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성당 형제자매님들 안녕하시겠지요.
팔월입니다
팔월 되면 커다란 달이 생각킵니다.
물론 음력 팔월 한가위달이겠지만, 그래도 오늘이 음 칠월 열이틀,
말복이면서 入秋입니다.
그래선지 엊저녁 달은 반보다 약간 배가 부른 달 이었어요.
매월 달을 보면 저의 마음은 한없이 맑아집니다.
열나흗날, 어느 연방죽에 가보니
둥근달을 쳐다보고
연잎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 달은 초사흘부터 자라기 시작해
보름되어 다 찼다싶으면 다시 비우는 달의 일상이었고(끝내는 자신마져 감추고)
연잎은 황홀한 금가루같은 빛을 한없이 내려주는 달 흉내를 따르는 학습을 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 연잎은 얼굴이 무겁다 싶으면
머리 숙여 미련까지 옆으로 스르르 수은구슬을 굴리는 짓을 하지않았을까요?
이제는 온실가스와 갖가지 우주쓰레기로 오염되고
짓궂은 비구름과 폭풍이 몰아쳐도 하늘연못의 의연한 맑은 얼굴의 달은
우주공간의 뭇 별들 행성들과 그물처럼 뻗친 인력의 뿌리에서 모아온 밝은 꽃이요
진흙 속 더러움에서도 물들지 않은 달같은 연꽃은
암울한 지구의 뿌리, 인연의 뿌리에서 올라온 맑은 연향이리란 것은
어쩌면 비슷한 달과 연의 일상이라 믿어진답니다.
(어쩌면 주님의 얼굴과 우리들의 얼굴이 마주보고 있음일까요?)
그래서 금빛 달이 웃을 때마다 녹색 연잎은 수줍어 하고
천지간 둥근 두 얼굴은 밤마다 연인이 아닐까 의심을 한답니다.
달은 날마다 다 좋습니다.
실날같은 초승달부터 하현달까지, 보고 있으면 그냥 좋지요.
달을 고개 아프게 올려다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한없이 맑아지니까요.
그리고 기도합니다.
"제발 이 맑음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게 해달라"고,
달에게 부탁합니다.
달에 달신月神이 있다면 아마 들어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더 부탁합니다.
달 쳐다보는 다른 이들도 모두 맑은 마음이 되기를..........
그래서 '세월호'나 '윤일병'이나 끔찍한 '여학생폭력살인' 등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일어나는 세상이 아니기를
달님에게 고개 아프게 깊게 기도한답니다.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더위 건강하게 이겨내십시오.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어디 수선떨며 피서 하는 일 하겠습니까? 오히려 더 땀나는 일인것을......
제가 소유한 한빈한 초당에 초대하니 사양 마시고 오시어
시 한 수 감상하십시오.
내내 강건한 심신을 기도합니다.
.............. 규헌 김영옥 대건안드레아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