이 소개하는 열대우림 기후대는 일년내내 덥고 습하며 잎이 항상 파란 상록활엽수림이 우겨져 있습니다. 이 기후대는 지구 면적의 7%를 차지하지만 지구의 생물종 50% 정도가 이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좁은 공간에 수많은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엉켜사는 곳이 열대우림이랍니다. 적도 기후대라고도 합니다. 아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이 여기에 속하며 중남미는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국가가 이 기후대에 걸쳐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콩고민주공화국이 해당됩니다. 바람도 잘 불지 않고 태양열이 뜨거우며 비가 많이 내리니 식물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며 수많은 생명체가 생명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곳이 이곳입니다. 그래서 삼림자원도 풍부하고 동물이며 곤충이나 물고기도 많습니다. 건기에도 축적된 수분으로 가뭄이 없으며 온대림에 비해 10배 이상의 식물종이 존재하며 밀도도 높습니다. 이러한 열대우림의 모습은 열대관에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우리민족의 태고적 조상들이 열대우림에 살면서 동쪽으로 이동하여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남부, 북부를 지나 한반도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열대관에서 느낀 점은, 우선 답답하고 나무들로 울창하여 하늘도 보이지 않고 사방에는 뱀이며 파충류, 곤충이 가득하고 사방이 막혀있어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그런 곳에 산 사람들이 동방의 끝까지 이동해왔을까하는 것입니다. 열대 우림의 정글은 사람이 한번 들어가면 그 안에 갇혀서,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또 어떤 학자는 우리 민족의 조상이 아프리카 북단에서 카스피해 부근으로 올라와 거기에서 북방대초원을 지나 동쪽으로 한반도까지 이동했다고 합니다. 국립생태원에는 북방 초원 기후 생태관이 없었습니다. 그런 생태관이 있다면 혹시 거기에 들어가보면 어떤 느낌일까? 이러저러한 상상을 하면서 즐거운 생태관 관람을 마쳤습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견학>
홍동의 화신면 근처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우리는 홍동면에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로 갔습니다. 그곳의 지역센터 마을활력소에서 오도 선생님의 채종법 강의를 들었습니다. 채종법이란 씨앗을 채취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곳 농업학교에는 씨앗농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전용 텃밭이 있다고 합니다. 약 100평으로 하우스가 50평 텃밭이 50평입니다. 하우스 안에서는 비를 맞으면 안좋은 식물을 키운다고 합니다. 씨앗농사는 옥수수, 호박 등을 한련화, 메리골드 등과 함께 섞어 짓기를 한다고 합니다. 완두콩도 여러가지 다양한 종류를 키우는데 10월에 심어서 싹이난 생태로 겨울을 나거나, 보리를 심은 곳에 2월말 경에 완두콩을 심어 싹을 틔워서 기른 답니다. 10월에 심으나 2월 말에 심으나 생산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답니다. 일반 농가에서는 이렇게 씨앗을 받기 위에서 전용밭을 만들어 관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양배추의 씨앗을 받는 일의 어려움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며, 감자를 씨앗으로 키우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양배추는 씨앗 밭는 작업이 매우 힘들어 7년이나 시도하다 포기했다고 하며 결국 프랑스에서 유기농 씨종자를 받아서 씨받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일반 농부가 할 수 없는 일 같습니다.
또 씨앗을 받을 때는 작물사이에 교접이 일어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피망과 고추는 교잡이 잘 되니 주의해야합니다. 콩과 식물과 무, 배추 등은 교잡이 안 일어납니다. 작물의 씨앗은 겨울을 지나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잘 알아보고 시도를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설명이 끝나고 씨앗도서관을 견학했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홍성씨앗도서관에는 약 280종의 씨앗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씨앗 보존 방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씨앗은 보통 패트병이나 유리병에 담으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약에 기간을 더 늘려 보관하고 싶으면 그것을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답니다. 더 장기간 보관을 하려면 냉동보존을 하면됩니다. 일반적으로 농가에서는 보통 패트병에 씨앗을 보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씨앗도 수명이 있으니 잘 알아보고 보관해야할 것 같습니다.
씨앗도서관은 또 공기가 잘 통하도록 되어 있었으며 책상 위에 작물을 마른 채로 가지런이 올려두어 보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벽면에 만들어둔 선반에도 각종 쌀이며 콩 등 씨앗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씨앗을 본격적으로 받고 보존하려면 비교적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씨앗도서관을 뒤로하고 농업학교 건물을 둘러보고 고추하우스를 견학했습니다. 이곳 고추하우스는 이랑을 만들지 않고 평평한 땅에다 고추를 심었습니다. 고추수확이 끝나면 겨울에 호밀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운 뒤 2월까지 키운다고 합니다.(호밀 대신 보리나 밀을 사용해도 됨.) 그리고 호밀 뿌리를 남기고 밑둥을 잘라 잎을 그 자리에 깔아 퇴비로 사용하며 구멍을 내고 고추 씨앗을 뿌려서 새해의 고추농사를 시작한답니다. 나중에 추비를 주는 정도에 그친다고 하는데 고추들이 제법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물은 봄가을에 1주 1번정도 주며 하우스 천정을 열어 환기하는 장치가 천정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퇴비에 대한 소개도 있었습니다. 가축분 퇴비는 GMO 사용의 위험이 있으므로 친환경 유박을 사용한답니다.
채종법을 설명하면서 맨처음에 소개한 씨앗 수집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홍동면에는 14개 리가 있는데 5년에 걸쳐 각 리당 2명씩 할머니들을 면담하고 씨앗을 수집했다고 합니다. 어떤 할머니는 13살 때 시집올 때 부모님한데 혼수며 씨앗을 받아 시집왔다고 합니다. 13살이면 요즘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왜 이렇게 빨리 시집을 오셨냐고 하니 일본의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도록 부모님이 일찍 시집을 보냈다고 합니다. 슬픈 이야기입니다. 또 어떤 할머니는 18살 때 시집을 왔는데 "씨앗이 없어지면 친정과 연이 끊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씨앗을 아주 소중히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많이 수집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더 상세한 내용이 담긴 자료나 책을 구해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씨앗 이야기를 들으면서 궁금한 것은 시집가는 새색씨가 씨앗을 가져가면 시집에서 가지고 있는 씨앗은 어떻게 될까하는 것입니다. 차남이나 삼남의 며느리로 들어가면 당연히 며느리의 씨앗을 쓰겠지만 만약에 장남 며느리로 들어가면 그 장남 집안에는 시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씨앗도 있을 것인데 그 시어머니 씨앗과 며느리 씨앗은 서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여자가 멀리 시집을 갈 경우, 예를 들면 전라도 여자가 강원도나 평안도로 시집을 가면 씨앗이 기후에 잘 안맞을 텐데 그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또 왜 씨앗을 남자가 장가갈 때 가져가지 않고 여성이 가져가는지도 궁금합니다. 20살도 안된 어린 여자가 시집가는 날 씨앗을 가져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모는 그 씨앗을 싸보낼 때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혹시 여자가 씨앗을 책임지는 것이 모계사회 전통때문은 아닌지 하는 점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여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