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한 마리의 비둘기가 붕새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새는 곤이라는 길이가 수 천리나 되는 물고기가 제가 사는 북명이라는 바다에서 남명이라는 먼 남쪽 바다로 날아가기 위하여 변신한 새입니다. 붕새 역시 날개의 길이가 수 천리에 이르고 그 새가 날 때면 그 그림자가 지상을 덮는다고 합니다. 곤이 물을 차고 오를 때 그 파도가 삼천리 밖에까지 이르고 붕새가 바람을 타기 위해선 구만 리 창공까지 날아 올라야 한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비둘기는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이켜 봅니다. 자신의 집은 한 나무에 몇 개의 나뭇가지를 틀면 그만이고 먹이는 이 나무 저 나무의 열매나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곡식 알갱이면 충분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나무 몇 그루와 저잣거리의 풍성함만으로도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왔습니다.
비둘기가 듣기엔 곤이라든가 붕의 세계는 가히 우주적 상상력이라고 할 만합니다. 또한 구체적 사물을 뛰어넘는 추상적 사고의 도래이기도 합니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 갑자기 무한과 영겁의 세계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나뭇가지 끝에 앉은 비둘기에게 생애 최초로 자유에 대한 갈망과 불안이 함께 엄습한 순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