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학 님이 행복론을 이야기했다.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표현을 많이 했는데
새삼 행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송지학 님은 하얀 백로지처럼 욕심 없이 산다 했는데
나는 어떤가...?
얼마 전에 자하문 고개 위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을 둘러보고
백석동으로 발길을 옮겨 백사실 계곡을 걸었다.
삼각산 현통사에 들렸다가 세검정 물길을 걸어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다가
조지서 터에서 버스 타고 돌아왔다.
조지서...?
우리말은 명사가 먼저인데, 중국말은 동사가 먼저다.
우리가 '종이를 만들다' 하면
그들은 '만들다 종이' 라 한다.
물론 영어도 'Make Paper'라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종이 만드는 기관을 <지조서>라 해야겠지만
중국의 어순을 빌려 <조지서>라 표기했던 거다.
조지서...ㅎ, 좀 우스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곳은 태종 때 관청에서 쓰는 종이를 만들던 관서였다.
바로 옆에는 세검정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기에
조지서에서 만든 종이로 사초(史草)작업을 하고 난 뒤에
못쓰게 된 종이를 물에 씻는 일을 했다는 거다.
하지만 이젠 내놓고 "조지서" 를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런데 나는 송지학 님의 행복론을 읽으며
하얀 백로지를 떠올리다가 모조지를 떠올리다가
조지서에 이르고 말았으니, 파스칼의 말대로
나는 죽어도 생각하는 갈대인 것 같다.
첫댓글 어머~
저는 장난치는 양이 되고 싶었어요~
아가보는 일을 하니까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장난을 치며 행복할까?
생각했는데~
저도 생각하는 갈대 맞지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했으니
스스로 알아야죠.ㅎ
석촌님
백석동 계곡으로 그리고
세검정 물길을 따라 걸으셨었군요.
여럿이 함께 걷기도 좋지만 가끔 혼자 걷기가 여유있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고 생각 정리도 할 수 있어 전 혼자 걷기를 즐기곤 합니다. ^^~
그러시군요.
그러면 혼자 웃어야겠지요.ㅎ
'나는 이 세상에 행복할려고 왔지 오래 살려고 온 게 아니다'
아침부터 늘평화 님의 출석부에서 진짜 좋은 말을 챙겼는데
석촌 형님의 글에서 '나는 죽어도 생각하는 갈대인 것 같다'는
좋은 말을 또 챙기네요. 물론 파스칼이 내 뱉은 명언이지만요.
하루에도 수십 번 이렇게 왔다 갔다 생각하니깐요.
'나는 행복한 놈야.
아냐, 불행한 놈야.'
내뱉은 말이라니요?
종이 이야기를 하는 중이니
이왕이면 내갈겨 쓴이 좋은데~ㅎ
연달아 이어생각하기
글 쓰신 모든 분들이 아마도
그럴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백로지에서
조지서까지 ㅎㅎ
덕분에 두 가지 공부했습니다 ㆍ
윤슬이야 돈우리에 갇혀 사니
종이도 모조지나 썼겠지요.
난 그저 갱지 마분지 선화지나 썼지만.ㅎ
@석촌
ㅎㅎ 사료푸대 쫙 찢어
쓰는데 그 걸 모조지라 하나요
전에 아부지께 말씀하셨던
마분지는 어떤 종이일까요 잉?
@윤슬하여 마분지는 볏짚으로 만든 종이랍니다.
볏짚도 펄프가 들어있으니까요.
그래서 푸석푸석 먼지가 나죠.
@석촌
아하!
푸석푸석 먼지가 났던
볏짚으로 만든 종이
알겠어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윤슬하여 ㅎㅎ
가을 볕 화창한 날 골라 창호지 바르는 집들이 많았지요 돈 있는 집에서 바르는 옥같이 맑은 종이결에 비해 가난한 우리집 셋방 문은 항상 거친 금이 그어진 두꺼운 한지였지요 그래도 양날개처럼 문풍지도 달고요 세월이 흘러 쌍용시멘트 회사가 세워지고 부터 누런 시멘트 종이가 대량으로 그때 부터 구멍 숭숭 뚫리는 한지 대신 돌가루 푸대로 발랐지요 질기고 두껍고 흔하고 단점은 방안이 종일 어둑시니 귀신 나오게 어둡다는거 ㅎㅎ 겨울을 그렇게 나기도
옥같이 맑은 한지로 정갈하게 바른 문을 보노라면 가난으로 탁해진 내 마음이 닿을까 겁내곤 했던
문종이 변천사를 따라 행복이 흘렀군요.
서러움도 따라 흘렀지만
아늑한 안방의 행복이야 그와는 다른거지요.
그래도 그래도 부러웠던건
신혼부부 창문에 침을 바른 손가락으로 구멍을 낸 뒤에 들여다보며 킥킥거리던 아저씨들 모습이었는데
운선님이 그걸 아실랑가 몰라.ㅎ
석촌님의
활발한 활동이 보입니다.
좋은 말씀 잘 읽고 갑니다.
네에 오랫만이네요.
잘지내죠?
행복이란게
이젠 서면 다리 아프고
앉으면 엉덩이가 아프고
그러네요.ㅎ
중학교 들어와 영어를 처음 배울 때
I am a girl, 이라고 써놓고
나는 이다 소녀, 라고 해석하지 않고 나는 소녀이다, 라고 해석하는 것이 아주 어색하고 이상했어요 ㅎㅎ
지조서가 아니라 조지서인 것이 그런 연유로군요.
사초를 쓴 뒤 물에 씻어서 종이를 재활용,
한지의 우수성과 선인들의 지혜를 알고 갑니다.
언제나처럼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
중국어 어순이 영어와 유사해서
그들이 우리보다 영어를 잘하는게 아닌가, 라는 말도 한답니다.
저의 노후의 행복이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앞으로 남은 짫은 삶을
영위 하는것입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선배 님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그런데 백로지는 백노지가 표준어인데
白露紙의 은유를 아는지들 모르겠네요.ㅎ
@석촌 지적~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네 한수 배웁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