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놀음
김포인 님이 숫자에 관한 화두를 던졌다.
본문과 댓글들을 읽어보니 한 학기 철학강좌를 읽은 느낌이다.
피타고라스를 수의 철학자라 한다지만
그의 <피다고라스 정리> 보다 더 다양한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다.
삶은 미분과 적분의 총화이다.
미분은 순간의 변화율을 말하는데
그걸 모두 더하면 적분이 된다.
이게 숫자놀음 즉 수학이다.
삶을 종합과 분석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보는 대로 움켜쥐고 쌓아가다가
이게 무엇들인가 분류하고
그러다가 별것 아니라 생각되면 버리고
반반한 것들만 쥐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또 그게 싫증 나면 재차 분류 분석이 뒤따른다.
이것도 숫자놀음 즉 경제인데
나는 지금 무엇을 세고 무엇을 쥐고 살아가는가...?
캐나다의 인류학자 마샬 맥루한은
20세기는 이미지 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숫자시대 문자시대에서 이미지 시대로 넘어왔다는 거다.
여러 가지 전자매체들의 등장이 그렇지 않던가?
안방부터 세상을 온통 이미지로 덮었다.
그러나 이미지의 근본은 숫자이다.
티브이의 선명도는 화소수, 도트, 픽셀이란 것들이 좌우하고
그것은 숫자놀음이다.
나의 정체성은 무얼까...?
정신이라면 1천억개의 뉴런과 1백억 개의 시냅스 묶음이요
육신이라면 60조개의 세포 묶음이니
결국 숫자놀음인 거다.
세계 최고의 정신적 경전이라 할 우리나라의 <천부경>
이것도 81자로 되어있는데
모든 건 하나에서 시작해 하나로 끝난다 했다.
(일시무시일... 일종무종일)
허나, 하나는 더 작은 것들로 이뤄져 있고
가장 큰 것도 더 큰 것을 이루는 단위일 뿐이다.
누가 마음속에 티끌 하나, 하나도 없다 하려는가?
마음을 닦고 닦고 닦거나 버리고 버리고 버리면 청정해진다고 하는데
얼마나 닦고 버리면 마음이 청정해질까?
하나를 열로 나누어 그중 아홉을 버려야 분(分)이 되고
분(分)을 다시 열로 나누어 그 중 아홉을 버려야 이(厘)가 된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나누고 버리면
모, 사(沙), 홀, 미, 섬, 사(絲), 진, 애, 묘, 막이 된다.
막을 열로 나누어 그 중 아홉을 버리면 모호가 되고
모호를 열로 나누어 그 중 아홉을 버리면 준순이 되는데
이렇게 순차적으로 또 나누고 버리면
수유, 순식, 탄지에 이른다.
탄지를 열로 나누고 그 중 아홉을 버리면 찰나가 되고
찰나를 열로 나누고 그 중 아홉을 버리면 육덕이 되는데
육덕을 열로 나누고 그 중 아홉을 버리면 그제야 허공이 되며
허공을 열로 나누고 그 중 아홉을 버리면 청정(淸淨)이 된다.
그러하매 누가 깨끗하다 하려는가...?
서양에선 열을 얻으면 하나를 내놓으라 했으니
그게 십일조일 텐데
동양에선 차라리 아홉의 마음을 버리라 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동도서기(東道西器)인 게 분명한데
지금 동서양 불문하고 도처에선 불꽃 튀는 싸움을 하고 있으니
하얀 백설 위에 그 분진이 내려앉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누가 많다고 자랑하려 하는가?
일십백천 만 십만백만천만억십억 백억 천억...
이제부터 조다.
조 십조 백조 천조
이제 어디로 올라갈까?
우리나라 전국의 땅값이 오천 조를 넘었다고 하는데
머지않아 경을 칠게다.
은행 결제규모는 벌써 조를 넘어섰다고 하니
벌써 경을 친 셈이다.
그러면 우리 세대에 어디까지 부풀어 오를까?
경 십경 백경 천경
다음엔 해다.
우리 세대에 해를 볼 수 있을까?
해 십해 백해 천해
그리곤 무엇인지 아는가?
자 십자 백자 천자
양 십양 백양 천양
구 십구 백구 천구
간 십간 백간 천간
정 십정 백정 천정
재 십재 백재 천재
극 십극 백극 천극
항하사 십항하사 백항하사 천항하사
아승기 십아승기 백아승기 천아승기
휴~ 숨이 찬다.
나유타 십나유타 백나유타 천나유타
그리곤 불가사의, 무량수다.
결국 알 수 없는 수에 이르는 것이던가?
이렇게 복잡한 수의 세계에서
나는 차라리 어리석은 셈법을 흉내 낸다.
남대문시장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더냐고 물으니
108명이라 하더란다.
그럼 백팔번뇌의 그 108?
아니다.
시장엔 사구 팔구 하는 사람들뿐이니
사구 삼십육이요 팔구칠십이이니
그 둘을 더하면 108이라는 거다.
그러면 하늘엔 별이 몇 개나 떠있느냐 물으니
90개라 하더란다
그건 왜냐 하면 한 눈으로 쳐다보니 구구한데
다른 눈으로 다시 쳐다보니 삼삼하더란다.
그래서 구구 팔십일이요, 삼삼은 구이니
그 둘을 더해 90개라는 거다.
점심 먹고 석촌호에 나가보니
누가 눈사람을 만들어 놨던데
저건 몇 개의 빙정(氷晶)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아직도 나는 숫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나 보다.
이제 5천보를 걷고 의기양양히게 들어가니까.
첫댓글 재밌어요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숫자가 있었나도 처음 알았어요
건강하세요 5천보 걸으셨으면 많이 걸으셨어요
그런가요?
고마워요.
그런데 하루 5천보면 좀 부족하대요.
숫자 세는 거 머리 깨져요.
'그냥' 숫자가 뭔지도 모르고 사셨을 김동길 박사(손에 들어오는 돈을 센 적이 없다고 함. 물론 물건을 살 때는
돈을 세서 주었겠지요), 법정 스님이 부럽게만 느껴집니다.
숫자에 해박한 사람들이 부자로 살지요.
저는 가난뱅이, 찌질이, 못난이, 거기다 삼식이지요.
일일 삼식이면 지극히 정상 아닌가요?
난 일일 이식에 외식 1식을 첨가하는데요.
내가 더 찌질인가~~~?
그래도 평안만 합시다.^^
선배님 글을 보니..
새삼 수학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의 글에..
숙연해 지네요.
그런가요?
그냥 재미로 횡설수설 했다네요.ㅎ
햐 숫자도 이렇게 조크처럼 가르쳐 주시면 덜 무서울 텐데
재밌어요 경?을 칠텐데 ㅎㅎ 석촌님의 닉을 석학으로 잠시 명명하겠습니다 ~
이렇게 숫자로 글을 재밌게 이어 쓰는 실력을 누가 흉네 내리요
석학이십니다 세속과 숫자의 교묘한 조합 오늘 숫자 강의는
너무 훈훈했습니다 저 같이 숫자에 트라우마 있는 학생은 더욱 더
좋은 강의라고 감사합니다.
석촌이 석학이면?
운선은 운학.ㅎ
거기도 눈 많이 내렸죠?
몇 센티냐고 물을건 없고요.
아고 머리 아파요 ㅎㅎ
웃자고 하신 말씀도 많지만,이렇듯 거기에 빠진 사람도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