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전통사찰 주간 프로그램, 단청장과 함께하는 단청ㆍ불화그리기 체험

[自笑果]

“우리 불교문화 제대로 배우고 느꼈어요”
흥천사서 단청장과 함께하는 단청ㆍ불화그리기 체험 펼쳐져

<불교신문>

“부처님 코가 영락없는 돼지코야.” “계란형으로 그리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

지난 11일 서울 흥천사 느티나무 광장. 삼삼오오 앉은 시민들이 불화 삼매경에 빠졌다. 붓에 금색 안료를 묻혀 자신만의 부처님을 그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마음먹은 대로 표현이 잘 안됐는지 그림을 보고 연신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 특별한 행사는 서울시와 조계종이 올해 처음 실시한 2014 전통사찰 주간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 우리 고유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전통사찰과 사찰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지켜나가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이날 흥천사에서 펼쳐진 프로그램은 ‘단청장과 함께하는 단청ㆍ불화 그리기 체험’. 사찰 법당에서 완성된 작품으로만 봐오다 불화나 단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좋은 호응을 얻었다.

호분 주머니를 두드려 종이에 문양이 그려지도록 하는 타분 체험부터 불화를 그리기 위한 밑그림을 뜻하는 불화초(草), 서까래부리에서 따온 단청문양을 실제 단청에 쓰이는 색으로 메워 완성하는 나무 목걸이 만들기, 금니 불화 그리기 등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프로그램을 도심으로 옮겨와 색다른 체험을 선사했다.

특히 이날 체험마당에는 중요무형문화재인 김용우 단청장과 단청장 이수자인 김석곤 작가도 함께했다. 평생 단청조성과 불화의 맥을 이어온 김용우 단청장의 손끝에서 무심(無心)의 달마가 탄생하자 시민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일반에서 만나기 힘든 명인들이 흥천사를 찾은 것은 다 사연이 있다. 이곳 흥천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의 초대 기능보유자인 월주 원덕문 스님이 주석했던 곳이다. 스님은 절에 주석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고, 스님의 원력 덕택에 흥천사는 조선시대 말에서 근대기를 잇는 불교미술의 산실 역할을 했다. 스님은 1981년 주지로 취임해 사찰운영에 힘쓰는 한편 불교문화전승에 평생을 바쳤다. 이 스님의 수제자가 바로 김용우 선생이며 김 선생의 제자가 김석곤 작가다.

이날 김용우 선생은 “이번 행사를 통해 정지된 전통이 아닌 현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전통의 맥을 이어주는 하나의 고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는 ‘놀면서 배운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놀이마당이 되기도 했다. 나만의 만다라 만들기라는 재미에 매료된 아이들은 다양한 색깔의 색 모레를 뿌려 작업을 하고, 단청 문양을 따라 그리며 불교와 가까워졌다. 광배(조각에서 부처님의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 머리나 등 뒤에 빛을 표현한 것)를 형상화한 포토존에서 부처님을 꿈꾸며 사진도 찍었다.

권해숙 씨는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면서 배우기도 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지역 주민과 소통하려는 사찰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김은아 씨도 “단순히 색칠만 하는 게 아니라 불교 문양이 어떻게 생기고 왜 소중한지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도 주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스님은 2011년 주지 소임을 맡아 대대적인 중창불사를 통해 과거 흥천사의 모습을 되찾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념스님은 “전통사찰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불화를 그리면서 부처님을 닮아가는 마음의 불화를 완성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