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소동이 일었다.
아무리 찾아도 <소년이 온다>를 찾을 수 없다.
<채식주의자>는 책꽂이 한 귀퉁이에서 간신히 찾아냈으나,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온 식구들이 끙끙 앓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어제 오늘, 대한민국 서가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우리 집에서 또한 찾느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어디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궁금했다.
나는 언제 읽었는지?
<채식주의자>는 2016년 3쇄 초판을 구입했고, <소년이 온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구입한 것 같다.
8년 전 이 책들을 읽었을 당시엔 이토록 큰 방향이 일어 날 줄, 또는 노벨상을 수상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결국 찾았다.
4년 전에 누군가에게 빌려 주고선 그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노벨상 수상작이라니, 서점에서 당장 구할 수 없는 책이라니, 왠지 더 귀해보며, 찾아대는 나의 속물근성 ㅋ .
두 권에 책에 대한 기억은 매우 난해하다.
시적이라 말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표현들이 매우 어려웠다.
그럼에도......
<소년이 온다>를 읽어내리는 동안 펑펑 울었다.
한강과 나의 생물학적 차이는 1년, 그녀는 광주에서 나는 광주에서 좀 더 떨어진 보성에서 5.18을 겪었다.
나는 매우 어렸고 무지했다.
시민군에게 밀린 계엄군(공수부대)이 완전무장을 한 체, 우리 마을 입구에 진지를 꾸렸다.
검게 그을린 얼굴, 대검을 착검하고 슈류탄과 탄창을 끼워 장전한 체, 사주경계를 하는 계엄군이 정말 멋졌다.
건빵도 얻어 먹었다.
광주에 침투한 간첩을 무찌르고자 목숨을 걸고 조국수호에 몸바친 군인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나도 얼른 커서 이 삼촌들처럼 훌륭한 군인이 되어야지!
그들 앞에 요란한 선무방송과 함께 트럭에 올라탄 한무리의 시위대가 스쳐지나간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광주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형제, 자매 가족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공수부대의 무차별적 살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힘을 모아주세요. 함께 해주세요.여러분!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탕탕탕!
총소리가 들렸다.
어쩜 저리 어리섞을까?
어찌 간첩들 소행에 놀아날 수 있나?
적어도 어린 내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너릿재를 넘어, 예제를 넘어 사촌형들이 피신해왔다.
적어도, 우리나라 국군과 맞서 싸우지 않는 형들이 현명해보였다.
간첩 잡으러 광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철저하게 고립된 광주의 슬픔을 알고 되었다.
광주의 외로움을 알게 되었다.
12살 나의 무지!
부끄러움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한다.
또다시 심장이 멎을 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나보다 한 살 어렸던 그 소녀는 당시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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