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polar Network News
"유명한 클럽약물인 케타민(ketamine)을 이용한 동물실험의 경우, 실험을 수행하는 연구자의 성에 따라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남성 연구자가 약물을 투여할 때만 마우스의 기분이 업(up)되고, 여성 연구자가 약물을 투여할 경우 마우스가 맹숭맹숭해진다는 것이다. 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란 말인가!
11월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신경과학회(SfN: Society for Neuroscience) 모임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결과는 "강력한 기분고양 효과를 가진 케타민이 뇌(腦)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대한 신비감(참고 1)만 더 키운 꼴이 되었다. 또한 이번 발표는 마우스를 이용한 행동실험의 재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케타민은 정신작용을 하는 기분전환약물(psychoactive recreational drug)로 가장 유명하지만, 정신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왜냐하면 불과 몇 시간 내에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참고 2). 그러나 케타민의 작용방식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많은 연구자들은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폴림니아 조르주 박사(신경과학)도 그런 과학자들 중 한 명인데,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2015년 한 남성 동료가 그녀에게 '급한 일이 있어서 잠깐 외출하는 동안 실험을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실험은 강제수영 테스트(forced-swim test)라고 하는 표준 항우울제 테스트 방법으로, 건강한 마우스에게 약물을 주입한 다음 물탱크에 투입하고 수영을 계속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마우스들은 어느 정도 헤엄을 치다가 종국에는 포기하고 누군가가 구조해주기를 기다리는데, 항우울제는 건강한 마우스의 수영 지속시간을 늘려줄 수 있다. 그런데 조르주 박사의 남성 동료는 케타민을 이용한 실험에서, "약물을 투여 받은 마우스가 그렇지 않은 마우스보다 수영을 더 오랫동안 지속한다"는 결과를 얻은 적이 있었다.
'남성의 향기'와 뇌(腦)
그러나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조르주 박사가 동료가 시키는 대로 정확히 따라했음에도 불구하고, 케타민을 투여 받은 마우스는 위약을 투여 받은 마우스보다 더 오랫동안 헤엄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추가로 세 명의 여성 연구자와 네 명의 남성 연구자가 동일한 실험을 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케타민은 남성 연구자가 투여할 때만 항우울제로 작용한다는...
혹시 '모종의 향기'가 관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연구자들은 마우스를 '냄새 배출 후드' 속에 넣어 연구자의 냄새를 맡지 못하게 했다. 그랬더니 실험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케타민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남성이 입었던 티셔츠를 '냄새 배출 후드' 속에 넣고 실험을 계속했더니, 케타민을 주입받은 마우스는 위약을 주입받은 마우스보다 더 오랫동안 헤엄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케타민이 작용하려면 남성의 향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때마침 조르주 박사가 일하는 연구실의 보스인 토드 굴드 박사(신경과학)는 "예일 대학교에서 항우울제를 연구하는 로널드 두만 박사도 여성 연구원이 케타민 실험을 할 때 비슷한 효과를 경험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굴드 박사는 두만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연구실에 와서 조르주 박사가 했던 강제수영 테스트를 함께 해보시겠어요?"라고 제안했다. 그리하여 여덟 명의 남성과 여덟 명의 여성이 케타민을 투여해본 결과,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즉, 여성에게 케타민을 투여 받은 마우스들은 감감무소식이었던 것이다.
조르주 박사와 동료들은 다른 항우울제에 대해서도 똑같은 실험을 반복해봤지만, '성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와 굴드 박사는 "케타민의 항우울 효과는 마우스의 뇌 안에서 케타민과 남성의 향기가 특이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는, 연구자의 성별이 - 케타민과 관련된 행동연구뿐만 아니라 - 다른 행동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았다. 2014년 《Nature Method》에 실린 논문에서는(참고 3) "마우스들은 남성 연구자들이 실험을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참고 4) 통증에 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SfN 모임에 참석한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의 실바나 시아베가투 박사(행동신경과학)는 "우리 연구실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발견했지만, 케타민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동물모델의 재고(再考)
"이 문제는 매우 흥미로우며, 우리가 연구하는 분야에 광범위한 시사점을 던진다"라고 코네티컷 주 햄든에 있는 퀴니피악 대학교의 에이드리언 베츠 박사(행동신경과학)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예비적이며, 그 효과가 케타민과 마우스에만 특이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잠재적 시사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 연구원들이 참가한 수백 건의 마우스 실험에서는 '케타민을 포함한 항우울제들의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라고 UT 사우스웨스턴의 리사 몬테지아 박사는 말했다. "다른 요인들, 예컨대 남녀를 불문하고 연구자가 마우스에게 항우울제를 주입할 때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여부가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골드 박사와 조르주 박사는 자신들의 연구결과가 기존의 연구들을 반드시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들은 단지 "우리 연구소에서 남성이 마우스에게 케타민을 주입했을 때만 항우울 효과가 나타나더라"라고 말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케타민이 인간에게 강력한 항우울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는 매우 강력하다. 굴드 박사는 "설마 케타민을 투여하는 사람의 성별이 우울증 환자의 약물반응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임상시험을 해보지는 않았다.
"약물이 마우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논문에 실험자의 성별을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연구실에서 그 연구결과를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굴드 박사는 제안했다. "논문의 재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수두룩하지만, 아직 인정받지 못한 것들이 많다. 이번 사례는 그런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에게 그것은 불편한 진실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http://www.nature.com/doifinder/10.1038/545017a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2968) 2. http://www.nature.com/doifinder/10.1038/517130a 3. Sorge, R. E. et al. Nature Meth. 11, 629–632 (2014); http://www.nature.com/articles/nmeth.2965 4. http://www.nature.com/doifinder/10.1038/nature.2014.15106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sex-matters-in-experiments-on-party-drug-in-mice-1.23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