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대에 서다
- 이송희
남자는 평균대 위에 평생을 서 있었다
두 팔이 흔들리자 짧은 생이 휘청이고
외발로 펼치던 곡예,
허공이 움찔한다
그는 늘 반어적으로 넘어질 듯 걷는다
내려가면 잃을 것 같은 은유의 줄기들
불안을 꼭 쥔 손 하나,
균형을 잡는다
평형을 지키기 위해 수위를 낮추고
수없이 허우적거리다 마침내 착지하면
발등에 빗방울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힘 빼고 천천히 두 발을 옮기면서
맨발이 감지하는 몸의 통점 읽는다
긴장된 표정 몇 개가
불안하게 서 있다
ㅡ『공정한 시인의 사회』(2019, 3월호, Vol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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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어슷한 환경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산 사람들이 학교 동기들입니다
특별나게 잘난 이도 없고, 동떨어지게 뒤따르지도 않았기에 오르락내리락 삽니다
고희 문전에서 아직 평균적인 삶을 누리고 있어서 다들 고만고만하게 삽니다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는 친구가 술을 한 잔도 안하더니만
돌아오면서 친구들 열여섯이 인제 맥주 2병과 막걸리 2병도 남긴다며 탄식하네요
음주 상태로 운전하기 싫어서 그런 것 뿐일텐데 공연히 걱정말라고 했네요^*^
그저 만나서 웃고 옛일을 추억할 수 있음을 감사할 일이지요
오늘이 어제같은 나날 속을 그저 중심잡으며 버티는 연금생활자들의 최대관심사는
부부가 같이 건강하게 사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만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