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玄)과 현묘지도(玄妙之道) (2)
1. 역사 속에 드러난 현묘지도(玄妙之道)
현묘지도는 모든 사고를 소통시킬 수 있는 우리나라의 풍류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실현된 적이 있는가? 첫째는 우리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 나타난 홍익인간(弘益人間 ;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과 재세이화(在世理化 ; 이세상에 하늘의 이치를 교화한다)에서 그 정신을 찾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삼국통일을 가능하게 한 사상으로 화랑도 정신을 들 수 있다. 화랑도 정신은 원광법사(圓光法師, 542~640)가 지은 화랑도 세속오계(世俗五戒)에 잘 나타나 있다. 그것은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이다.
“화랑도 정신은 세계사상 유례가 드문 천년왕조의 영광을 누리게 하였고, 간접적으로는 후대에 와서 민족사의 흐름 속에서 거세게 밀어닥친 외래문화의 물결 속에서도 우리 민족 특유의 순수선량하고도 의연한 민족성을 이어오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 고려왕조의 처절한 항몽정신(抗蒙精神)과 조선왕조의 의리사상, 한말의 의병정신, 그리고 일제하에서의 독립정신 등으로 이어지는 불굴의 민족정기가 되었다.”
현묘지도의 풍류정신은 새마을 운동과 재건 운동으로 경제적 성장을 이룬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신바람은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빠른 속도로 백성들의 지위를 높인 정치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축구월드컵을 성공시키면서 온국민을 한덩어리로 만들었다. 이제는 문화선진국으로서 한류열풍을 불러일으켜 세계의 리드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빠른 성장으로 인한 여러 모순(이념, 분배, 세대, 젠더갈등 등)과 사회적 문제(자살율과 이혼율 증가, 저출생 등)을 안고 있지만 이것 또한 현묘지도의 풍류사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개인에게 드러난 현묘지도
현묘지도의 풍류정신은 ‘차이’보다는 ‘같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다. 차이만 보는 것은 작은 생각이고, 같음을 보는 것은 큰 생각이다. 그 전까지 차이로만 인식된 것에 대해 그 이면까지 꿰뚫어 봄으로써 같음에 이르게 되는 정신적 성장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때의 즐거움은 황홀한 것으로 신바람을 불러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밝은 기운을 전파한다.
1) 필자의 생활 체험 :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
◾ 부도로 인한 가난을 겪어서 좋았다 :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술과 담배를 끊는 등 절약과 검소를 익혔고, 경제문제로 열등감과 우월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 큰병이 들어서 좋았다 : 간경변을 극복하면서 음식,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었고, 병의 고통이 일상의 행복을 증진시킴을 알게 되었다.
◾ 큰 미움이 있어서 좋았다 : 크게 미워한 사람을 포용하면서 사랑의 마음을 키웠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나를 인간적으로 성숙시켜주는 사람임을 알았다.
2) 동양사상들의 귀결 : 상반된 것들의 같음
◾ 불교의 즉(卽)과 불이론(不二論) : 생즉사(生卽死)와 생사불이(生死不二)
◾ 도교의 현동이론(玄同理論, 노자)과 제물론(齊物論, 장자)
◾ 주역의 음양론(陰陽論)과 신유학의 이기론(理氣論)
3) 현묘지도의 일상생활에 적용 : 여식체행(餘食贅行, 잔밥과 군더더기 행위)
◾ 지위와 권력의 고저(高低)와 명예와 재산의 다소(多少)로 사람을 평가 못함.
◾ 잘나고 못남, 머리가 좋고 나쁨으로 열등감과 우월감을 가질 이유가 없음.
◾ 젊음과 삶이 좋고 늙음과 죽음은 싫다고 할 이유가 없음.
◾ 모든 인간의 대등함 → 모든 생물의 대등함 → 모든 존재의 대등함
◾ 모든 존재의 생성과 소멸의 국면들이 모두 황홀함 (궁극적 존재의 작용)
차시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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