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리목월 문학관 장윤익 관장의 [피렌체와 겅주의 르네상스]경북일보 칼럼을 소개합니다

피렌체와 경주의  ‘르네상스’                                                         장 윤 익(동리목월문학관장․문학평론가) 최근 ‘르네상스’라는 말이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그것은 “영일만 르네상스, 원자력 르네상스, 문화 르네상스”등 다양한 의미로 나타난다. 개성 존중과 문예부흥으로 근대의 문을 연 ‘르네상스’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를 꿈꾸는 경주사람들이 가슴에 깊이 새겨두어야 할 역사적 사건이다.    피렌체는 밀라노, 베네치아아와 함께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그윽하게 풍기는 곳이다. 도시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피렌체 대성당, 단테의 집, 마키아벨리의 무덤, 다빈치 동상, 오페라 공연장, 3백여 개의 박물관과 회화관 등이 있는 피렌체 거리는 르네상스가 시작된 도시라는 것을 한 눈에 느끼게 한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깨우치는 벅찬 감동에 사로잡힌다.   인간의 개성을 억압하던 신본주의의 중세사회에서 피렌체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 시인 단테, 오페라 창시자 야코프 페리, 마키아벨리 등이 근대사회의 물꼬를 터 주었다. 그들은 시대를 초월해서 지금도 세계인들로부터 위대한 예술가로 추앙받고 있다. 한 도시에서 같은 시기에 그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배출된 이유를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오스만 터키 침략군에게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자,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책과 자료들을 가지고 대거 피렌체로 망명한다.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그리스․로마의 고전과 휴머니즘을 가르치려는 일념으로 아카데미를 세우고, 열정적으로 그리스의 예술과 철학을 가르쳐서 걸출한 제자들을 배출한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그들이 남긴 예술품들은 우리들에게 ‘예술의 가치는 영원히 이어진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지금 피렌체는 세계로부터 온 관광객들이 서로 어께를 부딪칠 정도로 붐비는 예술․관광도시로서 이탈리아 관광사업의 중심이 되어 있다.  신라 천년의 역사예술의 도시 경주에는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산, 불국사, 석굴암, 양동마을을 비롯한 풍부한 문화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경주는 향가가 발생한 시의 도시이고, 한국 문단의 거목 김동리․박목월 선생이 탄생한 예술의 도시이다. ‘동학’의 창시자 최재우 선생과 ‘동방학’의 창시자 김범부(金凡父) 선생이 탄생하여 근대사상의 뿌리가 된 학문의 요람지가 경주이다. 지금 경주에는 중세말기의 이탈리아처럼 문화와 예술을 가르치는 여러 아카데미가 설립되어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경주박물관대학, 경주문화원, 신라문화동인회에서 신라의 문화와 유적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경주명륜대학에서는 조선시대 유학사상,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과 경주문예대학에서는 시, 소설, 수필창작을 가르쳐서 경주의 문예중흥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경주는 한국에서 제2의 르네상스가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은 현재 156명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재학생이 문예창작공부를 하고 있으며, 동리목월의 문학정신을 이어받아 알찬 수확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경주는 르네상스를 일으킬 문화유적과 유품이 풍부하다. 민주적 회의형식으로 나라의 일을 협의하던 화백제도와 풍류․화랑정신을 담은 신라의 예술품들은 그리스의 고전처럼 문예부흥의 바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