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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밀롱가에서 만났던 인도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입에 거미줄 치고 살다가 아저씨랑 1시간을 수다 떨고 왔네요. 그 아저씨도 입에 거미줄 치다가 오랫만에 친구 사귀어서 말이 끊임없이 나오던데...
사실 엄청 피곤해서 밀롱가고 뭐고 다 때려치고 자고 싶은데 오늘이 그랜드 밀롱가라 졸음을 참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춤이고 뭐고 옷도 대충입고 가서 마에스트로 공연만 끝나면 숙소와서 쓰러지려고 합니다.
사실 이 동네 탱고 별로에요...
러시아가 너무 그립습니다.
그럼...
시작...
역시나 너무 일찍 일어났다. 알람을 9시에 맞춰 놨는데 7시다. 벌써 아침잠이 없어지는 늙은이가 된 것도 아니고 계속 이러는게 뭔가 이상하지 싶다.
역시 동네 마실좀 다니다가 한조각에 천오백원 하는 피자도 사먹고 슬슬 숙소에 돌아와 준비를 하고 워크샵 장소로 향했다.
역시나 불곰국 엉아들의 운전매너는 좋았으며 불곰국 누나, 엉아들은 수업시간에 지각하지 않고 왔다.
올가는 어제보다 컨디션이 더 좋아보였다.
어제 몇시까지 달리셨음?
난 5시에 갔는데 밀롱가는 6시 넘어서 끝났대 ㅋㅋ
헐~ 불곰국 클라쓰~
근데 너 불곰 본적 있어?
동물원에서 봤는데? 왜?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잠도 얼마 못 잤을텐데 컨디션이 좋아보인다?
그러게. 이상하네.
어제는 블라디미르가 통역을 했는데 오늘은 세르게가 통역을 했다. 수업 내용은 밀롱가였다. 장소 말고 음악 밀롱가...
1, 2교시는 밀롱가 수업이었고 3교시는 까덴시아 수업이었다.
사전에 프로그램 설명을 보고 나는 진짜로 밀롱가에서 잘 추기 수업인줄 알았다. 실전 밀롱가 뭐 그런거?
역시 나의 영어클라스 ㅋㅋㅋ
희한하게 나도 어제 잠을 얼마 못잤는데, 아니 거의 못잤는데도 어제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덕분에 어제와는 다르게 올가와 농담도 주고 받으며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통역을 하는 올가도 어제보다는 덜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올가의 통역이 뭔가 이상하다?
쌤들이 스페인어로 설명을 하면 세르게가 러시아어로 통역을 하고 그 러시아어를 올가가 영어로 나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종종 스페인어를 나에게 바로 영어로 설명을 해줬다.
올가, 너 스페인어도 하니?
조금 하는데 지금 설명하는거 절반은 알아먹겠어.
그리고 밀롱가에서 계속해서 DSLR로 그렇게 찍어대던 올가는 서브잡이 포토그래퍼라 하였다.
또한, 취미로 마라톤도 하는데 풀코스는 4시간 47분, 하프코스는 2시간 초반대가 최고 기록이라 하였다.
도대체 너의 능력의 끝은 어디니?
또, 세르게가 통역을 할 때 가끔씩 단어가 생각이 안나면 올가가 스페인어-러시아어 통역을 도와주기도 하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조세는 수업 주제 이외에도 밀롱가에서의 팁도 많이 알려줬다.
사람들은 항상 너를 주시하고 있으니 LOD 망치는 짓거리를 하면 왕따가 될 것이다.
꼴초들은 밀롱가가기 전에 담배 피우고 꼭 샤워를 하고 가라.
같은 옷을 매일 입지 마라.
등등...
다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재밌던 수업이 아쉽게 마무리가 되었고, 다들 사진을 찍었다.
이 중 몇명은 모스크바 밀롱가에서도 만났다.
그리고 그 동안 고생한 올가에게 밥을 사겠다고 하여 다른 올가 부부(사진 상의 우측 상단 파란샤쓰 입은 털보와 그 왼쪽의 검정 원피스)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마지막 날인데 잠이나 퍼잘수는 없으니 말이다.
올가가 뭐 먹고 싶냐고 안내하겠다 해서 그냥 러시아 전통 음식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더니 트립어드바이저 어플을 실행시키는데 좀 웃겼다. 열심히 검색을 해서 시내의 한 음식점으로 갔다.
소련 빈대떡과 만두, 고기 덩어리 몇개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군대에서 먹어 본 기름 둥둥 빨간국을 시켰다.
소련의 빈대떡은 케밥이랑 비슷했는데 껍데기가 쫄깃했고 만두는 그냥 조선 만두랑 맛이 같았다. 그리고 빨간국은 김치찌개랑 맛이 똑같았다.
진짜에요.
올가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어때? 딜리셔스해?
이거 우리 음식이랑 맛이 똑같아. 완전 딜리셔스해.
영어를 못하는 올가부부와의 대화로 인하여...
아니, 러시아어를 못하는 나 때문에 올가는 여기서도 통역을 해줬다.
워낙 허겁지겁 먹어서 음식 사진이 없다.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잠시 쉬었다가 깔루가에서의 마지막 밀롱가로 갔다.
갔는데 다들 케리어를 들고 왔다. 오늘이 마지막이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나는 내일 아침에 떠나는데 다들 오늘 가나보다. 하긴 오늘이 일요일이니깐 내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와서 한 딴따만 추고 짐들고 뛰어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역시나 첫 딴따는 올가와 함께 하였고 아쉬운 마음에 기분이 더 안좋아져서 1시간 동안 앉아만 있었다. 그 때 이미 많은 사람과 작별 인사를 했다.
한번도 인사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얼굴좀 익혔다고 가면서 몸 건강히 여행 잘하라며 떠나갔다.
그리고 어떤분이 나에게 먼저 춤을 권하여 함께 췄다. 진짜 잘추시는 분이었는데 나의 꿀꿀한 기분과 쓸쓸한 음악이 콜라보를 이루어서 정말 꼬라손 만땅인 춤을 췄다.
잠시 후 세르게가 차카레라 노래를 부르니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동영상cosmo tango festival in Kaluga여기를 눌러 링크를 확인하세요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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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세와 함께 발스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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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가 불러주는 발스 노래도 듣고 정말 이 먼곳까지 여행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세르게가 러시아어로 뭐라고 했는데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게 자리가 정리되고 또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한번도 인사 안했던 친구들도 나보고 만나서 반가웠다며 남자들은 악수를 청했고 여자들은 따뜻하게 안아줬다.
이 때 남았던 친구들은 정말 한명도 빠짐없이 나에게 인사를 해줬고 특히나 어떤 친구는 몸 건강히 여행 잘하라며 기념품도 챙겨줬다.
역시 러시아 사람들 클라스~~ ㅠㅠ
이 친구들에게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자리가 완전히 정리되었다.
여러 테이블에 나눠서 앉아 있던 사람들은 점점 떠났고 곧 한개의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그리고 브랸스크 식구들 10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내가 어?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더니 올가가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차 가져온 친구들 먼저 가고 나는 아직 기차 시간이 남아서 좀 더 있을거야.
라고 했다.
브랸스크 식구들을 배웅하러 나갔다.
뭔가 주객이 바뀐 느낌이랄까? 떠나면 내가 떠나야지 왜 너희들이 먼저 떠나냐고.
특히 드미트리와의 이별이 아쉬웠다.
난 맨날 남자만 꼬여ㅠㅠ
이봐, 안단테. 처음으로 한국인 친구를 만났는데 너무 멋진 녀석이어서 좋았어. 다음에 또 만나자.
그렇게 드미트리와 올가들을 배웅하고 너무 울적해져서 수다를 떠는 분위기 속에서 나 혼자만 말 없이 앉아만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올가가 일어나서 나를 안아주며
이제 기차시간 다 되서 가봐야해. 나랑 파트너 해줘서 정말 고마웠고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 덕분에 한국에는 전혀 관심 없던 내가 한국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검색도 많이 해봤고 한국 사람들은 너처럼 다 좋은 사람들일 것 같아.
너랑 춤추는 것도 좋았어. 이게 마지막은 아닐거야. 나 곧 이사가는데 그나마 서울이랑 가까워지니깐 5년안으로 놀러갈게. 메신저로 가끔씩 연락할게.
갑자기 경황이 없어서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땡큐라고만 대답했다.
그리고 올가는 기차역으로 가기위해 택시타러 나갔다. 그렇게 올가를 마지막으로 모두가 떠났고 세르게에게 작별 인사를 마치고 종이비행기 레스토랑을 나왔다.
나는 그동안 여행을 많이 해봤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이 있는데 여행의 만족감은 어떤 좋은 장소나 관광지보다는 만났던 친구들에 의해서 달라졌다.
깔루가에서는 즐거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좋은 사람들만 있었다.
기차에서 잘못내려 버스를 태워주시던 할머니부터 파트너 올가와 다른 많은 올가들, 엘레나들, 그리고 많이 친해진 드리트리와 많은 준비를 한 오거나이저 세르게, 거만하지 않고 친근함을 느끼게 해준 마에스트로들...
역시나 어떤 사건이나 장소보다는 만났던 친구들 덕분에 너무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여행을 계획할 때 인종차별이 걱정되어 유럽에서 탱고를 춘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밖의 일이었다.
나 스스로를 춤못추는 얼굴까만 동양 꼬맹이라 생각하여 많은 걱정을 했지만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그냥 함께 춤추는 친구였나보다.
올가와의 파트너쉽도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다. 밀롱가에 혼자가기 어려우니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워크샵 수업을 신청해가면서 친구를 만들어서 나의 여행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시작 되었기에 글을 쓰는 지금도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처음에 페스티벌 후기를 작성할 때는 마지막에 이런 무거운 기분이 느껴질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냥 어떻게 해야 재밌게 쓸까? 어떻게 써야 좋은 자랑질이 될 것인가? 에 대한 고민한 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러시아 사람들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있고 불친절하며 길에서 총질을 마다하지 않는 마피아였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특히 깔루가에서의 친구들은 모두 친절했고 나를 이방인이 아닌 그냥 친구로 받아주었다.
그렇게 깔루가에서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고 울쩍한 기분에 맥주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깔루가의 흔한 야경
끝!!!
새벽에 쓰는 글이다보니 많이 쎈치해졌습니다.
지금의 느낌은 유치하고 좋은 글은 아니지만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출근 전쟁을 하며 부장에게 욕먹고 후배들의 사고 수습을 하며 협력업체들과 씨름을 하다가 가끔씩 이 글들을 보면서
'맞아. 그 때 그랬었지. 그런 좋은 추억이 있었지. '
라며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cosmo tango festival in Kaluga 후기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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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벌써 많이 읽으셨어요. ^^*.
올가 안녕 ~~~ ㅠㅠ
잼나네!
올가... 다시 만날 날이 언제 올까. 꼭 다시 만나기를...!^__^*
엄청난 글이네요!!! ㅎㅎ 러시아에 제가 갔다온거 같아요!! 이 분 누구지 ㅋㅋㅋㅋ
이별 장면에 잠시 감정이입이 됐었어요~ㅎ 진솔한 맘이 그대로 담겨있어 더 좋아요~~ㅎㅎ
이게 끝은 아니지요? 계속 계속 글 남겨 주세요~~~ 재미있게 읽고, 부럽고.. 그러네요~
아놔.. 눈물이 뫌칵. 잘했어. 잘 지내. 다음 여정도 기대된다.
감동이네. 단테~~글 잘쓴다. 그리고 맘도 이쁘네~
역시 외국에서의 탱고는 색다른 재미가 있죠... 저도 3월말에는 일본 사쿠라탱고페스티벌에 갑니다. 2년전 싱가폴탱고페스티벌에 이은 두번째 해외 탱고나들이... 러시아 탱고페스티벌도 언젠가 꼭 가야겠네요...
단테옵 여행기 잘봤어요~~ 웃음으로 시작해서 기승전뭉클 까지! ㅠㅠ 건강하게 다시봐요!
후기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단테 멋지다~~ 글도 잼나고 현장에 있는 듯 유럽편 벌써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현지인 같아요.. 사진을 아무리 봐도 동양인 안 보이네 ^^
읽는 내게도 우울암 전달되었다능~ 언능 이태리로 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