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msg, 無설탕, 無색소라서 무삼(無三)이고, 국수를 파는 집이라 면옥(麵屋)이랍니다. 무삼이건 무삼십이건 간에 맛이 없으면 말짱 꽝입니다만 암튼 이런 주장을 앞세운 냉면집이 공덕초등학교 옆 골목에 있답니다. 그 동네에서 일하는 아우가 점심 때 종종 먹으러 다니는 집이라는데 그 아우曰 ‘물냉집 치곤 평이하지 않은 맛이지만 제법 먹을 만하다’며 슬며시 낚시대를 드리웁니다. 그닥 미덥지 않은 취향의 아우지만 그래도 수차례 사전답사를 했다니 입질이라도 하는 척 해줘야합니다. 안 그럼 삐집니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거푸 두 번을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 시에는 여섯이서 돼지 수육 반 접시, 한우 수육 한 접시와 각자 식사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두 번째 방문 시에는 둘이서 돼지 수육 반 접시, 강황 만두 한 접시에 각자 식사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돼지 수육, 강황 완자 만두, 한우 수육/무삼면옥, 서울
선주후면의 맞춤안주로 한우 수육, 돼지 수육, 강황만두 등이 있으니 비록 한낮이지만 차마 반주를 빠뜨릴 순 없었습니다. 좋은 안줏감을 두고 헛되이 배만 채우는 것은 결코 주당으로서의 예가 아닙니다. 안주는 어느 것이든 제 몫을 합니다.
무삼면옥의 메뉴판(2015년 4월 초 기준)
면옥이니 당연히 국수가 주인공일 터, 국수는 메밀 함량에 따라 100%와 50% 두 가지로 구분해서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것을 다시 양념방식에 따라 물과 비빔 두 가지로 나누고, 또 각각의 것을 양(量)의 대소를 구분하여 보통과 소, 대 세 가지로 구분을 해놨으니 여기까지만 헤아려도 국수의 종류가 12가지입니다. 헌데 여기에 50% 물국수를 선택할 경우 육수의 온도에 따라 다시 냉면과 온면으로 선택을 할 수 있으니 다시 세 가지를 보테 총 15가지의 국수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손님의 입장에선 대단히 환영할 일이지만 쥔장의 입장에선 수고가 곱절로 드니 환장할 노릇일 수도 있습니다.
100% 메밀 물냉면
물냉면의 육수는 쇠고기를 근간으로 표고, 솔치, 멸치, 새우 등의 천연스런 맛내기로 맛을 더 하고 간장으로 간을 맞췄기에 평양냉면의 육수보다는 국수장국의 육수와 궤를 같이 하는 짭지름한 맛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맛 봤을 땐 온면으로 먹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갑판장이 일주일 간격을 두고 두 번 맛 본 ‘100% 메밀 물냉면 보통’은 만족스럽기도 했고, 좀 애매하기도 했습니다.
애매한 점은 국수장국스런 육수의 맛이 아니라 편차가 심한 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주일 새 거푸 두 번을 방문했는데 전혀 다른 간으로 특히 두 번 째 것은 간이 세서 육수를 마시기 힘든 정도였습니다. 육수의 맛도 처음 것은 표고향에 건어물의 기운이 도드라졌었는데 두 번째 것은 육향이 도드라졌습니다. 만일 블라인딩 테스트를 했다면 그 둘을 각기 다른 집의 것이라 했을 겁니다.
한가한 틈을 타서 청한 '면 따로, 육수 따로'
난데없는 청에 쥔장께서 잠시 당황하시더니만 이내 응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거듭 인사를 올립니다. 꾸벅~
육수는 좀 애매했지만 이 집의 100% 메밀면은 갑판장이 경험한 두 번의 경우만 놓고 본다면 단연 발군이었습니다. 일본식 메밀국수인 소바를 포함해서 최근 2년 새에 먹은 메밀면 중 으뜸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곱씹을수록 익힌 곡물의 구수한 단맛이 침샘을 자극하고, 은은한 메밀차향이 비강을 간지럼 태웁니다. 특히 민면만 따로 내줄 것을 청하여 한 젓가락 입에 물고 꼭꼭 씹으니 차가운 장국에 말렸을 때보다 메밀의 향과 맛이 오롯이 드러납니다. 아예 모리소바를 먹듯이 소금이나 간이 센 육수에 국수를 찍어 먹는 것도 이 집의 메밀면을 맛있게 먹는 또 다른 방법이겠다 싶습니다.
메밀순면(100%)이 있어 평양식 냉면집으로 착각하기 십상인데 이 집의 한쪽 벽면에 크게 걸어 둔 걸개에 ‘춘천지역 의병마을인 가정자 마을의 제조방식을 이어 받아 가정자 마을식 메밀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즉, 무삼면옥은 평양식 냉면을 지향(혹은 빙자)하는 집이 아니라 ‘가정자식 메밀국수를 지향하는 국수집’입니다. 고로 기존에 경험했던 평양냉면의 맛에 비추어 맛을 논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려는 열린 마음으로 방문하셔야 제 맛이 보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옆 집엔 줄을 서는데 왜 이런 집엔 줄을 서지 않는 걸까요?
첫댓글 그날 먹고 솔치 한박스 주문했음 ㅎㅎ
솔치 언급은 실수였음...
감춰놓고 야금야금...
@강구호 갑판장 본문부터 지우지.....
@준아빠 얼른 지웠습니다.
솔치 한박스 주문해서 이슬이 안주로 야금야금 먹어있는 1인입니다. ㅎㅎ
잘 지내시죠???
@딸기아빠 얼굴 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