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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은산악OB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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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스크랩 일본 남알프스 백패킹 종주산행.. 에필로그 2014.8.28
윤우로 추천 0 조회 20 14.09.01 19: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에필로그 2014.8.28 

 

 

이제 대장정에 마무리를 해야할 시간이다.

오늘은 콜밴을 타고 시즈오카공항으로 가서 바로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산에서만 6박7일이었고, 오가는 이틀을 합해서 총 8박9일간의 여정이었다.   

 

 

히로가와라 계곡의 아침.

콜밴기사와 6시30분에 약속이 되어있었기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야영을 철수해 5분 거리인

주차장으로 나갔다. 오늘도 날씨가 흐리고 개스가 짙게 차있다. 벌써 며칠째인지 모른다.

맑은 날을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인 셈이다. 우리는 여하튼 첫 이틀은 맑은날을 보며

산행을 했기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그때의 그 모습으로나마 남알프스를 느낄 수 있을테니까..    

 

 

 

 

 

 

 

 

히로가와라~시즈오카 공항 콜밴. (055-285-0308)

 

 

공항까지 4시간 예상했었는데 3시간만에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운전을 잘한 모양이다.

도중에 온천도 많이 보여 1시간 가량 들렸다 왔으면 좋을 뻔 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미리 예약할 때부터 온천을 고려한 시간을 계획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남알프스 종주는 여러모로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날씨가 좋아 아름다운 남알프스의 풍경을 보면서 산행을 이어갔다면 더욱 신이 나고 힘도

덜 들었겠지만 악천후를 헤치고 산행을 하는 바람에 상당한 고난을 겪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잘 극복하고 지혜를 모아 결국

이겨낼 수 있었다.

 

더욱이 수많은 험로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했는데, 큰 부상이

아닌 것에 감사한다. 모두 아픔을 참아가며 초인의 정신으로 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연해있는 일본 산악인들의 솔로산행에 대해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물론 대학산악부의 훈련등반이나 관광 정도의 가벼운 산행은 단체로 하고 있지만, 험한

산길을 홀로 종주하는 모습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지 아직 답을 못찾겠다.

 

그들의 예의바름 속에서도 혼자만의 자유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속이 좁고 부담이 되기에 팀으로 다니지 않는다고 치부하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다.

 

사실 이렇게 길고 험난한 여정을 팀으로 다닌다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팀에 전력은 그 팀에서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운행되야 하기에 그 기준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산을 대하는 서로의 다른 가치로 조화를 이뤄내기란 웬만큼 호흡이 맞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의 행보는 그런 호흡을 맞추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고, 이런 경험을 통해 더욱

완숙한 팀으로 발전하리라 믿는다. 할 수만 있다면 솔로로 다니는 것 보다야 팀을 이루워 가는

것이 모든 면에서 기쁨에 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를 조금씩 희생하더라도

지금껏 인내한 것에 대한 열매가 될 것이고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여정이 우리에게는 조금 과할 수도 있었고 무리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후로는

보다 여유롭게 백패킹을 계획할 예정이다. 다른 선답자들의 정보를 많이 참고하면서 일정을

넉넉히 잡는다고 했지만 우리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유추를 할수록

불확실성은 늘어난다.

 

이번에 또 하나의 성과라면 지나 온 산장은(대피소,고야,산소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

모두 들려보았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캔맥주라도 팔아주며 그들과 소통하고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야영을 하기 위해 일별로 끊은 구간은 대부분 고야급 이상으로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가장 안락한 형태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었다. 물론 어쩔 수없이 우사기다케무인대피소에

머물기도 했지만, 그 지역은 식량과 식수만 준비해서 한번쯤 머무는 것도 거리에 안배상 필요

한 부분이기도 하다. 고야에서의 식사는 너무도 훌륭해서 야영만 하고 사먹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비해 숙박료는 비싸서 텐트를 치면 10분의 1로 경비가 줄어드는데, 능력이 된다면 

야영장비를 갖추고 지내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8박9일 동안 잘먹으면서 비행기값 일체를

포함해서 인당 90,000도 채 안들었다는 것은 백패킹 여행에 장점을 그대로 반영해 준다.

 

팀을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사진을 찍으시고, 콜밴예약과 지도를 구해오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신 노을님을 비롯해, 후미를 책임지며 올바른 길을 찾아내고 묵묵히 헌신하신 백호님,

작은 체구에 여성이지만 저력을 가지고 가장 힘들게 완주를 이루워낸 날개님, 그리고 지혜와

인내로 극복한 채송화님 덕분에 이번 남알프스를 성공적으로 해내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이번 남알프스 종주에 도움을 주신 선답자들과 응원과 관심을 가져주신 주위 모든 분들께 

감사를 올립니다.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 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구르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 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무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 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잖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산을 오르며 / 도종환>

 

 

* 경비내역은 작성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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