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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폴란드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밤에 글을 씁니다.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 내일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로 떠납니다.
폴란드에서는 재미있는 여러가지 일도 있고 해서 후기 작성 할 시간이 잘 나지 않았답니다.
그럼 후기 시작!!
드디어 발틱 3국에서의 첫 번째 나라 에스토니아에 도착했다. 수도 탈린이라고 하는 곳인데 지도 상으로는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서쪽,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남쪽으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주 작은 도시이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탱고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전에 이 곳에서 2박을 했다.
쉥겐 지역의 첫 번째 국가이기도 하고 러시아 축구 대표팀 단체 때문에 입국 심사가 오래 걸렸다.
심사원은 컴퓨터로 여러가지 확인을 했지만 많은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온 사람은 오랫만이구나. 어떤 목적왔니?
투어리즘.
쉥겐 조약에 대해서는 알고 있니? 쉥겐 국가에는 얼마나 있을 예정이니?
맥시멈 2달.
리턴 티켓은 있니? 어디에서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니?
있음. 프라하에서.
웰컴 투 에스토니아 란다. 해브 어 나이스데이 하렴.
땡큐.
에스토니아의 첫 인상은 아주 친절한 직원 덕분에 좋았지만 난 피곤하기도 했고 더 이상의 자세한 대답은 필요가 없기에 사무적이고 딱딱하게 단답으로 대답했다.
입국 심사때 쓸때없이 말을 많이 하게되면 귀찬은 경우가 가끔씩 발생하기에 되도록이면 말을 아끼는 편이기도 하다.
수도의 유일한 공항이지만 아주 작은 공항이었다. 오랫만에 친절한 영어 표지판을 따라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노선도가 아주 친절했지만 내가 타야하는 버스에서 내려서 1키로를 조금 더 걸어가야 하는 것 같았다.
곧 버스가 도착해서 탔다. 버스 요금을 유로로 기사님에게 지불하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시내로 가는 버스가 아니니깐 같은 번호의 버스 다음 차를 타라고 했다.
어르신들 영어 클라쓰~~~
잠깐 짧은 지식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발틱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소련에서 독립하기 전까지 러시아어를 사용했으며 각국의 언어가 생긴 역사가 짧기에 모국어를 못하고 러시아어만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들었다.
혹시 틀린 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길....
버스에서부터 소련의 그 삭막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화폐도 유로를 사용하고 뭔가 유럽유럽한 냄새가 났다.
그렇게 다음 버스를 타고 시내에 도착하였고 또 다시 무거운 캐리어를 이끌고 숙소에 도착했다.
1층에서 벨을 누르니 문을 열어줬고 호스텔 직원이 마중까지 나왔다.
그리고 예뻤다.
설마 탈린도 나랑 뭔가 잘 맞을까?
안녕? 내 이름은 나탈리아야. 여권좀 잠깐 주지 않을래?
난 안단테야 (실제로는 실명으로 얘기함). 탈린은 나랑 뭔가 잘 맞나봐?
뭐라고?
아... 아니야......
아직 체크인 시간이 2시간 남았으니 짐을 맡기고 놀다 오렴.
피곤한데 공용룸에서 좀 쉬면 안될까?
그렇게 하도록해. 차 한잔 마실래?
오우~ 고맙지. 왜냐하면 너는 예쁘니깐.
뭐라고?
아.... 아니야......
이때의 날씨는 러시아 보다 추웠고 항상 어두워서 차 한잔이 너무 좋았다.
공용룸이 뭔가가 소울이 있었는데 지금은 비수기이고 성수기에는 호스텔 주인이 매일 음악 공연도 하고 손님들과 함께 노래도 부른다고 했다.
잠깐 누워 있는데 어떤 남자사람이 체크인을 했다. 그 녀석도 역시나 체크인 시간이 남았기에 공용룸으로 들어왔다.
키가 나랑 비슷하고 약간 마른체형의 백인이며 흔한 유럽의 털보였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내며 대화를 해봤다.
안녕? 내 이름은 '형' 이야. 한국에서 왔지.
난 찰스. 영국놈이야.
반갑다. 소련으로 가서 중앙 아시아 여행을 하면서 8개월 정도 뒤에는 서울에 도착할거야. 그곳에서 영어 선생질을 할 예정이지.
이 친구 말투가 끝을 흐리멍텅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서울에서 영어 선생질 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반갑네. 난 서울에서 소련을 거쳐서 여기로 왔는데 우리 완전 역방향으로 가다가 만났구나. 러시아 돈 동전 남은거 좀 있는데 줄게.
우와~~!!! 난 공짜는 다 좋아. 정말 고맙다. 너랑 뭔가가 통하는 것 같아.
이 친구 좀 가벼워 보여서 서울에서 영어 선생질을 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흔한 호스텔에서의 대화를 이어가다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는데 러시아의 여자 얘기로 내가 시동을 걸었더니 찰스는 갑자기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만난지 30분만에 여자 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 친구 여자를 좀 밝히는 것 같아서 서울에서 영어 선생질을 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너 취직자리는 구하고 서울 가는거야?
아니, 가서 구해봐야지.
시간이 되어서 체크인을 했는데 찰스와 같은 방을 배정 받았다.
체크인을 하고 나만의 착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혹시나 찰스가 같이 가자고 할까봐 샤워를 하는 사이에 몰래 나왔다.
그때는 그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나의 발길이 움직이는 곳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식당이었다. 왜냐하면 배가 고프니깐...
에스토니아 식으로 먹고 싶어서 식당에서 직접 만든다는 맥주와 에스토니안 스타일 샌드위치를 시켰다.
배가 아주 고팠는데 쥐똥만큼 나왔다.
저 깃발 꼽느라 오래 걸렸는지 저 빵쪼가리 나오는데 30분이나 걸렸다.
잘생긴 주인장이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맛있게 먹으라며 느끼하게 웃었다.
뭔가 이곳에서는 남자가 꼬이는 느낌이다.
이제 올드타운을 돌아보기로 했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사먹는 계피 땅콩도 사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아직도 그 맛이 그립다.
손이 시려워서 주머니에 넣고 걸어다니면서 하나씩 먹다가 찰스가 생각나서 조금 남겨두었다.
언덕을 계속 오르다가 마을 꼭대기에 도착했다.
정말 작은 동화속 마을 처럼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예쁘던지 사진으로 그 느낌을 다 표현하지 못함이 너무나 아쉽다.
비수기라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편안해 지는 기분을 느끼며 한참을 먼곳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또 무슨 기분인지 이곳에서도 많이 울었다.
슬픔과 홀가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우는 얘기 지겨우실까봐 그 때의 자세한 감정 묘사는 생략하겠다.
이번 여행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겪어보기 힘든, 정말 아주 많이 힘든일이 있었기에 시작되었다고 잠깐 말씀드리겠다.
혹시나 시간이 허락되고 나의 감정이 아주 조금은 정리 된되면, 더욱더 많은 그 때 느낀 감정의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게 되면 그 계기에 대해서 밝힐 수도 있겠다 생각된다.
물론 솔땅에도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긴하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 울음이 멈출 때 까지 기다렸다가 느린 걸음으로 아주 천천히 그 곳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없었고 나에게는 그저 리가 탱고 마라톤에 참가하기 전에 잠깐 쉬어가는 도시였다.
그래도 밀롱가 정보는 있었는데 내가 머무는 동안 열리는 밀롱가는 없었다.
위 사진 중 마지막 사진은 올드타운의 흔한 회사 사옥 건물이다.
그냥 억지로 꾸며진 동화나라가 아니라 예전부터 계속 존재해온 그런 곳이고 실제로 저 건물중에는 학교도 있고 공공기관도 있고 식당도 있고 옷가게도 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깐 낮잠을 자기로 했다.
찰스가 깨워서 일어났다.
형~ 형~
왜!!!
살아있네? 난 형이 죽은줄 알았어.
????
시계를 보니 아침 8시다.
전 날 저녁 5시 조금 넘어서부터 자기 시작했으니 찰스가 오해할만하다.
나를 걱정해준 고마운 마음에 먹다 남은 계피 땅콩을 줬다.
형~ 고마워. 진짜 맛있다.
뭔가 남자만 꼬이는 기분이다.
갑자기 모스크바 호스텔의 빤쓰걸이 그리워졌다.
주방에 갔더니 엄청 예쁜 미녀가 차를 마시고 있기에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
안녕. 나는 오늘 교대한 리셉션 직원이야. 차 한잔 마실래?
직원이구나.
여기 주인장은 사업을 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호스텔이 남탕이더라....
응. 땡큐. 너희 사장은 장사 수완이 좋구나?
응? 뭐라고?
아...아니야.
그런데 나 어제는 올드타운 다 돌아봤는데 오늘은 뭐해야 하니? 내일이 체크아웃이야.
그러자 미녀는 지도를 보며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아니...
그녀는 지도를 보며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나와 아주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설명해주는데 샴푸냄새가 좋았다.
밖으로 나와서 그냥 바닷가를 가보기로 했다.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내가 방법을 모르는 건지 항구에서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항구 구석구석을 돌아봤는데도 답이 안나와서 식사를 하러 올드타운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재밌는 곳을 발견했다.
싸다 마켓!!!
그리고 잠시 후 헬싱키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하니 핀란드 사람들이 다들 한손에 캐리어를 이끌고 싸다마켓으로 향했다.
마치 서울 면세점의 당나라 천만 대군을 연상시켰다.
그냥 대형마트인데 술종류가 아주 다양했고 주류코너만 솔땅 연습실의 2배는 넘어보였다.
그리고 핀란드 대군들은 술과 담배를 캐리어에 담기 시작했다. 아니, 쓸어 담다 못해 쏟아 넣었다는 표현이 좀 비슷하겠다.
북유럽의 물가는 살인적이기에 헬싱키에서 2시간 동안 배를 타고 싸다마켓에 장을 보러 온다고 들었다. 그리고 관광지도 아닌 항구 근처에는 호텔이 많았다.
싸다마켓을 구경하다가 바나탈린이라는 탈린 전통주와 다음 날 아침에 먹을 빵을 샀다.
바나탈린은 아이스크림 맛, 초코 맛, 오리지날이 있어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3가지 다 샀다.
그런데 싸다마켓은 나의 기준으로 별로 싸지는 않았다.
싸다마켓에서 나오니 항구는 고요하여 정막함이 감돌았다. 잠시 후 또 다시 배가 도착하였고 핀란드 백만대군의 습격을 받기 시작하여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잠시 쉬기 위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바나탈린 아이스크림 맛이 궁금하여 한모금 먹어보고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맛이라 판단하여 숙소 주방의 양념통 사이에 마치 참기름인양 끼워넣고 식사를 하기 위해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사슴국밥을 파는 집이 유명하다하여 그곳으로 갔다.
이 입구를 보고 들어가서 장난끼가 발동하여 카운터에 있는 이모님께
길드에 가입하러 왔소만?
이라고 했더니
아주 크고 걸걸한 목소리로
시끄럽고 뭐 먹을거야?
사슴국밥이요.
밥 없어.
그럼 사슴국 주세요.
또??????
빵주세요.
고기? 야채?
고기요.
너에게 파이를 주겠어.
그래서 사슴국밥은 못먹고 사슴고기가 들어간 사슴국빵을 먹었다.
사슴국 2유로, 파이 2유로를 계산했는데 유럽에서 먹어본 음식중에 제일 맛있었다.
그리고 좀 욕쟁이 할머니 식당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한테만 소리 지르는게 아니라 다른 손님에게도 그러는 것으로 보아 컨셉인듯 하였다.
아직도 가끔씩 그 때의 그 사슴국이 생각난다.
신시가지를 구경하기 위해 5분정도 걷다가 귀찬아져서 그냥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잠을 청했다.
또 다시 찰스가 깨워서 일어났고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갔다.
탈린에서의 마지막 밤이기에 비싼 음식을 먹기로 결정하였고 돼지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격은 15유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
그리고 탈린의 물가가 사랑스러워졌다.
더 이상 사진 첨부가 되지 않아서 절단하고 바로 이어쓰겠습니다.
첫댓글 1빠 댓글...잼나게 잘 읽고 있어요. 또또또 얼릉 써주세요.
늘 잼나게 보고 있어요
힘든 후에 시작한 여행이신 듯 한데
흘린 눈물만큼~ 걸은 걸음만큼~
가벼워져 오시면 좋겠다는요
읽는 이들을 즐겁게 해 주셔서 감사~!!
다음 글을 기다리며 응원하게 되네요
찰스에대한너의생각은 옳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4.04 16:26
토닥토닥~!
찰스에게 말해주지, 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