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이제 한국나이로 7살, 초등 입학까지 유치원 과정 1년만을 남겨두고 있다. 아이는 돌이 지나고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해 어린이집 3년, 유치원 3년을 채우고 학교에 가게 된다. 내년이면 초등학생이라니! 영유아 시기를 기관에서 6년간 꽉 채운 아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그동안 거쳐온 기관과 선생님들께(아직 1년 남았지만) 감사한 마음이 들어 순간 울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요 며칠 유보통합 이슈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유보통합이 되면 0-2세를 맡던 보육교사가 3-5세까지 교육하게 된다.
반대로 3-5세 유치원 교사가 0-2세 영아를 돌봐야할 수도 있다.
유치원은 사회복지시설이 된다.
한 기관에서 0-5세가 뒤섞이며 유아교육의 질이 낮아질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또 바라는 유보통합은 위와 같이 떠도는 소문의 유보통합이 아니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들 모두 실제 사실로 확인된 것이 없다. 지금 단계의 유보통합은 현재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교육부라는 하나의 부처가 관할’하는 것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이지 당장 기관들끼리 통합을 한다거나, 교사자격을 통합한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부모들 또한 당연히 유보통합으로 인해 유아교육의 질이 낮아지거나, 교사의 전문성이 무시된 교육과정이 운영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부처 이원화로 인한 차별. 재정적 지원, 교사 처우, 시설과 급식의 기준 등이 개선되고 우리 아이들이 어떤 기관에 가더라도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기를 바랄 뿐이다.
작년 어느 교육청에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연구를 위해 학부모 의견이 듣고 싶다고 해 참석한 적이 있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교사대아동 비율 축소, 놀이-유아 중심 누리과정의 충실한 운영 등을 제안했다. 그리고 간담회가 끝나갈 때 나는 교육청 관계자에게 질문을 했다. “이런 정책을 정말 하게 된다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아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이 되는걸까요?”
이 질문에 교육청 관계자는 “거기는 보육이라 저희가 할 일은 아니고,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을 안합니다”라고 답했다.
이것이 유보통합이 필요한 이유다. 같은 지역에 사는 만3-5세 아동이라도 어린이집을 다니느냐, 유치원을 다니느냐에 따라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보육-교육, 보건복지부(지자체)-교육부(교육청)으로 이원화된 지금의 체제에서는 같은 연령의 아이라 할지라도 기관에 따라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된다. (유치원은 급식비가 별도로 지원되지만, 어린이집은 표준보육료에 급식비가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라 아이들 식판도 기관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가 가정어린이집을 수료하고, 다른 기관으로 옮겨야 할 때 우리 부부는 많은 고민을 했다. 제일 보내고 싶었던 곳은 많은 부모들이 그러하듯 국공립유치원이었다. 다행히 집 바로 옆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이 있었는데 이곳은 만4세부터 입학이 가능했다. 이 곳을 고집하려면 1년간 다른 기관을 다니다 만4세가 되면 옮겨야 했다. 1-2년 단위로 기관을 옮기는게 아이 정서와 발달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우리 부부는 병설유치원을 포기했다(맞벌이 가정이었기에 돌봄이 걱정된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면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게 사립유치원보다는 돌봄에 충실한 어린이집이 나을 것이고, 어린이집 중에서도 국공립어린이집이 있다면 그곳에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만 3-5세 아이를 도보로도, 셔틀로도 등원시킬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은 우리 지역에 없었다. 집 근처 민간어린이집이 있었지만 실외 놀이환경이 없었고(건물 옥상에 있었지만 위험해 보였다), 특별활동 종류와 가짓수가 너무 많았다(한자, 골프, 줄넘기, 영어, 한글, 수학 등). 아이에게 좋은 환경인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우리 부부는 사립유치원을 선택했다. 앞서 민간어린이집보다 비용이 2배 이상 들어가는 곳이지만 저녁까지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었고, 충분한 실외 놀이 환경, 생태밭까지 갖추고 있어 우리가 다른 부분을 아낀다면 3년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지금의 다양한 기관 형태가 오히려 부모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는데 굳이 유보통합을 해야하냐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기관마다 차이가 나는 시설조건, 환경, 운영시간, 운영프로그램(특별활동)으로 인해 내가 원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조건이 맞으면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다.
정책, 제도, 관리부처의 차이로 인해 부모들은 아이 기관을 선택할 때 기관의 조건, 운영형태, 교사자격, 운영시간 등을 하나하나 알아보고 입소문 좋은 곳을 찾아 대기를 걸어놓는 수고를 해야한다. 내 아이를 위한 일이니, 사실 번거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왜 이렇게 기관마다 운영시간과 프로그램, 형태, 하다못해 지원방식 마저도 제각각이어야 하는 걸까. 기관들 또한 부모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생존 경쟁을 해야하고, 이는 과도한 사교육(특별활동) 운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아이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보육, 유아교육은 우리 집에서 가까운 기관이라면 그 어디를 가도 식판, 놀이·교육 환경, 교사의 질에 큰 차이가 없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각각 다른 부처가 아니라 하나의 부처 소관으로 관리받고 지원받아야 한다.
하나의 부처가(교육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함께 소관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영유아 기관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잡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보건복지부-교육부가 각각 별도의 통계를 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보육과 유아교육의 실태가 어떠한지 파악이 안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공급에 있어서도 부처간 칸막이로 인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사라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어딘가는 보낼 곳이 없어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지역도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하나의 데이터로 관리한다면,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기관을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정책과 제도는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로부터 나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육과 유아교육이 발전해 가기 위해서라도 교육부 중심의 통합을 이루어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정책과 제도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어린이집도 교육부 소관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더욱 안정적인 재정과 제도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유보통합으로 인해 막대한 나랏돈이 투입되는 만큼 민간어린이집,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할 계기가 될 것이고, 국공립유치원의 환경 개선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교사 양성 제도, 교사 자격 및 기관 통합 등의 논의는 교육부 중심의 통합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은 후 장기적으로, 세심하게 논의해 가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보육, 유아교육과 관련있는 그 누구도 희생하거나 피해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정부, 전문가, 교사, 학부모가 보육과 유아교육 모두 상향평준화되는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그려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보육과 유아교육의 주인공은 결국 부모도 아니고, 교사도 아닌 아이들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이해관계자라 불리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정부 또한 이러한 부모들, 교사들의 마음을 읽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영유아 아이들의 최우선의 이익을 고려해 진행해주기를 바란다.
유보통합을 기다리는 엄마가
첫댓글 저도 유보통합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온전한 유보통합이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절차와 과정들이 필요하겠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생님과 함께~♡
유보통합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