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보험사기 특수조사팀(SIU)의 직원이 보험사기를 조사한다는 명목 아래 일부 병원들을 대상으로 돈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직 수사관 출신이 대부분인 보험조사팀 직원들은 병원들이 보험사기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들어 검ㆍ경찰 수사 등을 무마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한뒤 돈을 받은 병원은 넘어가주는 식의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같은 뒷거래가 병원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고객들을 상대로도 이뤄진 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사기 매커니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보험조사팀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고를 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보험사기 잡는다더니 오히려 사기쳐= 얼마전 지방 소재의 한 정형외과에 '삼성화재 보험조사팀 A과장'이 찾아왔다.
병원 원장인 B씨는 영장도 없이 찾아와 보험사기 조사를 하기 위해 그동안의 진단서, 진료기록 등을 살피겠다는 A씨가 황당했지만 전직 수사관 출신인 A씨가 워낙 전문적인 용어들을 들먹이며 요구하는 통에 순순히 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A씨는 정작 조사는 하지 않고 B씨에게 정상적으로 처리해줄테니 수천만원을 내놓으라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약 이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이나 검찰에 넘기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B씨는 이미 근처 병원들이 이미 A씨에게 당한 사례가 있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A씨에게 상납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병원 개원한지 10여년 만에 이같은 일은 처음 당해본다”며 “개인 병원의 경우 약점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접근한지라 이미 근처 여러 병원들이 당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털어서 먼지 안나는 병원이 몇군데나 있겠냐”며 “보험사기를 잡는 팀이 아니라 오히려 사기치는 팀 아니냐”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당장 조사에 착수해 해당 직원에 대해 징계하겠다면서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조사팀 성격상 모럴해저드 가능성에 대해 회사도 우려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원교육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런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라고 탄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단 당장 조사에 나섰으며 해당 직원의 범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조속히 징계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보험조사팀의 사기 행위는 병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00년대초 모 손보사의 보험조사팀 직원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자사 운전자 고객이 아닌 상대 운전자에게 돈을 주면 자사 고객의 과실로 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손보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 적자가 나날이 커짐에 따라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전담팀 구성도 회사마다 한층 강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종종 이같은 불법행위가 나타나 손보사 전체에 먹칠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한 강화되는 조사팀, 대부분 전직 경찰관=보험사기 조사를 전담하는 보험사내 특수조사팀이 생긴 것은 2000년대 초반.
처음엔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에서 만들어졌으나 상대적으로 보험사기가 많은 손보사들이 잇따라 신설하면서 현재 손보사들이 생보사에 비해 특수조사팀이 더 많아졌다.
특히 최근들어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를 막기 위한 전담 특수조사인력도 보강되는 등 이들의 권한과 규모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2006년말 손보업계의 보험사기 조사인력은 202명으로 4년새 3배가 넘어섰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가 50명으로 가장 많으며 현대해상 35명, LIG손해보험 24명, 동부화재 23명, 신동아화재 16명, 메리츠화재 15명 등이다.
보험수사팀 직원들은 대부분 전직 경찰관으로 주요 업무는 ▲보험범죄 정보수집 ▲실태파악 ▲보험사기 적발 ▲수사기관의 범죄 단속 지원 등이다.
그러나 이처럼 일부 직원들의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화재 뿐만 아니라 손보사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행위가 한 회사에 국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사할 경우 무더기로 나올 수도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 조사하랬더니 오히려 소비자 등을 처먹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 보험사들은 자체 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