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마음을 굳게 먹고 늦은 밤 술 한잔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리라 다짐 했었다.
술과 스트레스앞에 장사 없다는 말에 실감하는 요즘, 몸이 무겁고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꽁꽁 얼어붙은 불경기에 설상가상 급격한 환률상승으로 하루가 버겁고 매일 매일이 두렵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느라 새벽에 눈 뜸과 동시에 멍한 머리속 회전시키느라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러던, 그날 오후
이마트에 물건 살 것이 있다며 차를 가지고 나갔던 집사람이 양손에 잔뜩 장 보따리를 들고 들어왔다.
순간 스치는 불길한 예감
그 장 보따리 속에는 내 속을 모르는 집사람이 틀림없이 나를 즐겁게 하리라 상상하며 안주거리를 담아 왔을 것이라는...
예상 적중...
나름대로 내가 요즘 운동량 부족으로 피하지방이 늘어나면서 배부른 음식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는 칼슘의 보고며 비릿한 내음의 날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까지 고려하여 싱싱한 생굴을 사 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냉동실의 과메기를 꺼내어 오늘은 비릿한 맛의 안주들로 한 잔 하기로...
생굴과 과메기의 조화라...
시원한 콩나물국으로 목넘김을 부드럽게 하고...
탱글 탱글한 과메기와 윤기가 좔좔 흐르는 싱싱한 생굴의 합궁궁을 꿈꾼다.

과메기와 생굴의 합궁.
서로의 비릿한 맛이 섞이면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각각의 고유한 맛을 잃지 않고 그 어떤 시너지효과가 가미된 현존하는 단어로는 감히 뭐라 표현하기 곤란한 기막힌 맛이 탄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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