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로 변신한 외딴 어촌 담벼락
경주와 울산 경계인 양남면에 있는 읍천항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어촌마을이다. 근처의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봉길리 해안이며 감포항의 명성은 자자하지만 이곳을 찾는 외지인의 발길은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이 작고 조용한 포구마을을 찾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낡은 투망과 드럼통이 뒹굴던 황량했던 마을이 한 편의 동화 같은 어촌 벽화마을로 새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에서 실시한 아름다운 지역 만들기 사업으로 이뤄진 일이다.
↑ 횟집 담벼락에도 어김없이 벽화가
↑ 또 다른 해녀들
↑ 등대와 범선
↑ 해녀들
![](http://i2.media.daumcdn.net/photo-media/201101/14/autotimes/20110114123915789.jpeg)
↑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집
↑ 갈매기의 힘찬 날갯짓
↑ 벽화마을을 알리는 표지판
↑ 읍천항 방파제와 등대
↑ 읍천항 입구 아치
↑ 읍천항 전경
월성발전소는 인접 지역인 읍천리 해안을 배경으로 전국 단위로 벽화그리기 공모를 벌여 50여 팀을 선별해 바다만 바라보며 늙어가고 있던 외딴 어촌마을에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았다. 붓질이 닿은 마을은 달라졌다. 단연 활기를 띠며 화사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쓰러져가던 회색빛 담벼락에는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고, 아이들의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까지도 들려오는 듯하다. 빨간 등대가 서 있는 읍천항의 모습도 담벼락에 그려졌고, 날개를 활짝 편 갈매기는 바로 머리 위에서 날아오르는 듯하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벽면에는 맷돌을 돌리는 늙은 어머니의 정겨운 모습이, 파란기와 지붕 아래의 긴 벽면에는 타는 듯 붉을 노을이 바다를 온통 물들이고 있다.
어촌마을의 해안가를 따라가며 이어지는 높고 낮은 담벼락이 갤러리로 변신했다. 사람들 사이에 잔잔히 퍼지기 시작한 입소문으로 읍천리를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점점 늘고 있다. 벽화로 유명한 경남 통영의 동피랑마을처럼 읍천리도 이제 벽화가 있는 관광 명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벽화뿐이 아니다. 관심 있게 돌아보면 읍천항에는 숨은 볼거리가 곳곳에 펼쳐진다. 연못처럼 동그랗게 가둬진 내항에는 색색의 깃발을 단 고깃배가 빽빽하게 묶여 있고, 앞바다에 서 있는 빨강 하양 색깔의 두 등대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적한 바닷가의 낭만을 찾아 떠난 겨울 나그네들이 무심코 읍천항에 찾아와선 발길을 멈추고 감탄한다. 그들은 해안공원 벤치에 앉아 말없이 바다만 바라본다. 그들의 모습을 흘깃 보곤 바다를 향해 휙, 낚시줄을 던지는 강태공 또한 말이 없다. 문득 시인 신현림의 '여백의 바다'가 떠오른다.
'저멀리서 내게로 / 출렁이는 바다가 가까이 밀려오고 있다 / 가슴 가득 메워오고 있다// 내게 밀려오는 것들 / 바다, 하늘, 바람, 냄새, 회한과 나의 욕망들.../슬픔과 기대 없인 바라볼 수가 없다//활처럼 몸을 구부려 나를 끌어 안는다/나는 나를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살고싶다/그리고 세상을 위한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주황빛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올랐다/바다위에 한 사람이 낚시줄을 던진다 / 무엇을 낚으려는 것일까?……(뒤는 생략)'
* 맛집
읍천리에 고만고만한 음식점들이 있고 해안로를 따라 감포항으로 가는 길목에 크고 작은 횟집들이 많다. 읍천항에 있는 소박하고 정겨운 횟집들 분위기를 즐겨보는 것도 운치 있다. 신선한 회와 정갈한 손맛을 보이는 선희횟집(054-774-9538)을 비롯해 가정횟집, 바위횟집, 읍천횟집 등등.
* 찾아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에서 경주로 진입하되 시내로 들어가지 말고 4번 국도를 타고 감포 쪽으로 간다. 추령터널 지나 어일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지방도 929번을 타고 감은사지, 수중릉 쪽으로 간다. 국도 31번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해 수중릉-월성원자력발전소를 지나면 읍천리와 읍천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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