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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 장애인 통계 연보’에 따르면 울산은 장애인 극단적 선택 관련 지표에서 전국적으로 우려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일상생활과 재활을 지원할 지역 인프라의 부족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 통계는 장애 정책이 더 이상 복지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장애인의 삶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지역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울산은 산업수도로 불릴 만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온 도시다. 하지만, 장애인 체육 인프라만큼은 지역 균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에는 남구와 중구에 장애인 전용 체육관이 설치되어 있지만 동구에는 전무하다. 같은 울산 시민임에도 재활 기회와 체육 복지 접근성이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동구 방어진에 거주하는 한 장애인은 “운동시설에 가기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왕복 세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활 운동은 꾸준함이 생명인데 이동 자체가 큰 장벽이 되어 결국 운동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장애를 입은 한 조선소 노동자 역시 “운동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갈 수 없는 환경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체육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신체 기능 회복, 심리 안정, 그리고 삶의 회복을 위한 필수적 과정이다.
일부에서 “동구에도 장애인복지관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는 복지관과 체육관의 기능 차이를 혼동한 주장이다. 장애인복지관은 상담·교육·자립 지원 등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며, 수중재활이나 보행훈련, 근골격 기능 회복과 같은 전문 재활운동을 수행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복지관이 있다고 해서 장애인 체육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
동구는 인구 규모는 크지 않지만 등록 장애인 비율은 울산 평균을 웃돈다. 특히 조선·중공업 노동자 비중이 높아 산업재해 후유장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재활형 체육 인프라가 부족해 많은 장애인과 가족들이 도심으로 이동해야 하며, 이는 결국 재활 중단, 건강 악화,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다른 광역시는 이미 정책의 초점을 ‘생활권 접근성’으로 전환했다. 광주광역시는 북구와 남구에 반다비 체육센터를 분산 배치했고, 대전 역시 권역별 장애인 체육 인프라를 구축해 시민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울산은 여전히 도심 중심 구조에 머물러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도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반다비 체육센터 사업은 ‘거주지와 가까운 생활권 중심의 균형 시설 확충’을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이러한 정책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동구는 충분히 국비 지원 대상 지역으로 타당성이 있다.
동구에 필요한 시설은 거대한 체육단지가 아니다. 실제로 이용 가능한 실속형 생활권 장애인체육관이다. 25m 규모 수중재활 풀, 운동재활실, 보행·균형 훈련실, 감각발달 지원 공간, 고령자와 산재노동자를 위한 체력 회복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형태면 충분하다. 이는 국비(반다비)와 시비, 구비 매칭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현실적 사업이다.
장애인 체육은 특정 대상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산업재해 노동자의 복귀와 고령사회의 건강 문제 해결, 만성질환 예방, 가족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지역 재활 플랫폼이다. 체육은 복지의 선택이 아니라 지역의 건강과 희망을 지키는 투자다.
울산이 진정으로 균형과 포용을 말하려면 이제는 동구를 돌아봐야 한다. 도시는 성장 속도가 아니라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동구 생활권형 장애인체육관 건립은 지역 차별 해소와 시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첫걸음이다.
동구에 생활권형 시립 장애인체육관 건립을 정식으로 제안한다. 울산이 사람 중심의 도시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