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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에 나오는 적우(賊友)를 경계하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적우란 좋을때 이익만 쫓다 불리하면 서로 배척하는 진실도가 낮은 우정을 가장한 거래적 인간관계를 말합니다. 적우의 출전은 명나라 사람 소준(蘇竣)이 쓴 계명우기(鷄鳴偶記)입니다.
곰과 두친구라는 제목의 이솝 우화입니다.
어느 날 두명의 친구가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숲에서 곰이 나타났다. 그들은 곰을 만나 생명의 위협을 받자 그중 한 명의 친구가 길가에 있는 나무로 달려가 재빨리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는 가지 뒤에 몸을 숨겼다. 하지만 다른 한 친구는 도망도 가지 못하고 그저 땅 바닥에 누워 죽은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곰이 다가와서 그의 주위를 맴돌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숨을 죽이고 꼼짝 도하지 않았다. 곰은 절대 죽은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기 하게도 곰은 그를 정말 시체로 생각하고는 그냥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곰이 사라지자 나무위에 숨었던 친구가 내려와서는 곰이 그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위험이 닥쳤을 때 나를 버리는 친구와는 절대 함께 여행하지 말라고 하더군.
논어 자한(子罕) 편에 세한 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즉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정도 평소에는 변함없는척하다 역경에 처하면 진면목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 힘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시안적인 이해관계에 얽힌 연대와 사퇴 그리고 대통령선거때 단일화에 협조한 인사에 대한 비정한 견제 현상을 보면서 이솝 우화에 나오는 곰과 두친구의 이야기를 떠 올려 보았습니다.
‘청치가(statesman)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인(politician)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는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노동개혁 등과 더불어 임기내 국정 수행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어 비록 약속 어음이긴 합니다만 일단 statesman급 정치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문합니다만 필자가 알고 있는 최고의 statesman은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을 역임한 링컨(Abraham Lincoln)입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천신만고 끝에 연방을 끝까지 지켜 냈습니다. 당시로서는 난제 중에 난제인 노예해방을 주도했습니다. 링컨은 우리와 똑 같은 보통사람으로 태여 났습니다. 다만 그는 훌륭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돈독한 신앙을 바탕으로 눈물겨운 노력을 했을 다름 입니다. 아무리 자신에게 불리하고 환영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먼저 다른 사람과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했던 것이 그의 통치 철학이었습니다.
링컨은 자신의 정책과 애국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라이벌을 자기사람으로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1860년 대선 후보 경쟁에서 라이벌이었던 사람들을 선별해서 내각에 기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맞붙었던 살몬 체이스 는 재무장관으로, 역시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에드워드 베이츠는 법무장관으로, 개인적으로 연고가 별로 없었지만 유능하고 당시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윌리엄 슈어드는 국무장관으로 그리고 대선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웠던 사람 중에서 무려 다섯명을 장관 등 요직에 임명하는 포용정신을 발휘 하였습니다. 상대 정당인 민주당 출신에게도 장관 자리를 주었습니다. 에드윈 스텐턴 국방부 장관, 기디언 웰스 해군 장관, 그리고 몽고메리 불레어를 우정 장관에 앉힌 것이 그 예입니다. 링컨은 사람을 기용하는데 오직 그 사람의 능력과 국가에 대한 헌신만 보았습니다. 인재 기용에 더 획기적인 것은 1864년 대통령 재선에서 링컨은 부통령으로 민주당 출신의 앤드루 존슨을 내세우는 대혁신을 감행하여 대통령 재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링컨은 국정수행의 업적을 위해서는 서로 적대관계임을 따지기보다 그 사람의 능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랑컨 대통령에 관한 전기 가 2013년 “권력의 조건”이러는 제목으로 아르테(arte)출판사에서 번역출판 되었습니다. 원서 제명은 Teams of Rivals(라이벌로 구성된(이례적인) 팀)이고 부제는 The Political Genius of Abraham Lincoln(정치적 천재 에이브라햄 링컨)입니다. 저자는 퓨리츠 상을 수상한 미국 역사학자 Doris Kearns Goodwin(도리스 컨스 굿윈) 입니다.
Teams of Rivals(라이벌로 구성된 (이례적인) 팀)은 저자 도리스 굿 윈이 10년의 걸친 자료수집과 연구 끝에 펴낸 916쪽에 달하는 노작입니다.
다행이 채복기 선생이 펴낸(북스토리)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 다시 링컨”이라는 좀 읽기 편한 책이 있습니다. 이 책 말미에 “링컨 리더십 체크리스트”란 20가지 항목이 나와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statesman을 꿈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참고가 될까 하여 여기에 링컨 리더십의 20가지 항목을 인용합니다.
◎링컨 리더십 20가지 체크리스트
1. 정직한 사람인가?
2. 책을 가까이 두는가?
3. 유머감각이 있는가?
4. 감사하는 말을 자주 쓰는가?
5. 소통을 잘하는가?
6. 맞지 않는 사람도 포용할 줄 아는가?
7. 의지할 만한 멘토가 있는가?
8. 주변에 믿을 만한 친구가 많이 있는가?
9. 겸손한 사람인가?
10.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11. 일을 함에 있어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가?
12.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인 사고를 하는가?
13. 분노 조절을 잘하는가?
14. 약자들을 위하는가?
15. 경제에 대한 적절한 안목을 갖추었는가?
16. 조급해 하지 않는가?
17. 기회를 만들어 갈 줄 아는가?
18. 인내심이 있는가?
19. 신념이 있는가?
20.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추었는가?
임기 2년차 부터는 오로지 윤석열정부의 실력과 실적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전정권 탓은 통하지 않는다는 각오와 무한책임의 자세로 국정에 임하셔야 당당 해 보일 것 같습니다. 예술가는 작품이 분신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치가는 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만 합니다.
세상사가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지 않을 때는 시간을 내어 방법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조용히 점검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력보다 방법이 중요 하다 네” 라는 에피소드를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는 비단 대통령 직무뿐만 아니라 모든 삶의 분야에서 일이 생각보다 잘 진척되지 않을 때 무턱대고 열심히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방법내지 수단이 목표달성에 합당한지 한번쯤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지런하기로는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방면에서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도무지 진전이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는 스승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청년은 한 스님을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스님은 제자 셋을 불러 “너희들은 이 시주를 모시고 오리산에 올라가 나무를 한껏 해가지고 오너라.”라고 분부했습니다. 청년은 세명의 스님제자와 함께 절 앞을 흐르는 시내를 따라 오리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온몸에 땀에 흠뻑 적은 청년은 나무 두 단을 지고 뒤뚱뒤뚱 걸어와 절 문 앞에 주저 앉았습니다. 그 뒤를 두 제자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따라왔는데 한 제자는 여덟 단의 나무를 양어깨에 각각 네단 씩 짊어진 채 땀을 흘리고 있었고 또 한 제자는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그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웬 일인지 가장 나이가 어린 제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문 앞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는데 절 문 앞을 흐르는 냇물을 따라 어린 제자가 뗏목에 나무 여덟 단을 싣고 가뿐히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묘한 미소를 흘리며 청년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당초 나무를 여섯 단 해서 짊어지고 오는데 중간쯤 오다가 힘이 들어 두 단을 버렸습니다. 얼마쯤 오다 두 단을 더 버리고 두단 만 지고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덟 단을 지고 온 두제자는 “저희는 두 단을 지고 내려오는데 버려진 두 단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번갈아 나누어 지고 내려오는데 다 오니 또 두 단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도 마저 가지고 왔지요”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가장 어린 제자를 처다 보았습니다.
어린 제자는 계면쩍게 머리를 긁으며 “저는 애당초 두 단도 짊어 질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단만 가지고 올까 하다가 문득 시냇물을 보고는 ….”이라며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스님은 청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노력보다 방법이 더 중요하다 네”라고 말했습니다.
방법은 생각에 나옵니다. 그것도 그냥 생각이 아니라 길이 있는 생각입니다. 이를 두고 사로(思路)라고 합니다. 이부분은 김영수 지음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중, 제5장 사로(思路)”에서 가져왔습니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상에서 나타난 윤대통령의 지지계층은 지역적으로는 주로 대구 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에 편중 되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령층으로는 60대 70대 80 대에 편중되어 있었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연령으로는 청장년과 지역적으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매우 취약합니다. 그리고 이념적으로는 중도층을 겨냥해서 세를 확장해야 합니다. 앞으로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중도층에 호감을 주는 실용적인 정책을 입안하여 지지계층의 외연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편식은 좋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 균형이 무너지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곧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됩니다. 성경에도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는 슬기와 순박의 조화 내지 균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혜롭기만 하고 순박하지 못하면 부도적으로 흐를 수 있는 유혹을 제어할 수 없습니다. 반면 순박하기만 하고 지혜롭지 못하면 우둔한 일을 저지를 개연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유기체의 균형과 조화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유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다는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고 이 때문에 바다는 더욱 커진다(海納百川 有容乃大)”라는 말이 송나라때 고서 통감절요(通鑑節要)에 나와 있습니다. 대쪽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는 대선에 세번에 걸친 도전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루지 못하고 거듭 실패하여 많은 지지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고집스러운 친이, 친박의 헤게모니 싸움에 환멸을 느낀 당시 다수 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 찬반투표시 찬성에 가담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군이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를 인용하도록 멍석을 깔아 주는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동료의원들이 계명우기에 나오는 적우(賊友)가 되어 박 전대통령에게 배신 아닌 배신행위를 했겠습니까. 불통 사태가 가져온 최악의 친위 쿠테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여당이 집안일로 사생결단 서로 싸우는 통에 결국 더불어 민주당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겨주지 않았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이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회자되고 있는 권성동 의원 입니다. 권성동 의원이 옛일을 거울 삼아 주군인 윤석열 대통령을 바른길로 이끌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결론적으로 링컨의 리더십은 강압적이거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십이 아니었습니다. 링컨의 리더십은 라이벌(rivals)도 친구로 만드는 포용의 리더십이었습니다. Team of Rivals(번역도서명 ‘권력의 조건’)의 저자 도리스 굿윈은 정치가로서 링컨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링컨은 사람의 마음을 먼저 얻는 것이 권력의 시작임을 그 누구 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미래 세대를 위해 비록 인기는 없지만 연금 개혁을 국정의 큰 목표로 표방한 것은 statesman 다운 의제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statesman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먼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포용의 리더십을 지금부터 실천해 보시기를 기대 해 봅니다. 늦었다 싶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금언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지역,세대, 젠더 그리고 이념 갈등으로 심각하게 분열된 대한민국의 통합을 위하여 도움이 되고자 포용정치의 롤 모델인 미국제 16대 대통령 링컨(Abraham Lincoln)의 통치철학을 두서 없이 살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