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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러스트레이션에게 붙잡혀서
도니와의 첫날밤은 꿈도 못꾸었다.
은빛머리의 미남마왕, 도니는
나를 잠시라도 떼어놓지 않을 셈 인가보다.
암암, 내가 죽을 뻔 했으니까!!
그리하여 요정의 모습인 나는
후드를 둘러 쓴 그의 어깨위에 앉아 있는 중이다.
모두 이 더운 날씨에 3명 다 후드를 둘러쓰고 있다.
신분이 노출되면 안되서인가...
어쨌든, 우리가 있는 곳은 마을이다.
내가 깨어나 보니 마을에 있었고..
이프리트는 알아서 돌아간 것 같고,
키타리즈도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많은 시장 골목.
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은 처음본다.
왼쪽서부터,
도니와 나
피르
이드
이 순으로 3열로 쫘악 걸어가고 있다.
이 비좁은 길을..
"피르!! 사람 진짜 많다, 그치?"
피르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응, 근데 난 귀찮아-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고싶다."
옆에 있던 맛있는 음식들을 보면서
계속 혼잣말을 하는 이드.
"폴리모프 한 상태라 배가고파.."
나는 보았다.
도니에게 먹을 것을 사달라는
이드란 남자의 갈구의 눈빛을.
나와 피르, 도니는 그를 무시했다.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건지,
바쁘게 돌아다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요정의 모습인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상하다... 아무도 나를 안쳐다봐아-"
도니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사람이 많은 곳이니까,
내가 너를 숨긴거야. 네 모습은
평범한 인간들에겐 보이지 않아."
"우와, 신기하다. 근데 말이야..
자꾸만 뒤통수가 따갑다아?"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귀가 뾰족한 남자가 나를 계속 쳐다보고있다.
내 목을 원위치 시켜놓고 도니에게 말했다.
"귀가 뾰족한 남자가 나를 노려보고있어.."
내가 말하자 마자 바로 옆 구석길로 빠지는 도니.
그런 그의 뒤를 따라, 앞으로 향하던
이드와 피르도 구석길로 들어왔다.
"엘프다."
낮게 깔려있는 도니의 목소리.
피르가 말한다.
"하이 엘프 같던데요.
왜 이곳에 온걸까요,
마을에 거의 오지 않는 종족인 엘프가."
기지개를 쭉 피며 말하는 이드.
"문제는 그게 아냐,
왜 그가 플린을 쳐다보았는지,
지네 숲속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요정을 말이야."
이드는 나른하게 말하면서도,
말투는 심각했다.
얘기하고 있는 우리들의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경계를 하고있는 듯한 도니.
나는 그의 어깨에 가만히 앉아 엘프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옆엔 이드와 피르가 서있다.
"... 요정여왕이군요,
그냥 신기해서 쳐다본 것 뿐입니다.
아, 소개가 늦었네요
전 하이엘프 가툰 입니다.
당신들을 저희 숲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초대란다, 엘프 숲은 어떨까...
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친다.
"도니이~ 우리 가자!!"
이드가 도니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엘프는 착하니까, 괜찮을 것도 같은데.."
"...허튼 짓이라면"
"그럴리가요."
착하고 순해보이는 하이엘프 가툰.
그리하여 우리는 가툰을 따라 걸어갔다.
상당히 외진 길로 걸어간다.
이상한 나무터널을 지나 들어간 곳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엄청이나 신기하다.
꽃으로 뒤덮힌 요정집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곳은 나무로 덮여있는 곳.
간간히 꽃들이 약간씩 피어있다.
나무에 올라가 기대서
음악을 연주하던 엘프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엘프들이 그 높은 곳에서 사뿐히 뛰어내려와
"환영합니다." 라고 말하며 예쁘게 미소짓는다.
"안녕하세요-"
나와 이드, 피르의 인사.
"..후드를 벗어도 되겠지?"
후드를 벗으며 얼굴을 들어내는 우리 일행들.
엘프들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돌아왔다.
"마계의 주인이시군요.
마족 2분과 드래곤 한분이라...
저분은..."
초록색의 그리 길지 않은 머리인 엘프가 말을 더듬는다.
"여,영광입니다."
도니의 어깨위에 계속 앉아있던 나에게
정식으로 인사하는 여자엘프.
"에..에??"
난 적찮치 않게 당황하였다.
가툰이 말했다.
"우리 가족들이여,
이분은 보시다시피
요정여왕이십니다."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도니와 피르, 이드는 무슨일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꽃과 나무는 함께 살아가는 것.
편히 쉬다 가세요."
우리 때문에 멈추었던 숲속의 주가 다시 들려오고
가툰이 방을 안내해주었다.
"방이 2개면 충분하시겠죠?"
웃으며 말하는 가툰.
아마, 도니와 나의 F자 모양의 증표를 보고 안 것 같았다.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가툰을 보낸 후
난 닫혀있던 문을 열어 심호흡을 하였다.
숲이라 그런지, 나뭇잎 향내가 참 좋게만 느껴진다.
"무슨일인지, 도통 모르겠어."
고개를 흔들며 침대에 눕는 도니.
"야! 아도니스, 그게 문제가 아니야
꽁짜로 먹고 자는거다, 아싸!!"
"...래드드래곤 수장의 아들 이드님,
체통을 지키세요."
우리의 맞은편 방에서 신나게 방방 뛰어대며
팔과 다리를 흔들면서 춤을 추는 이드를
피르가 다가가 그의 손을 저지한다.
"힝, 피르는 무서운 여자!"
피르에게 하트를 날리며
식사하러 내려가는 이드.
"주군, 내려가자-"
엘프가 만든 음식도 체험 할 겸 나는 서둘렀다.
"도니!! 인나!
배 안고파아?"
나는 그의 은빛 긴머리카락을 잡아댕겼다.
벌떡 일어난 도니.
꽤나 피곤한 가 보다.
하얀 피부와 대조되게 그의 보랏빛 눈동자 밑엔
나 피곤해 죽겠다를 표시해 주는
다크써클이 아주 약하게 생겼다.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뒤에서 생각에 빠졌다.
어젯밤 날 찾느냐고 그런건가...
잠도 못잤을 텐데.
이제부터 잘해줘야겠다!!
불타오르는 나의 의지.
계단을 내려가 식당을 찾았다.
가보니, 모두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엘프들이 보였다.
나와 도니는 벌써 식사하고 있는 이드와 피르 곁에서
날아다니며 피르에게 달라고 했다.
피르가 빵 조각을 잘라주더니, 나에게 주었다.
"주군, 주군은
이것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
난 피르에겐 아주 작은 양이지만,
나에겐 큰 빵을 들고 아그작아그작 거렸다.
빵에서 허브향이 난다.
후아- 진짜 맛있다..
요정빵을 먹으니, 허기가 든든해 진 것 같다.
빵을 다 먹었으니, 수프를 먹어야지.
숟가락을 힘들게 움직이려는 나.
피르가 그것을 보더니,
숟가락으로 수프를 뜬 후 말한다.
"자, 아~"
"아~"
난 아주 입을 크게 벌렸다.
왜냐면 나에겐 숟가락이 너무나도 크니까.
"맛있다, 맛있어-."
식사하던 엘프들이 동작을 멈추고
하얀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나를 신기한듯 바라본다.
먼저 식사를 끝낸 나는
식당을 빠져나와
높이 높이 날면서 엘프숲을 구경하며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커다란 나무 위에 있는 자그만 집 창틀에
아주 작은 꽃화분이 있다.
"어... 다른건 다 폈는데, 이건 피지 않았네?"
점프하여, 높은 곳까지 착지 한 초록머리 엘프.
"어... 당신은 아까 그.."
초록머리 엘프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우리 엄마가 죽은자리에서 생겨난 식물이에요."
잠시 멍- 해진 나.
그녀가 이어 말했다.
"엄마가 수명을 다 채워, 돌아가실때
외로워하지 말라고 둔 꽃 같아요.
한 20년 된 것 같은데, 피지 않아요..
엄마 생각이 들면 맨날 보는 꽃인데,
절대 피지 않아요..
.....부탁해요.
엄마의 꽃을 피워주세요."
그녀가 눈물을 떨군다.
나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다가가
내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훔쳐 주었다.
"울지 마세요."
난 창틀에 있는 꽃으로 가 손을 모아 말했다.
"bloom."
내 손에서 하얀 빛줄기가 맴돌며
꽃봉오리를 감았다.
'톡, 토톡-'
꽃봉오리가 터지더니,
고스란히 피어나는 노란색 꽃.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노란색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요정여왕이시여."
행복해보인다.
뿌듯한 마음.
울던 누군가를 내가 웃게 해주었다는게
정말로 기쁜 일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플린-!!!!!!!!!"
메아리 치는 도니의 목소리.
"앗, 도니다아-
그럼 소녀여, 안녕-"
나는 그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단번에 도니에게 날아갔다.
"헤헤, 도니-"
"어딨던거야, 찾았잖아."
"나, 되게 착한 일 했다?!"
"..무슨일?"
도니가 싱글벙글 웃는 나를 보고 묻는다.
"울던 누군가를 웃게 만들어 준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인거 같애~"
난 흥얼거리며 도니와 함께 방으로 올라갔다.
우리 방으로 들어가보니, 이드가 있다.
"네가 왜 여깄냐?"
눈썹을 크게 치켜뜨며 묻는 도니.
"넌 나랑 자야지."
그런 이드의 대답에
도니의 눈썹은 심하게 웨이브를 타더니
도니의 한 손이 이드의 뒷덜미를 잡고서는
옆방문을 열고서 휙 하고 던져버렸다.
얼마 되지도 않아서 피르의 고함이 이쪽 방까지 들려왔다.
난 날아가 문을 열고 소리쳤다.
"무슨일이야!!?"
내가 본 광경은 이렇다.
씻고 이제 막 욕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늘씬한 몸을 어설프게 가리고 있는 피르와,
그것을 헤벌레 하고 바라보고 있는 이드.
"래이안드니-임!!!!!!"
나는 아직까지도 헤벌레- 하고 있는 이드의 옷깃을 잡고
힘들게 복도로 데려나왔다.
"이드, 그대는 무엇을 봤는고."
계속 입을 벌리고 있는 이드.
"화려한 피르의 몸매를...."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난 그를 내비두고 슬그머니 도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마자 옆방 피르가 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바로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
난 도니를 쳐다보았다.
방금 샤워하고 나온 듯 한 도니.
"이드녀석, 실컷 맞으라고 해."
"이드가 씻고 나온 피르의 몸을 봐서 그래."
"그럼 책임을 져야지.
설마 사내가 그거 하나 못하겠어?"
피르와 이드 커플이라...
"그것도 좋겠다!!"
침대에 앉아있던 도니가 말했다.
"너 안씻어?"
아, 맞다..씻어야지.
룰루랄라-
욕실로 들어갔다.
일단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 온 후 운다인을 불렀다.
운디네가 아닌 운다인을 부른 이유는
첫날밤은 특별하니까!!
운디네보단 좋은 운다인의 실력.
(씻겨드릴까요?)
"응응!! 깨끗하게 씻겨줘야해!"
운다인이 내 몸을 감싸안았다.
후아-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이내 사라지는 물.
"고마워!! 운다인-"
(뭘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난 운다인을 보낸 후 가운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머뭇머뭇 거릴수 밖에 없던 나.
얼굴이 뜨거워졌다.
"뭐해, 안오고-"
피식피식 웃어대는 도니.
나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코까지 올리고 눈을 감았다.
자려고...
"안돼지!"
막 긴장이 된다.
심장이 아주 크게 두근두근 거린다.
"무서워 하지마...
이제 넌 진짜 내꺼란 거야..
...사랑한다, 플라네린."
긴장했던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듯이
귓속말을 하는 도니.
너무 고마워.
첫날 밤. 난 어리숙하게,
그의 몸과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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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피우는 아이 [다시 시작된 허니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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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0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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