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재미는 개뿔.. 도저히 난 사람들을 이해 못하겠단말이지.."
청바지에 검은 후드티를 입고 있는 한 남자가 극장앞에서 던진 말이다.
"도대체 그 뻔한 결말에 그 뻔하디 뻔한 줄거리가 뭐가 감동적이고 참신하단건지.."
-사랑..사람...그리고..
노을빛 조명아래 한남자와 한여자가 서로 껴 안고 전쟁터 가운데에서 입맞춤을 하려하는 포스터
현재 영화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이다.
"사람이 1달만에 사랑을 성취하고 그게 숭고한 사랑이면.. 나 같은 놈은 뭐야?"
그렇게 영화에 대해 한참 자기 자신과 서로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 였다.
-띠리리링 문..문문.. 문자가 왔어요~! 컴온컴온 문문..
휴대폰을 꺼내든 남자.
파란 화면에 날아가는 한마리 새가 배경으로 글자가 떠올랐다.
번호를 보니 몇 년전에 군대 가기 싫다고 나한테 문자를 수백통이나(그것도 하루..또 그것도 밤에!!!)
보낸 그런 녀석이다.
-얌마~! ㅋㅋㅋㅋ 잘지내냐? 나 제대했다~! 술한번 하자!
"에휴.. 미친..."
술이라면 질색인 나였다..
그걸 어떻게 마셔란 말인가..
와인도 아니고 소주... 으으으으으..
"그럼 적당한 핑계를 대볼까나?"
-하아.. 미안하다 친구야.. 나의 친구의 할아버지의 사촌이 돌아가셨어.. ㅅㄱ~
-띵그르 똥~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휴.. 미안하다 친구야.. 이제껏 한국을 살아오면서 소주만은 못 먹겠구나.."
극장을 나왔다.
하늘은 어느 새 어두워졌고 별빛 대신 가로등 불빛이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이미 빛 아닌 빛이 지배한 거리를 걷는 나였다.
"아.. 배고프다.. 오늘은 그냥 사먹도록 할까나?"
극장에서 2블록 정도 가면 24시편의점이 나온다.
'내 친한 친구의 친구가 말했었지.. 오~ 우리의 구원주~ 식비의 쪼달림에서 구해주소서~ 편의점이여~ 위대하라~ 번영하라~...'
(솔직히.. 이거 들을 때 쪽팔렸는데... 이젠 80% 공감 하는 중이다..)
-짤랑짤랑
편의점 문을 열자 구리로 만든 싸구려 방울이
'돈줄 하나 입장!'이라고 외쳤다.
"어서오세요 손님."
"푸훗."
"??"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아르바이트생의 시선에
나는 서둘러 삼각김밥 코너로 갔다.
한국에 온지 1달 남짓 되었었나?
"어서오세요~손님!"
"?"
나를 부르는 판매원에게 가 한참을 서있던 나..
"....왜... 왜 그러시죠? 손님??"
"아니, 당신이 날 불렀잖아요...."
"그냥 인사였는데.. 장난은 치지마세요..."
어서오세요.. 빨리 자기에게 와라는 말로 오해하고 있었던 나였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난 이제 한국인..
그런 실수 따위는 저지르지 않는다.
"이걸로 주세요."
삼각김밥 숯불갈비맛 한개와 전주비빔밥맛 1개 그리고 레스비 캔 한개였다.
"네 손님. 삼각김밥 2개에 1400원 캔커피 600원입니다."
-딸랑딸랑.
"어서오세요~"
계산을 한참 하고 있을 때 한 손님이 더 들어왔다.
은색머리에 그 남자는 검은 롱코트를 입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의 눈은 다크서클이 짙게 깔려 약간 피곤해보였다.
"저기..손님?"
한동안 멍하니 그 은색머리를 쳐다보던 나를 부르는 점원..
"아!"
급하게 5000원을 내놓는 나..
-삑 삐빅 삑-- 지직지직 챙그랑..
"네~ 5000원 받았구요 잔돈 3600원입니다. 안녕히가세요~"
"네.. 수고하세요."
-딸랑딸랑
"으~ 쪽팔려."
편의점을 나와 가까운 공원 벤치에 앉아 삼각김밥 껍질을 벗겼다.
"그 남자 뭔가 신기했어.."
유럽.. 영국에서 유년기를 살다온 나다.. 은색머리 인간은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뭔가가.. 느낌이 달랐다.
"으아~ 몰라!몰라!!!"
머리에서 뉴런끼리의 전압이 1000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 나는
트랜스지방이 두둑한 영양만점(?) 저녁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이제 집에 가볼까?"
이 공원을 나오면 낡은 회벽이 양옆을 가로막은
대충 포장이 된 시멘트로 된 오르막 길이 나온다.
가로등도 제대로 설치 되어있지 않고 그나마 설치 되어 있는 것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깜빡거리거나 꺼진 것이 있어 이길의 밤은 꽤 어두운 편이었다.
집으로 첫번째 관문이다.
뭐.. 여기 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케헥... 집 좀 가까운데 마련할껄.. 뭐가 이리 멀어..."
여기가 바로 두번째 관문이다!!
구불구불하고 금이 간 밤하늘을 연결하는 높은 계단.
길이 좁아 2열로 밖에 갈 수 없어 3명이서 이 길을 오를 때면 1명은 자동으로 왕따가 되는 길이다.
매일 보면 볼수록 익숙해질만도 한데... 아직도 한숨만 절로 나온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계단을 걸어가는 나의 위로 가로등이 불규칙적으로 깜빡 깜빡 거렸는데 그 모양새가
'포기하시지.. 네 놈이 대학 졸업을 해도 이 곳은 익숙해 지지 않을 테닷!'
라고 지껄이는 듯 하여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 다왔다.."
한참을 올라왔다.
하늘과 접해 있는 꼭대기 나의 집.
-끼이이익.
군데 군데 녹이 슬고 물 때가 껴 이제 하얀색이라 할 수 없는 하얀 문을 열어 젖혔다.
"다녀왔어요."
"..."
물론 부모는 영국에 있다.
나만 한국에 와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대답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뭐.. 이러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나?
대충 옷을 벗어 던져 놓고
싱크대에 물을 틀어 손을 씻고 세수를 한뒤
냉장고에서 찬물을 한 컵 꺼내 마셨다.
그리고 부모님께 메일을 보내고
카페의 글도 좀 관리하고..(무슨 카페인지는 묻지마라...)
그러고 나니 12시를 조금 넘겼다..
"으음.. 졸려.."
-풀썩..
침대 겸 쇼파에 드러 누웠다.
집 안의 조명을 다 끄자 창 밖을 통해 푸른 달빛이 집 안을 비췄다.
이 좁고 지저분한 집이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에
내심 감탄하며 눈을 감고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그 때였다.
한참 잠이 들려 할 때였다.
-츄르덴...
"?"
작게 속삭이는 듯 하면서도 뚜렷하게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
그리고..
-챙그랑!
"!!!!!"
푸른 달이 비추던 창문이 깨지며 내 뒤의 벽에 금이 갔다.
"이.. 이게뭐야!"
"칫..."
"!!"
바깥의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백그라운드로 한채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창가에 앉아있었다..
"역시 적월 루나테인가.. 운하나도 억세게 좋구만.."
"뭔소리야 짜샤! 고소하기 전에 합의금이나.."
그는 나의 말을 모조리 무시하고 손가락을 나에게 향한 뒤 주문을 외웠다.
-츄르덴...
"!!!"
그가 주문을 외움과 동시에 손가락 끝에서 검은 입자들이 모이며 뾰족한 수리검이 되더니
나에게로 날아 왔다.
"히익!"
가까스로 몸을 날려 수리검을 피한 나.
하지만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콰지지직...콰자자작!
두번의 강력한 공격을 몸소 받아내신 늙은 벽께서 그만 돌아가시고 마셨다.
그러니까 벽이 무너져 내린다는 소리다!!
"제기랄~!!!!!"
나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무작정 밖으로 뛰쳐 나갔다.
집이 무너지고. 뿌연 모래먼지가 걷히자
푸른 달빛아래로 갈색머리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갈색 자켓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색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푸른 달빛과 뿌옇게 흩어져 가는 모래먼지 속의 그의 모습은 실로 감탄을 표할 정도로 어울렸다.
마치 사막의 밤에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한마리 늑대 같다고 할까나?
"도망치는 속도 하나는 빠르군.."
그렇게 말하며 그는 꽤나 멀리 도망간 자신의 사냥감을 뒤쫓기 시작했다.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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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이건 뭐..."
제일 꼭대기 송전탑 위의 사람 형체의 뭔가가 서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그 높은 곳에 서 있는 그를 육안으로 알아채는 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두 명의 사내가 서로 쫓고 쫓기는 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하.. 힘들겠군.. 사금의 마령 사뤼안과 기억을 잃은 루나테라..."
그 때였다.
멀리서 하얀 뭔가가 날아와 그의 주변을 맴돌다 그가 손을 내밀자 그의 손목 위에 앉았다.
그 것은 나비같기도 작은 새같기도 하였다.
남자는 그 하얀 것에 잠시 시선을 두더니
"응? 휴.... 알았어.. 내방식 대로하지..."
라고 중얼 거렸고 그러자 그 하얀것은 하늘에 던진 밀가루가 흩어지듯 사라졌다.
그는 흩어지는 그 하얀 물체를 바라보다 다시 두명의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첫댓글 아~ 저 대사 멋진데. 역시 구경하는 맛이 잇어야 하는거야. 암~
아아~이제야 제목 한자를 알게되어서 정말 기뻐요. 사실 제가 한자 울렁증이있어서..ㅠㅠ(울렁증은 거짓말입니다) 댓글 감사하구, 다음 화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