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순행.
어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 한 예배의 마지막 순서는 ‘십자가 순행’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순서였는데 의미있는 걸음걸이였습니다.
성공회 서울 대성당은 서울 시청 맞은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4.16 세월호 기억공간‘이 바로 코 앞에 있고(얼마 전 서울시의회에서 전기를 끊었을 때 대신 전기를 연결해 주기도), 현재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도 길 하나 건너에 있습니다.
예배 공간에서 길을 건너 합동 분향소까지 가는 길을 함께 동행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영화 ’미션‘의 순행 장면이 생각나는 첫번째 사진.
나눔의 집 현장에 계시는 신부님들의 비장한 표정 뒤로 주교님이 따라갑니다.
그 뒤로 유가족이 따르고 있습니다.
교회와 유가족을 잇는 자리, 그 역할을 주교님이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회적 참사 앞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유가족과 희생자를 범죄인 다루듯이 하는 자들.
우리가 기댈 것은 이 나무 막대기, 십자가 뿐입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밖에는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으로써 세상은 나에 대해서 죽었고 나는 세상에 대해서 죽었습니다.“
/ 갈 6:14(공동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