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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시 (99-9) T. S. 엘리엇 /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 (2)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37-74행)
T. S. 엘리엇
그리고 정말 시간은 있으리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를 자신에게 물을 시간은,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갈 시간은,
머리 한가운데는 숱이 없어 벗어진 채 - 40
(그들은 말하리라, "그의 머리숱은 참 적어!" 라고)
내 모닝코트, 턱까지 빳빳하게 올라간 내 칼라,
장식 없는 핀으로 강조된, 화려하며 점잖은 넥타이 -
(그들은 말하리라, "그의 팔다리는 참 가늘어!" 라고)
내가 감히 45
우주를 뒤흔들 수 있을까?
짧은 일 분 속에도 시간은 있네
결정하고 수정할, 그리고 일 분 후에는 그 결정을 번복할.
난 그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 모두를 -
저녁, 아침, 오후를 알고 있었기에, 50
난 내 삶을 커피 스푼으로 재었으며,
난 저 건넌방 음악소리에 묻혀
사라지는 목소리를 아네.
그러니 내가 어떻게 감히 하겠는가?
그리고 난 그 눈들을 이미 알고 있네, 그 모두를 - 55
널 정형화된 문구로 고정시키는 눈들을,
내가 정형화되어 핀에 꽂혀 펼쳐지고,
핀에 박혀 벽 위에서 꿈틀거릴 때,
어떻게 내 삶의 날들과 생활 방식을
담배꽁초처럼 뱉어내기 시작하겠는가? 60
그러니 어떻게 내가 감히 하겠는가?
그리고 난 그 팔들을 이미 알고 있네, 그 모두를 -
팔찌를 낀 하얀 맨살의 팔들을,
(하지만 등불에 보면, 엷은 갈색 솜털이 드러나는!)
옷에서 풍기는 향수 냄새 때문일까, 65
내 정신이 아주 산만한 것은?
탁자 위에 놓인 팔, 어깨 위 스카프를 휘감은 팔,
그러면 한번 해볼까?
그런데 어떻게 시작하지?
. . . . .
난 말할 수 있을까, 해 질 무렵 좁은 거리를 지나가며, 70
창문에 기대어 셔츠 차림으로 담배를 피우는
외로운 사람들의 파이프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았다고? ...
내가 침묵의 바다 밑바닥을 허둥대며 지나가는
한 쌍의 거칠게 닳은 집게발이었더라면.
. . . . .
(번역 / 필자)
8. 여섯째 연에서,
'그리고 정말 시간은 있으리라'
(And indeed there will be time)
는 앞연에서 한 말의 반복이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Do I dare?)를 '자신에게 물을' (to wonder) 시간과,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갈' (to turn back and descend the stair) 시간은 있다고 하였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를 두 번을 반복하며 묻고 있다. ("Do I dare?" and, "Do I dare?")
결정을 끊임없이 망설이고, 자신 없는 소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프루프록은 또한 남이 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은 말하리라, "그의 머리숱은 참 적어!" 라고)
(그들은 말하리라, "그의 팔다리는 참 가늘어!" 라고)
생각하며, 남들이 보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
그는 '머리가 벗어진' (bald spot) 것이나, 모닝코트의 칼라, 넥타이와 같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면서,
'내가 감히 우주를 뒤흔들 수 있을까?' (Do I dare disturb the universe?)와 같은 거창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우주를 뒤흔드는' (disturb the universe) 것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거나 청혼하는 것을 과장되게 말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절실한 문제' (an overwhelming question)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과 삶에 대한 실존적 문제의 이중의 뜻을 내포하듯이,
'우주를 뒤흔드는' 이라는 표현에도, 현재의 권태롭고, 무기력한 삶을 극복하고, 창조적인 삶을 지향하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Do I dare?)를 반복하면서, 그러한 삶을 추구할 용기가 있는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짧은 일 분 속에도 시간은 있네
결정하고 수정할, 그리고 일 분 후에는 그 결정을 번복할.'
(In a minute there is time
For decisions and revisions which a minute will reverse.)
이라고 하며, 결정을 한없이 미루고 있다.
'시간은 있으리라' (there will be time)라고 프루프록은 계속 강조해서 말하지만, 한없이 지체하는 그를 보면, '정말' (indeed) 시간이 충분히 있는 건지, 읽는 독자는 불안하게 느껴진다.
9. 일곱째 연에서,
'난 그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 모두를 -
저녁, 아침, 오후를 알고 있었기에,' 50
라고 하였다.
프루프록은 그의 삶을 마치 자로 잰 듯이,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의 삶에 대해 세심하게 생각하고, 지나치게 계획하고 있다.
주위 '모든 사람들을 이미 잘 알고 있고' (I have known them all already),
매일의 '저녁, 아침, 오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알고 있다.' (Have known the evenings, mornings, afternoons)
'난 내 삶을 커피 스푼으로 재었다',
(I have measured out my life with coffee spoons)
라고 하였다.
당시에는 누구를 방문하거나, 만나면 흔히 커피나 차를 마셨다. 몇 잔의 커피를 마셨는가를 세면 사교 활동의 범위를 알 수 있듯이, 단조롭고 평범한 삶을 상징하고 있다.
한편 커피 스푼은 아주 작다. 커피 스푼으로 잴 수 있는 삶은 조심스럽고, 세심한 격식을 따지고, 무미건조한 삶을 상징한다.
'난 저 건넌방 음악소리에 묻혀
사라지는 목소리를 아네.'
(I know the voices dying with a dying fall
Beneath the music from a farther room.)
라고 하였다. '사라지는 목소리' (voices dying with a dying fall)의 'a dying fall' 은 셰익스피어의 "십이야" (Twelfth Night) 1막 1장에 나오는 것을 인용하였다.
사랑에 빠진 오르시노 공작(Duke Orsino)의 아래 독백에 나온다.
'음악이 사랑을 북돋우는 음식이라면, 계속 연주하라,
넘치도록 내게 줘, 너무 많이 먹어
식상하여, 사랑이 죽을 때까지. -
그 부분을 한 번만 더, 그건 슬픈 선율이네'
(If music be the food of love, play on;
Give me excess of it; that, surfeiting,
The appetite may sicken, and so die. —
That strain again; it had a dying fall:)
여기서 'a dying fall' 은 음악 용어이다. 음악을 종결시키는 운율을 말한다.
프루프록이 술집 여자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옆방의 '죽어가는' (dying) 목소리는 섹스를 하며 절정에 이르고 가라앉는 여자의 목소리를 말한다.
프루프록은 이 술집에 자주 다니기 때문에, 여자들을 잘 알고 있고, 방금 섹스를 끝낸 건넌방 여자가 누군지도 안다고 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감히 하겠는가?' (So how should I presume?)라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감히 하겠는가?' 는
'절실한 문제' (an overwhelming question),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Do I dare?)와 함께,
여자에 대한 사랑의 고백(또는 육체적 사랑)을 가리키는 한편, 중의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실존적 문제를 동시에 의미하고 있다.
10. 여덟째 연에서,
'그리고 난 그 눈들을 이미 알고 있네, 그 모두를 - 55
널 정형화된 문구로 고정시키는 눈들을,
내가 정형화되어 핀에 꽂혀 펼쳐지고,
핀에 박혀 벽 위에서 꿈틀거릴 때,
어떻게 내 삶의 날들과 생활 방식을
담배꽁초처럼 뱉어내기 시작하겠는가? 60
그러니 어떻게 내가 감히 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프루프록이 알고 있다고 말하는 '그 눈들' (the eyes)은 그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여자들의 눈을 말한다.
사교 파티에 그가 참석하고 있다면, 여자들은 그가 결혼 상대로 괜찮은 남자인지, 인물, 교양, 재력의 틀에 박힌 기준으로 판단을 한다.
이를 '정형화된 문구' (in a formulated phrase)로 '고정시키는' (fix) 눈들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틀에 박힌 기준에 따라 평가되는 것을, 마치 핀을 꽃아 곤충을 수집하는 것에 비유하였다.
자신이 '정형화되고' (am formulated),
'핀에 박혀 벽에서 꿈틀거릴' (pinned and wriggling on the wall) 때,
'어떻게 내 삶의 날들과 생활 방식을
담배꽁초처럼 뱉어내기 시작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어떻게 사랑의 고백을 하겠는가라고 자문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겠는가?' (how should I begin?)도 그가 계속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do I dare?),
'어떻게 내가 감히 하겠는가?' (how should I presume?)
와 같은 맥락에서 반복되고 있으며, '절실한 문제' (an overwhelming question)에 직면하기를 두려워하며 결정을 한없이 미루는, 소심한 그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11. 아홉째 연에서,
'그리고 난 그 팔들을 이미 알고 있네, 그 모두를 -
팔찌를 낀 하얀 맨살의 팔들을,
(하지만 등불에 보면, 엷은 갈색 솜털이 드러나는!)
옷에서 풍기는 향수 냄새 때문일까, 65
내 정신이 아주 산만한 것은?
탁자 위에 놓인 팔, 어깨 위 스카프를 휘감은 팔,
그러면 한번 해볼까?
그런데 어떻게 시작하지?'
라고 하였다.
프루프록은 여자에게 아주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처음 건넌방의 '목소리' (voice)에서, '눈' (eyes)으로, 그리고 이제는 엷은 갈색 솜털이 드러나는 '팔' (arms)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하얀 맨살' (white and bare)의 팔은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였던 '순결한' 여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그가 마주치고 있는 것은, '엷은 갈색 솜털이 있는' (downed with light brown hair) 육감적인 팔이다.
옷에서 풍기는 '향수' (perfume) 냄새는 성적 욕망을 자극하고 있고, 그의 정신을 '산만하게' (digress) 하고 있다.
'탁자 위에 놓인 팔, 어깨 위 스카프를 휘감은 팔'
(Arms that lie along a table, or wrap about a shawl.)
은 그를 행동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프루프록은 행동하려고 하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그러면 한번 해볼까?
그런데 어떻게 시작하지?'
(And should I then presume?
And how should I begin?)
라고 하면서 당혹해하고 있다.
11. 제10연에서,
'난 말할 수 있을까, 해 질 무렵 좁은 거리를 지나가며, 70
창문에 기대어 셔츠 차림으로 담배를 피우는
외로운 사람들의 파이프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았다고? ... '
라고 하였다.
'해 질 무렵 좁은 거리' (at dusk through narrow streets)는 이 시가 시작하는 첫째 연의 풍경이다.
'외로운 사람들' (lonely men)에는 프루프록 자신의 외로운 심경이 반영되어 있다.
12. 제11연에서,
'내가 침묵의 바다 밑바닥을 허둥대며 지나가는
한 쌍의 거칠게 닳은 집게발이었더라면.'
이라고 하였다.
'거칠게 닳은 집게발' (ragged claws), '침묵의 바다 밑바닥' (floors of silent seas)이라고 하여, 자신을 깊은 바닷속 게의 집게발에 비유하였다.
게는 앞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 기어간다. 프루프록이 계속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음을 상징한다.
동시에 깊은 바닷속에 동떨어져 있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그의 고독한 삶을 상징한다.
'거칠게 닳은 집게발' (ragged claws)은 거칠 뿐만 아니라, '닳은' 것도 아울러 말한다. 삶과 세상에 대해 느끼는 그의 고단함을 상징한다.
'게' (crab)에 대한 비유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2막 2장에서 햄릿이 폴로니우스(Polonius) 시종장에게 한 아래 말을 원용했다.
'당신은 나처럼 늙었을(젊었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게처럼 뒤로 기어갔다면'
(Yourself, sir, should be old as I am, if like a crab you could go backw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