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아버지의 결혼 축사
반갑습니다. 신부 아버지 안종문입니다.
저마다 바쁘게 살고 있는 요즘의 세상에서 태평양을 건너 만 리 길을 날아와 주신
제이슨 부모님을 비롯하여, 여러 신랑 신부 하객님과 역시 바다를 건너 천 리 길을 날아와 주신 저희 가족 친지여러분, 그리고 집사람 친구 분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토록 좋은 날씨를 선물해 준 하늘에도 감사를....
입술을 깨물며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결혼축사를 들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더니만
어느새 제 여식 효빈이 시집가는 날을 맞아 축사에 임하는 자리에 서니 감개무량합니다.
(뜻 깊은 이 자리에서 네 가지 정도의 이야기로 생각을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첫째, '우리가 오늘과 같은 결혼식을 왜 갖는가? '에 대한 근원적인 의미를 가장먼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인생 동반자로 이 사람을 선택해서 가정을 꾸며 살아가겠노라고 (널리) 알리는 것이 그 물음의 정답에 가까운 말이겠지요.
흔한 말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에 견주어 보면, 결혼 배우자의 선택은 백 년도 아닌 천 년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자신과 자녀의 삶을 좌우하기에 100년이요, 그 자녀들의 후손들을 생각하면 1,000년인 것이겠지요.
이와 같이 소중한 결혼을 효빈이는 초기 몇 년 부모의 반대를 꿋꿋이 이겨내면서, 8년이라는 긴 세월을 숙성, 발효시킨 끝에 이 자리에 섰으므로, 앞으로 두 사람의 인생은 전통 뚝배기 국물 맛, 진한 행복 그 자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하기에 그 무엇보다도 축하하는 이 아빠의 마음을 여기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과 함께 크게 나누고 싶습니다.
둘째는 결혼이라는 말과 가장 관련 깊은 단어가 '사랑'일 것입니다.
이 말에는 저절로 따뜻함이 느껴지지요. 계란이 병아리로 그냥 탄생되는 것이 아니지요. 반드시 필요한 그 무엇이 바로 이러한 따뜻함이듯이 사랑의 특성도 똑같다고 봅니다.
LOVE is POWER. LOVE is CREATION.
사랑을 여러 관점에서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무엇을 창조하는 원동력이면서, 그 깊이가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큰 두레박으로 길러도 마르지 않는 우물인 것입니다.
한편, '부부사랑'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보셨나요?
저는 사람과 똑같이 두 다리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인생이라는 먼 길을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절뚝이는 절름발이 사랑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선 신랑 신부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조금은 생뚱한 이 말을 이 자리에서나마 한번 깊이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셋째는 이 자리에 선 신랑 제이슨과 신부 효빈이가 결혼을 하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면 뭐가 되지요?
자연스레 엄마, 아빠가 되겠지요.
이 세상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낱말로 여기는 1위가 바로 “엄마”라고 합니다.
꼭 훌륭한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의 언급이랍니다.
이 아빠도 젊어서는 훌륭한 아빠가 되겠다고 수없이 다짐하면서 꿈꾸었지만, 효빈이가 기대하였던 만큼의 아빠 역할을 다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답니다.
저 대신으로 효빈 동반자 제이슨이 효빈이의 빈 가슴에 그 무엇을 많이 채워주어서,
훌륭한 엄마가 되는 꿈을 잘 실현시켜 주기를 당부합니다.
제이슨 역시 훌륭한 아빠가 되도록 동반자인 효빈이가 제이슨 가슴에 빛이 되어주기를.....
앞의 두 사람은 그러하겠음을 이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할 수 있겠습니까?
이 아빠가 결혼하고 나서 3가지를 스스로 맹세를 한 것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 부부의 도로서 ‘절대로 외간 여자를 넘겨다보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자식의 도로서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울지 않는 자식이 되겠다는 것이었으며,
마지막 세 번째로는 나 자신과의 약속으로서 ‘언제 죽어도 슬퍼지 않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잘 실현하였으나, 마지막 약속은 참으로 힘들어서, 지금도 좌충우돌
비틀거리며,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불편을 끼치며 살고 있는 현실이랍니다.
효빈, 제이슨은 마지막 세 번째까지도 잘 실현하며 살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네 번째 말하고 싶은 것은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서의 바탕이 되는 '건강' 입니다.
여기에서의 건강은 몸의 건강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신적 건강과 함께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용기 있게 서울을 떠나 아름다운 제주에서 자신의 인생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으므로,
음악을 취미로 하는 제이슨과 함께 하루하루의 세월노래도 아름답게 불러주기를 소망합니다.
그럴 수 있으려면 꿈을 함께 꾸고, 함께 가꾸면서 자신들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부단한 성찰과 인고의 노력들이 필요하겠지요.
조금은 진부한 말이지만, 노력은 씁니다. 하지만 그 열매는 달지요. 누구나 다 노력 없이 행복하다면 그야말로 살맛나는 세상이 아니겠지요.
노력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그것이 세상의 고맙고, 고마운 이치입니다.
가정의 건강을 위해서 두 사람이 한마음으로 노력해서 맛있고, 풍성한 열매를 맺어 줄 것을 거듭 거듭 당부합니다.
더욱이, 효빈이는 우리집안 처음으로 외국인과 혼례를 갖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실현해서 성공한 결혼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개월 전 시골집 가족 추석 모임에 제이슨이 참석하여 출중한 노래와 따뜻한 마음씨의 행동으로 저희 가족들로부터 많이 사랑받고, 인정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제 사돈이 되신 제이슨 부모님을 비롯한 시댁 온 가족께서도
예쁜 제 딸 효빈이를 앞으로 주~욱 많이 마니 사랑해주실 것을 희망합니다.
끝으로, 이 기쁨의 자리를 같이해주신 모든 축하객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딸 결혼 축사에 가름 합니다.
-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19. 10. 12. 넙빌레하우스에서 ... 효빈 父 안종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