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관한 속설들

[최상호]

안녕하세요.

속설을 잘 믿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보이는 게 많아 주변 눈치를 살펴야 해서 그렇다나 어쨌다나.

그러나 눈이 단춧구멍보다 작은데도 겁이 겁나게 많은 이를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속설을 잘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눈은 마음의 창’! 눈에 마음이 담기고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가끔 거울 속 내 눈을 봅니다. 동태눈입니다.

눈동자는 선명하지 않고 흰자위는 탁한데다가 군데군데 실핏줄이 터졌고 회백색 멍울이 박혀 있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마음이 탁해 동태눈이 되었는가, 동태눈이어서 마음도 이리 탁한가 물어봅니다.

그래도 ‘동태눈’이란 말은 정겹지 않나요?

 명태를 말리지도 않고 얼린, 동태라니, 그 눈을 닮았다니!

한국어에는 눈매를 다른 사물이나 동물에 비유한 낱말이 풍부합니다.

‘동태눈’을 비롯하여 눈의 모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낱말로

‘거적눈, 방울눈, 뱀눈, 뱁새눈, 샛별눈, 좁쌀눈’이 있습니다.

이런 눈은 타고난 거라 어쩔 수 없지만,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시시때때로 달리 뜰 수 있는 눈도 있습니다.

누구라도 앉은자리에서 ‘도끼눈’을 떴다가 ‘실눈’을 뜰 수 있고,

순식간에 ‘송곳눈’으로 바꿔 뜰 수 있습니다.

눈으로 할 수 있는 동작도 여럿입니다.

우리는 수시로 눈을 내리뜨고, 치켜뜨고, 부라리고, 희번덕거리고, 흘깁니다.

가끔 뭔가에 눈이 ‘뒤집히’기도 합니다.

눈은 한 사람이 가진 재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글을 많이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글눈’을 뜰 수 있고요.

‘길눈’이 밝은 사람도 있고, ‘밤눈’이 어두운 사람도 있잖아요?

눈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사리 분별을 잘하는 사람을 ‘눈 밝은 사람’이라고 했을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