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생각] 2006년 7월 14일 금요일(녹)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성 가밀로 데 렐리스 사제 기념

[빈배]

<연중 제29주일 기도문>

이탈리아 복치아니코에서 태어난 가밀로는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나폴리 거리를 방황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575년 우연히 강론을 듣고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 프란치스코회에 입회하고자 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마침내 1584년 사제로 서품되어 ‘병자들의 봉사자회’를 세워 헌신적으로 일하였습니다. 1746년에 시성된 성인은 레오 13세 교황에 의하여 천주의 성 요한과 함께 병자들의 수호자로 선언되었습니다. 또한 비오 11세 교황은 가밀로 성인을 간호사와 간호 단체의 수호자로 선언하였습니다.

시편 17(16),6.8 참조
주 하느님, 주님께서 제게 응답해 주시겠기에 제가 주님께 부르짖나이다. 주님의 귀를 기울이시어 제 말씀을 들어 주소서. 주님의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주님의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정성스럽고 성실한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호세아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회개와 새로운 삶을 요구합니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데 박해를 각오할 것이며,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할 것을 당부하십니다(복음).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으렵니다.>
▥ 호세아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14,2-10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2 “이스라엘아,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라. 너희는 죄악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3 너희는 말씀을 받아들이고 주님께 돌아와 아뢰어라.
‘죄악은 모두 없애 주시고 좋은 것은 받아 주십시오. 이제 저희는 황소가 아니라 저희 입술을 바치렵니다. 4 아시리아는 저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저희가 다시는 군마를 타지 않으렵니다.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으렵니다. 고아를 가엾이 여기시는 분은 당신뿐이십니다.’
5 그들에게 품었던 나의 분노가 풀렸으니 이제 내가 반역만 꾀하는 그들의 마음을 고쳐 주고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 6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레바논처럼 뿌리를 뻗으리라. 7 이스라엘의 싹들이 돋아나 그 아름다움은 올리브 나무 같고, 그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으리라.
8 그들은 다시 내 그늘에서 살고, 다시 곡식 농사를 지으리라. 그들은 포도나무처럼 무성하고, 레바논의 포도주처럼 명성을 떨치리라. 9 내가 응답해 주고 돌보아 주는데 에프라임이 우상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나는 싱싱한 방백나무 같으니, 너희는 나에게서 열매를 얻으리라.
10 지혜로운 사람은 이를 깨닫고, 분별 있는 사람은 이를 알아라. 주님의 길은 올곧아서 의인들은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죄인들은 그 길에서 비틀거리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시편 51(50),3-4.8-9.12-13.14와 17(◎ 17ㄴ)
◎ 제 입이 주님의 찬양을 널리 전하오리다.
○ 주 하느님, 주님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 ◎
○ 주님께서는 가슴속의 진실을 기뻐하시고, 남모르게 지혜를 제게 가르치시나이다.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 주소서. 제가 깨끗해지리이다. 저를 씻어 주소서. 눈보다 더 희어지리이다. ◎
○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제게 만들어 주시고, 굳건한 영을 제 안에 새롭게 하소서. 주님의 면전에서 저를 내치지 마시고, 주님의 거룩한 영을 제게서 거두지 마소서. ◎
○ 주님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 주소서. 주님, 제 입술을 열어 주소서. 제 입이 주님의 찬양을 널리 전하오리다. ◎

요한 16,13ㄱ; 14,26ㄴ
◎ 알렐루야.
○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끄시어,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시리라.
◎ 알렐루야.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6-23
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16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17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18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19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20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21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22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23 어떤 고을에서 너희를 박해하거든 다른 고을로 피하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스라엘의 고을들을 다 돌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주님, 저희가 자유로운 마음으로 제사를 봉헌하게 하시고, 이 거룩한 미사로 주님의 은총을 받아 깨끗하여지게 하소서. 우리 주…….

시편 33(32),18-19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시니, 그들의 목숨을 죽음에서 구하시고, 굶주릴 때 그들을 살리시기 위함이로다.

성경에서 뱀은 지혜로운 동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지혜롭다 못해 간교한 동물로 표현됩니다. 창세기 3장에서 하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비둘기는 양순함을 상징합니다. 세상에 복음을 전하려고 예수님을 뒤따르는 사람들은 지혜로워야 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간곡히 당부하시는 것입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그런데 걱정입니다. 비둘기처럼 멍청하고 뱀처럼 교활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슬기롭지 못하면 몸이 고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미련하여 자기 몸이 고단한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안타깝게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고생하기 때문입니다.

주님, 저희가 자주 천상 잔치에 참여하여, 현세의 은혜도 받고 영원한 신비도 배워 알게 하소서. 우리 주…….

강론 : 서울대교구 잠실7동 이기양 신부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응답이 계시었기, 주님, 당신을 부르옵니다


제 1독서 : 호세 14,2-10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으렵니다.)
복 음 : 마태 10,16-23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자주 하던 이야기입니다.
북쪽 바다에서 청어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먼 거리의 런던까지 청어를 싱싱하게 살려서 운반하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어부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배가 런던에 도착해 보면 청어들이 거의 다 죽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꼭 한 어부의 청어만은 싱싱하게 산 채로 있었습니다. 이상히 여긴 동료 어부들이 그 이유를 물어보았으나 그 어부는 좀체로 그 비밀을 가르쳐 주지 않았지요. 마침내 동료들의 강요에 못이긴 어부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청어를 넣은 통에다 메기를 한 마리씩 집어넣습니다.󰡓
그러자 동료 어부들이 놀라서 물었지요.
󰡒아니, 그러면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지 않습니까?󰡓
어부가 대답했습니다.
󰡒네,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습니다. 그러나 놈은 청어를 두 세 마리밖에 못 잡아먹지요. 그러나 그 통 안에 있는 수백 마리의 청어들은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계속 도망쳐 다닙니다. 런던에 올 때까지 모든 청어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헤엄치고 도망 다니고 있답니다. 그러니 먼길을 지나 런던에 도착해도 청어들은 여전히 살아 싱싱한 것이지요.󰡓
메기로부터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 청어들을 건강하게 살아 있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련은 아픔이지요. 그러나 시련은 아픔만이 아니라 성숙이라는 큰 선물을 가져다 줍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이지요. 시련이 없고 어려움이 없는 신앙은 나도 모르게 빛을 잃다가 어느 순간에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희생이 없는 신앙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지요. 하느님을 알면 하느님과 세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가르침과 하느님의 가르침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하느님을 믿지만 세상과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신앙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세상에서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오늘 예수님께서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마태10,16)라고 말씀하셨겠습니까? 이 시대에 신자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말씀이지요. 이 시대가 너무나도 세속적이고 물질 중심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이 세상보다는 영원한 세상을, 자기 중심적이기보다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는 삶을, 물질보다는 하늘나라를 위해서 살아가라고 늘 가르치셨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신앙과 이 세상은 갈등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박해 시대에 신자로서 살기 위해서는 참으로 큰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매 순간 하느님을 따를 것인가, 세상의 흐름을 따를 것인가를 놓고 목숨을 건 결단을 내려야 했지요. 박해 시대라고 모두가 순교자였던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혹독한 박해를 받았지만 신자 모두가 다 그런 박해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요. 신앙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발각이 되면 당장 그들은 하느님이냐 목숨이냐를 택해야 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을 택했지만 목숨을 택한 신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은 세상에 흡수되어 살았지요.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배교자라고 부릅니다. 이제 이들은 시련이나 박해를 받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저 세상 사람들처럼 살면 됐지요. 이렇게 하느님을 따라 사는 사람과 자기 욕망을 따라 사는 사람이 순교자와 배교자로 나뉘었지요.
우리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자로서의 삶은 끝없이 결단을 요구합니다. 지금도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실천하려면 박해 시대 못지 않은 시련에 봉착하게 되지요. 주말을 이용해서 산으로 바다로 놀러가자는 이웃의 요구를 번번이 따르지 않아 사회 생활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기도 하고, 교통 신호를 꼬박꼬박 지켜가며 운전하는 태도에 융통성이 없는 답답한 인물로 손가락질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지 않으면 이렇게 부딪힐 일도 많지 않지요. 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갑니다. 다른 양상의 배교자들이 많은 것이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10,22)라고 갈등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참지 못한 사람은 구원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씀이기도 하지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신자로서 세상일에 자주 부딪힌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지요.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마태10,22)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10,16)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대충대충 타협하면서 살아갈 것이 아니라 고민하고 갈등하는 가운데 지혜롭게 하느님의 길을 따르라는 말씀이지요.

신자로서 세상과 제일 많이 부딪히는 부분은 자녀 교육, 재물, 건강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집착하는 문제들이지요. 자녀 교육에 있어서 정말 신자답게 가르치고 있는지, 아니면 온 세상 사람들처럼 출세 지향적으로 가르치고 있는지 돌아다보아야 합니다. 거기에서 별 갈등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이 문제이지요. 재물관에 있어서도 세상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이, 돈 때문에 부모 자식, 형제간에 등지고 사는 세상의 흐름대로 나도 역시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세상은 그럴지언정 하느님을 믿는 신자는 거기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해야 정상인 것이지요. 그리고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신자로서의 그러한 갈등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고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를 만나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8,32)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늘의 뜻과 진리에 입각해서 살면 자녀 교육이나 재물, 인간 관계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반면에 세상을 따라 살면 그것이 나에게 많은 편리를 가져다 줄 것 같지만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관계로부터 붙들리는 신세가 되고 말지요. 자녀 교육에 있어서 또 부모 형제 간의 관계나 건강에 있어서 자유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신자로서 이 세상을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10,16.22)
끝까지 참는 지혜로운 사람에게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얼마나 클 것인지는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음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시련에 부딪힐 수 있지요. 그러나 인내하면 하느님을 알게 되고, 하느님을 알게 되면 또 다른 차원을 넘어 가게 될 것입니다. 그 때는 시련이 시련으로만 여겨지지 않지요. 세상을 살면서 겪게 되는 시련과 갈등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그 시련이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계기와 은총의 바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