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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 통내산 정상에 조금 못미친 지점의 절벽 바위 위에서 바라본 매전면 소재지 풍경. 낙동강의 지류인 동창천이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모습도 보인다. 이 절벽 바위는 산행 중 산 아래 조망이 가능한 유일한 지점이다. |
산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돌아나오는 식의 코스다.
매전면 소재지에서 토한산과 통내산 정상를 차례로 찍고,
안버구라는 마을로 내려섰다가 임도를 따라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거리는 14㎞ 정도되며, 휴식 시간 포함해 6시간 가까이 걸린다.
산행 출발 지점은 매전면사무소다.
면사무소 마당에서 통내산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면사무소 옆 재향군인회 건물 왼쪽길로 빠져나가자 곧바로 산길이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조금 가자 갈림길 하나를 만났다.
계속 직진이다.
여기서는 처음에 보이지 않던 통내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의 모습이 유난히 파란 색이다.
서서히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매전농협으로 이어지는 갈림길 하나를 더 만났다.
4시 방향으로 내려가면 매전농협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이번에도 통내산으로 갈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농협갈림길에서 20분 정도를 걷자 이제 '진짜 산'(?)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가파른 경사면의 산이 앞을 막아섰다. 본격적인 통내산 등반이 시작된 것이다.
왼쪽으로 우회하는 듯한 길이 있었지만 곧장 오르는 방향을 택했다. 제대로 된 등산로도 없었다.
위만 보고 오르는 방식이다. 나무에 매달린 긴 밧줄에 의지해 기어오르기도 했다.
바닥이 흙으로 돼 있어 미끄러지기를 여러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아예 손을 짚고 오르기도 했다. 차가운 겨울 바람에도 옷이 땀으로 젖을 정도가 됐다.
하고 있던 귀마개도 귀찮아졌다. 나무 사이로 산밑의 모습을 내려다보니 꽤 높이 올라온듯 했다.
하지만 산밑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없었다.
오로지 눈앞의 산만 보고 가는 식이다. 평일이라고는 하지만 등산로에 인적도 전혀 찾아 볼수 없다.
잠시나마 일상과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 능선과 합류하는 지점에 다다랐다.
능선을 타고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잠시 쉬는 사이,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만 절벽쪽 전망대에 올라섰다.
매전면의 모습과 주변을 흐르는 낙동강 지류인 동창천이 그림같이 펼쳐졌다.
통내산 산행에서 시원스런 조망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포인트다.
가지산 운문산 억산 사자봉 구만산 육화산 등의 봉우리도 손에 잡힐듯 보였다.
■하산길도 오르락내리락 반복
경사가 급하고 등산로도 마땅찮아 밧줄에 의지해 올라야하는 구간도 많다. |
이곳에서 통내산 정상까지 가는 길도 녹록치 않았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근교산팀 리본을 촘촘히 매달아놔 산행객들이 길을 못찾을 염려는 없을듯 하다.
토한산이라고 이름 붙여진 산을 포함해 봉우리 2개를 넘어서고 나서야 통내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은 초라했다. 조그만 돌탑에 해발 677.4m라는 표지 하나가 붙어있는 게 전부였다.
산행 코스인인 '안버구'라는 마을까지는 4.1㎞ 남았다는 표시도 있었다.
버구라는 마을 이름이 재밌다. 첩첩산중에 갇힌 마을로 유일하게 소식을 전하는 봉수대를 가리켜 '저귀'로 불리다 버구(혹은 버귀)로 바뀌었다고 한다.
안쪽은 안버구, 바깥과 좀 가까운 쪽은 바깥버구다. 공식 명칭은 법이(法耳)마을이다.
통내산 정상의 모습. 조그만 돌무덤에 통내산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 있다. |
반대편에서 불어대는 바람때문에 정상에 오래 머물지 않고, 하산길을 재촉했다.
내려가는 것도 만만찮다.
중간에 학일산으로 통하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무시하고 직진하면 된다.
통내산 정상과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 2, 3개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다.
마지막 봉우리에는 여러 개의 무덤이 함께 있는데,
이제부터는 오로지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급경사길이 한참동안 계속됐다. 얼마를 갔을까.
이번에도 무덤이 있는 조그만 갈림길을 만났는데, 저멀리 민가 하나가 눈에 띄었다.
1차 목적지인 안버구다. 하산길이 꽤나 힘들었는지 무척 반가웠다.
안버구를 발견하고도 한참을 더 경사길을 내려와야 했다.
안버구에서부터는 평지에 가까운 산길(임도)을 걸으면 된다. 길 옆에는 계곡이 이어졌다.
중간에 바깥버구를 거쳐 아스팔트길을 만나는 금곡마을까지 거리는 4㎞ 정도다.
금곡마을에서 매전면사무소까지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2㎞ 정도 더 가야 된다.
버스를 타고 가도 되는데, 근교산팀은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걸어갔다.
◆떠나기 전에
- 동창천 부근 조선시대 별장 '삼족대'
- 현감 지낸 김대유 후학 양성차 건립
청도군 동창천변의 삼족대. |
이번 통내산 하산길에 지나는 청도군 매전면 금곡마을에는 '삼족대'라는 조선 시대 정자(별장)가 있다.
삼족대는 1519년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모든 관직을 그만두고 향리에 은거하며
후진 양성에 힘써온 김대유(1479~1552)가 지은 건물이다.
건물 이름은 김대유의 자호인 삼족당에서 따온 것이다.
김대유는 벼슬도 현감을 지냈으니 만족하고, 항상 밥상에 반찬이 부족하지 않으니 만족하고,
나이도 환갑을 넘겼으니 만족한다며 이같은 호를 지었다고 한다.
청도군 매전면의 처진소나무. |
청도 삼족대는 학일산의 지맥이 동창천으로 흘러드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요즘도 한옥 건축가들이나 연구가들이 많이 찾고 있다.
조선 초기에 만들어졌으나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하다,
김대유의 13대손 김용희에 의해 새롭게 단장됐다.
김대유가 이곳에 머물 당시에는 남명 조식을 비롯해 율
곡 이이 등 많은 명사들과 시인 묵객들도 들렀다고 전해진다.
삼족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특이한 소나무 한 그루도 눈길을 끈다.
이 소나무는 가지를 위로 쭉쭉뻗은 일반 소나무와 달리, 가지를 아래쪽으로 늘어뜨려 '처진소나무'로 불린다.
청도 처진소나무의 수령은 200년 정도로 추정되며, 천연기념물 295호로 지정돼 있다.
◆교통편
- 열차 타고 청도서 운문사행 버스 이용
- 상동역선 동곡행 운행 매전삼거리 하차
청도역 건너편 청도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이용해 매전면사무소에서 하차한다.
상동역 앞 금천슈퍼 버스 정류장에서 동곡행 5번 버스(오전 7시 10분, 9시 55분)를 타고 매전 삼거리(매전면사무소)에서 내리면 된다.
원점회귀 산행이라 승용차를 이용해 밀양톨게이트로 나온다. 청도·밀양 방향으로 향하다,
곧 만나는 긴늪사거리에서 오른쪽 청도 방면 25번 국도를 탄다.
상동역과 상동교를 통과한 다음, 옥산삼거리에서 오른쪽 매전·운문 방면 58번 도로를 따라가면 매전삼거리와 매전면사무소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