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민화속 물고기 그림의 의미

[주물럭]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물고기들이 그려진 민화에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자료들을 찾아보고 나름대로 그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어떤 의미를 담아 물고기를 그렸으며 그 그림에 담은 의미에 따라 어떤 바람을 가지고 살았는지 그 당시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의 하천 및 저수지, 호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을 사육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1.   잉어

우리나라의 민화 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물고기 그림이 잉어가 아닌가 합니다. 이는 [등용문]이라는 말이 생긴 고사가 그 배경입니다. 중국의 양자강 상류 용문지방에 용문폭포라는 큰 폭포가 있는데 봄철이면 도화랑이라고 하여 복숭아 꽃이 필 무렵 강물이 불어나서 거슬러 흐르게 되는 물결이 일어나고 이 때 늙은 잉어들이 용문에 모여들어 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다투어 폭포를 뛰어오른다고 합니다. 그렇게 뛰어올라 거센 물결을 이겨낸 잉어가 여의주를 얻어 용이 되는 것처럼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출세하는 것을 [등용문]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거센 물결을 뛰어넘어 용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잉어의 모습을 장원급제를 하여 출세하기를 바라는 선비라 생각하고 잉어가 폭포를 뛰어올라 용이 되는 것을 과거에 급제해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이런 의미로 잉어를 그린 그림을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라고 하며, 대표적인 그림이 약리도(躍鯉圖)입니다.

 

또한 옛 건축물에서도 잉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조선시대 전시를 시행하던 장소인 창덕궁의 영화당 옆 부용지라는 연못 축대를 보면 잉어 조각이 있어 선비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양명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민화 속의 잉어는 과거급제를 하여 높은 관직에 올라 출세하려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성공하기 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힘쓰는 것과 같은 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적대신 멋진 잉어가 그려진 민화를 학생들 방에 하나쯤 걸어두는 것은 어떨까요?

2.   쏘가리

쏘가리는 궐어(闕魚)라고 하기도 하며 궁궐(宮闕)의 궐과 발음이 같아 쏘가리를 궁궐로 생각하고 과거를 통해 대궐로 들어간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특히 쏘가리가 낚시 바늘에 꿰여있는 그림은 벼슬자리를 꼭 잡아서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이는 잉어를 그린 그림과 같은 의미를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쏘가리만 그린 그림의 의미이고 복숭아와 쏘가리를 함께 그린 그림의 경우 시화일체 사상을 의미하여 시와 그림의 어우러짐을 은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3.   메기

옛 문헌에 메기는 대나무에 오르는 재능이 있어서 물이 내리 흐르는 곳이 있으면 훌쩍 뛰어 넘어서고, 대나무 잎을 물고 계속 해서 뛰면서 대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규보의 시 <우용동파시운증지>를 보면 “메기가 대나무에 오르는 것이 왜 그리 더디뇨, 부끄럽게 벼슬길 옛날과 다름없네”라는 시가 있답니다. 그러니 메기 역시 출세를 상징합니다.

 

결국 잉어, 쏘가리, 메기는 입신출세를 뜻하는 물고기이고
지금은 잘 알려져 약간 어이없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선조들은 메기와 같은 류인 가물치가 나무 위를 잘 뛰어오르며 나무 위에서 교미한다 여겼다고 합니다.

4.   세 마리 물고기 - 삼여도(三餘圖)

물고기를 그린 민화들에 등장하는 물고기의 수는 일정한 형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 세 마리의 물고기를 그린 그림을 삼여도(三餘圖)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에서 고기 '어(魚)'와 '여(餘)'의 독음이 서로 같기 때문에 물고기를 '여(餘)'로 표현한 것이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삼국지의 위지 왕숙전 중에

어떤 사람이 동우라는 이에게 배움을 청하자 책을 백 권만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며 거절하여, 그 사람이 매일 쪼들리고 바쁘지 않은 날이 없어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자 동우가 말하기를 학문을 하는 데는 밤, 겨울, 비 오는 날의 세가지 여가만 있으면 충분하다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세 마리의 물고기를 그린 그림은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세 가지의 여가 즉, 삼여(三餘)를 잘 활용하라고 말하며 학문하는 태도를 바르게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 마리의 물고기는 밤, 겨울, 비 오는 날의 세가지 여가를 의미하여 삼여도(三餘圖)라 합니다.

 

5.   그 외의 여러 가지 의미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 밤낮 눈을 뜨고 있어 삿된 것을 경계하고 물리칠 수 있다 여겨 벽사의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쌀 뒤주에 물고기 모양의 자물통을 달고 장롱 서랍 등에 물고기 모양의 손잡이로 장식을 합니다.

또한 많은 알을 낳아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고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금슬은 전설의 물고기 비목어(比目魚) 때문인데 눈이 하나밖에 없어 암수가 나란히 하여야 헤엄을 칠 수 있다고 여겨 금슬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물고기들이 해초와 꽃, 나무, 바위 등과 어우러져 평화스러운 정경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현실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여덟 폭, 열 폭의 병풍에 꽃, 수초, 바위와 함께 갖가지 물고기 백 마리를 그려 수중세계를 들여다보는 백어도(百魚圖), 축하 '하(賀)'와 화합 '합(合)'과 독음이 같아 회갑, 진갑 등 잔치에 선물용으로 사용된 새우와 조개를 그린 하합도(鰕蛤圖)가 있다.

잉어태몽 : 아들을 얻을 길몽
두 마리의 잉어 : 대과, 소과의 두 번의 시험에 모두 급제하라는 뜻
연꽃과 두 마리 잉어 : 대과, 소과의 두 번 급제 축수
조개는 여성생식기, 굽은 새우는 노인을 상징하여 함께 그리면 부부의 백년해로
갈대와 기러기 : 노안도(갈대와 기러기 안의 한자음을 노인의 편안함으로 바꾸어 생각)
갈대 잎과 두 마리의 게 : 이갑전려(二甲傳麗)라 하여 전려도라 부르며 두 번의 과거에 모두 장원함(전려란 과거에 장원한 사람에게 임금님이 하사했던 음식을 뜻하며 <갈대>가 전려를 상징)
게 + 갈대 + 등 굽은 새우 : 봉록과 장수, 부부해로

 

6.   사찰의 종

사찰에 있는 종을 살펴보면 종을 매다는 부분이 용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용의 아홉 아들 중의 포뢰라는 한 아들이 울기를 잘하였고 특히 고래를 보면 무서워서 큰 소리로 울었다고 하여 종을 매다는 부분은 용 모양으로 만들고 종을 치는 나무는 물고기(고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물럭]

예전에 겨울나무님이 게시한 글을 보고 자료를 찾아 내용을 조금 보충해보았습니다. 그림들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림들 중에 몇 가지 골라보았는데 문제 없겠지요?? ^^;;

[narcinark]

물고기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림하나하나마다 물고기들의 특징이 살아있는 것이 눈에 띄네요~ㅋㅋ

[주물럭]

꼭 물고기가 아니라 다른 민화들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 의미를 아니까 왠지 더 끌리는 듯~~~^^

[이성진]

좋구나...^^

[주물럭]

그쵸~~^^

[각시붕어]

물고기 사육에다 이젠 학술적으로 너무 심취하는 것 같은데
공부야 계속 쭉 해야겠지 . 오늘이 입춘이네 앞으로 할일 이 많겠다. 하는 일이 잘 될길 기도 할꼐. 날이 풀리면 안동에 도 다녀 와야 하는데
갈 기회가 있겠지...^^ 오늘도 좋은 하루...

[주물럭]

그냥 그런 내용이 있길래 잠깐 찾아본거예요 ^^ 재미있어서~~~

[런던피뤠미]

재밌게 잘봤네요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주물럭]

잘 봐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코란도쏘나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주물럭]

잘 읽으셨다니 저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