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행복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행복)을 달성하는 데 공헌할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기시미 이치로)
일본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를 제1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만났다. 이들은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적극적인 태도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아들러(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이야말로 값싼 위로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어른의 심리학’이라고 소개하면서 미움받을 각오를 갖고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 것을 조언했다. 고가 후미타케는 “실제로 책 속에서 철학자와 청년이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실제로 기시미 선생님 집을 방문해 대화를 주고받은 내용으로 책을 꾸몄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다음은 두 저자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미움받을 용기는 국민성과 관계없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문제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미움받을 용기>가 큰 화제가 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가 후미타케(이하 고가) 일본인들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굉장히 신경 쓰는 국민성이 있다. 반면 한국인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독자들과 직접 만나보니 부모·자식 간 관계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움받을 용기>라는 것이 국민성과 관계없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기시미 이치로(이하 기시미) 한국에 와서 ‘어떻게 하면 효도를 할 수 있느냐’, ‘부모를 슬프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일본에서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질문들이다. 한국 독자들이 일본 독자들보다 부모와 자식 간 관계로 더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 히트작이 된 것 같다.
이 책의 키워드는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들러 심리학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가 기시미 선생님이 1999년에 쓴 책을 보고 아들러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다. 프로이트나 융의 심리학을 보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 단순할까’라는 의문을 자주 가졌는데 아들러 심리학이 그 의문을 모두 해결해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들러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통해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시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카운슬링도 오랫동안 해왔다. 지금 상황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전제가 없으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존의 심리학들은 ‘원인론’ 내지는 ‘결정론’에 집중됐다. 과거에 경험한 것이나 부모가 나를 어떻게 키웠는지가 지금 겪는 문제의 원인이고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내용이다. 우리 아이가 보육원에서 말썽을 일으켰을 때 처음으로 아들러 심리학을 접하게 됐다. 보육교사는 아이가 애정결핍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니 ‘안아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보육원에서 일으키는 문제의 원인을 애정결핍으로 단정 짓고 안아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비논리적인가. 아들러 심리학은 과거의 사건이나 부모의 자녀양육 방식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지금부터 어떻게 해나갈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나쁜 부모’가 있는 게 아니라 ‘서툰 부모’가 있을 뿐이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다. 관계 맺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뿐, 과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 제목이 굉장히 파격적인데 이 제목을 붙인 이유는
고가 이 책은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들러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이라고도 불린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가 환경이나 능력 탓이 아니라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들러의 주장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렵고 극복해야 할 용기가 ‘미움받을 용기’라고 생각했다.
기시미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받으라는 게 아니라 미움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불효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자신의 결심이나 결정으로 부모와 마찰을 빚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미움받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싶겠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책 제목으로 정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을 느끼려면 대인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대인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가지려면 미움받을 각오가 필요하다.
▶젊은 층 고민 담고 있어 공감 형성
이 책이 젊은 층에서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고가 일본에서도 젊은 독자들이 많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청년은 나를 비롯해 기시미 선생님의 20대 모습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청년들의 모습일 수 있다. 20대는 사춘기를 지나 자의식이 싹트기 시작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고통을 겪는 시기다. 이 책에 그런 고민들이 담겨 있어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시미 이 책은 젊은 사람들이 읽었을 때 마음이 편한 책이다. 내 강의를 듣던 한 50대 여성이 책 뒤에 인쇄된 내 사진을 찢는 모습을 봤다(웃음). 나이 든 사람이 아들러 심리학을 읽으면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부정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무서운 상사, 내 앞을 막아서는 사람들과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지 ‘무기’나 ‘도구’로 삼아줬으면 좋겠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잘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굴절된 방식이나 감정적인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말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심리학 관련 서적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긍정적인 사고’다. 좋지 않은 상황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것인데 이 책에서 정반대의 해법을 제시한 이유는
고가 듣기 좋은 말을 듣고 위로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이 없을 때에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아들러 심리학을 자기 것으로 삼아 체득할 수 있다면 카운슬러라는 존재가 없어도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들러 심리학은 내 안에 그런 힘이 있다고 용기를 주는 심리학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하는 듣기 좋은 말은 응석을 받아줄 부모를 계속 찾는 ‘어린이 심리학’이라고 생각한다. 아들러 자신도 프로이트 심리학이 어린이 심리학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러 심리학은 어른이 되기 위한, 자립하기 위한 심리학이라고 볼 수 있다.
기시미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는 3종류가 있다. 하나는 비관주의다. 비관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어차피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또 하나는 낙천주의다. 누가 해결해 줄 것이라거나, 저절로 해결될 것이란 생각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아들러는 굳이 구별하자면 낙관주의다. 지금 무엇이 가능한지 깊이 고려해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것이다. 결과는 모르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생각한대로 될 리 없고, 앞으로의 인생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불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아들러 심리학이고 ‘어른의 심리학’이라고 생각한다.
▶SNS로 대인관계가 눈에 보여 더 큰 영향
아들러 심리학의 요체는 미움받을 용기를 갖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타인과의 조화를 상당히 중요시한다. 어떻게 일상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
고가 예를 들어 가족 간 문제가 있는 경우 가족이라는 작은 단위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더 큰 공동체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 살면서 괴롭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세계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자신이 속한 장소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작은 철책을 만들어놓고 자신을 거기에 가둬버린다. 이 철책을 넓혀 나가는 발상을 한다면 미움받는 것도 무섭지 않을 것이다. 넓은 세계로 나가면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을 반드시 만날 수 있다. 철책 밖으로 나가 새로운 땅을 밟는 용기를 가진다면 책에 쓰인 내용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기시미 자기 주변에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모두가 날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부자유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타인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은 좋지만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을 억제하면서 사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게 아니다. 반대로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증거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타인과도 협력할 수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하고 안 되는 건 남과 함께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립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개개인의 자유는 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로 인한 고통은 더 커진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가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대인관계가 눈에 보이게 된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친구 숫자나 게시물에 달린 ‘좋아요’ 수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의 가치와 연관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만의 고민이다. 과거에는 대인관계가 자신의 눈에 실제로 보이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팽창되면서 생겨난 문제다.
기시미 과거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만나는 사람이 100명 정도에 그쳤다. 그때는 사람들이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쉬웠다. 지금은 명함을 교환하는 사람 숫자만 해도 무척 방대하고 인터넷을 통한 인간관계도 생겨났다. 자신이 발언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남이 알지 못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읽으려고 신경 쓰는 역설적인 시대다. 그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움받을 용기> 저자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기시미 이치로는 일본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로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교토대에서 서양고대철학을 공부했다. 전문 분야는 플라톤 철학이지만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하면서 <미움받을 용기>를 비롯해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책을 다수 번역·집필했다. 고가 후미타케는 작가 겸 편집자로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작가 겸 편집자로 독립한 이후 집필활동뿐 아니라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강다영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