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명 개벽 제23호
발행년월일 1922년 05월 01일
기사제목 民族改造論
필자 李春園 이춘원
기사형태 논설
民族改造論 (민족개조론)
李春園
弁言
나는 만흔 희망과 끌는 정성으로, 이 글을 朝鮮民族의 장래가 어떠할가, 어찌하면 이 民族을 현재의 쇠퇴에서 건져 행복과 繁榮의 장래에 인도할가, 하는 것을 생각하는 형제와 자매에게 들입니다.
이 글의 내용인 民族改造의 思想과 計劃은 在外同胞 중에서 發生한 것으로서 내 것과 일치하야 마츰내 내 일생의 目的을 이루게 된 것이외다.
나는 朝鮮 내에서 이 思想을 처음 전하게 된 것을 無上한 榮光으로 알며, 이 귀한 思想을 先覺한 위대한 頭腦와 共鳴한 여러 先輩 同志에게 이 기회에 또 한번 尊敬과 感謝를 들입니다.
원컨대 이 思想이 사랑하는 靑年 兄弟姉妹의 純潔한 가슴 속에 깁히 뿌리를 박아 꼿이 피고 열매가 매쳐지이다.
辛酉 十一月 十一日 太平洋會議가 열리는 날에 春園識
上
民族改造의 意義
근래에 전세계를 통하야 改造라는 말이 만히 유행됩니다. 일즉 歐洲大戰이 끗나고 巴里에 平和會義가 <18> 열렷슬 때에 우리는 이를 세계를 改造하는 會議라 하엿습니다. 因하야 國際聯盟이 組織되매 더욱 狂悅하는 熱情을 가지고 이는 세계를 改造하는 機關이라 하엿습니다. 그래서 큰 일에나 작은 일에나 改造하는 말이 만히 流行되게 되엇습니다.
改造라는 말이 만히 流行되는 것은 改造라는 觀念이 多數 世界人의 思想을 支配하게 된 標입니다. 진실로 오늘날 신간 書籍이나 新聞雜誌나 演說이나, 심지에 商品의 廣告에까지, 또 일상의 會話에까지 改造란 말이 만히 씨운 것은 아마도 空前한 現象일 것이외다. 무릇 어떤 觀念이 支配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어떤 다른 觀念이 支配하랴는 시대가 올 때에는 반듯이 인심에 更新이라든지, 改革이라든지, 變遷이라든지, 革命이라든지 하는 觀念이 드는 것이지마는 更新, 改革, 革命 가튼 觀念만으로 만족치 못하고 더욱 根本的이오 더욱 組織的이오 더욱 全般的, 滲透的인 改造라는 觀念으로야 비롯오 인심이 滿足하게 된 것은 실로 이 시대의 特徵이라 하겟습니다. 「지금은 改造의 時代다!」하는 것이 현대의 標語외다, 精神이외다. 帝國主義의 세계를 民主主義의 세계로 改造하여라, 資本主義의 세계를 共産主義의 세계로 改造하여라, 生存競爭의 세계를 相互扶助의 세계로 改造하여라, 男尊女卑의 세계를 男女平權의 세계로 改造하여라…이런 것이 현대의 思想界의 소리의 全軆가 아닙니까.
이 時代思潮는 우리 땅에도 들어와 각 방면으로 개조의 부르지즘이 들립니다. 그러나 오늘날 朝鮮사람으로서 시급히 하여야 할 改造는 실로 朝鮮民族의 改造외다.
대체 民族改造란 무엇인가. 一民族은 다른 自然現象과 가티 時時刻刻으로 어떤 방향을 取하야 變遷하는 것이니 한 民族의 歷史는 그 民族의 變遷의 記錄이라 할 수 잇습니다. 檀君時代의 朝鮮民族, 三國시대의 朝鮮민족, 高麗나 朝鮮시대의 朝鮮민족, 또는 가튼 李朝時代로 보아도 壬亂以前과 以後, 甲午以前과 以後, 이 모양으로 朝鮮민족은 끈힘업시 변화하여 나려 왓습니다. 우리가 난 뒤 三十年間으로 보더라도 조선이 어떠케나 변하엿나, 정치는 말 말고 衣服, 住居, 習慣 등 밧게 들어나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思想의 內容, *情의 傾向까지 몰라보개 변하여 왓습니다. 남자가 상투를 버이고 여자가 쓰개를 버서버<19>린 것이 어떠케 무서운 변화오니까. 과거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도 나날이 변하여 갑니다. 더욱이 재작년 三月 一日 이래로 우리의 정신의 변화는 무섭게 急激하게 되엇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今後에도 限量업시 계속될 것이외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의 변화외다. 또는 偶然의 변화외다. 마치 자연계에서 끈힘업시 행하는 물리학적 변화나 화학적 변화와 가티 자연히,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우연히 행하는 변화외다. 또는 무지몽매한 野蠻 人種이 自覺 업시 推移하여 가는 변화와 가튼 변화외다.
文明人의 최대한 특징은 자기가 자기의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達하기 위하야 계획된 進路를 밟아 노력하면서 시각마다 자기의 속도를 測量하는 데 잇습니다. 그는 본능이나 衝動을 딸하 행하지 아니하고 생활의 목적을 確立합니다. 그리하고 그의 一擧手 一投足의 모든 행동은 오즉 이 목적을 향하야 統一되는 것이오, 그럼으로 그의 特色은 計劃과 努力에 잇습니다. 그와 가티 文明한 民族의 特徵도 자기의 목적을 意識的으로 確立하고 그 목적을 達하기 위하야 일정한 組織的이오 統一的인 計劃을 세우고 그 計劃을 實現하기 위하야 組織的이오 統一的인 努力을 함에 잇습니다. 그럼으로 原始時代의 民族, 또는 아즉 분명한 自覺을 가지지 못한 民族의 歷史는 自然現象의 變遷의 記錄과 가튼 記錄이로되 이미 高度의 文明을 가진 民族의 歷史는 그의 목적의 變遷의 記錄이오, 그 목적들을 위한 計劃과 努力의 記錄일 것이외다. 딸하서 原始民族, 未開民族의 목적의 變遷은 오즉 自然한 變遷, 우연한 變遷이로되 고도의 文明을 가진 民族의 목적의 變遷은 意識的 改造의 過程이외다.
그러면 어떠한 경우에 改造의 現象이 생기나. 이미 가진 民族의 目的과 計劃과 性質이 民族的 生存 繁榮에 적합치 아니함을 자각하게 되는 경우외다. 그 性質로 그 目的을 향하야 그 計劃대로 나아가면 滅亡하리라는 判斷을 엇는 경우외다. 이러한 자각과 판단을 엇는 것부텀이 벌서 고도의 文化力을 가젓다는 證據니 그것이 업는 民族은 일즉 이러한 自覺을 가져보지 못하고 不識不知 중에 마츰내 멸망에 들어가고 마는 것이외다. 능히 전 民族的 生活의 핵심을 洞察하야 이 방향의 진로는 멸망으로 가는 것이다<20> 하는 분명한 判斷을 엇는 것이 그 民族의 更生하는 첫 거름이외다, 萌芽외다. 그리고 한번 이러한 判斷을 엇거든 총명하게 새로운 進路 새로운 目的과 計劃을 정하야 民族生活의 針路를 전하도록 意識的으로 組織的으로 노력하는 것이 그 民族의 更生하는 유일한 길이니 이는 퍽 총명하고 勇斷잇고 活氣잇는 民族 아니고는 능치 못할 것이외다.
나는 以上에 民族改造한 것이 民族의 生活의 進路의 方向變換, 즉 그 목적과 計劃의 根本的이오 組織的인 變更인 것을 暗示하엿습니다. 오즉 어떤 부분을 改革하거나 修補한다는 것이 아니오 집으로 말하면 그 안즌 방향과 基礎와 室의 配置와 構造와 材料를 전혀 새로운 設計에 의하야 다시 짓는다 함이니 비록 낡은 材料를 다시 쓴다 하더라도 그것을 新設計에 마초아 쓸만한 것이면 쓰는 것이 될 뿐이외다. 이럼으로 民族의 改造라는 것은 여간한 경우에 輕易히 부르지즐 바가 아니니 아까도 말한 바와 가티 이대로 가면 망한다 할 경우에 乾坤一擲의 大決心, 大氣魄으로 할 것이외다. 과거의 역사로 보건대 一民族의 專生涯(四千年이나 五千年)에 만하야 二三次되기가 어려운 일이외다. 청년다운 生氣가 업시는 도저히 못할 일인 듯 합니다. 다음에는 世界 歷史上에 民族改造運動의 實例 몃가지를 들어 더욱 民族改造라는 思想을 分明히 하려 합니다.
歷史上으로 본 民族改造運動
첫재로 들 것은 古代 希臘에 在한 소크라테스, 풀라톤 등의 民族改造運動이외다. 당시 希臘은 波斯에 對한 戰勝과 商業의 發展과 文化의 爛熟으로 人民이 利己와 巧詐와 遊迭에 흘러 民族的 生活―즉 鞏固한 團軆生活의 힘이 날로 消耗하여지고, 그 時勢의 産物인 詭辯學派가 一世를 風靡하야 國民道德이 地를 拂하게 되엇습니다. 「各人의 準繩은 自己라」하는 詭辯學派의 標語는 奉公이라든지, 相互扶助라든지 하는 團軆生活에는 生命이라 할 道德의 權威를 無視하는 말이외다. 이때에 소크라테스는 「이대로 두면 망한다」는 慄然한 自覺으로 憤然히 일어나 正義의 實在와 奉公의 德의 權威를 力說하엿고 그의 首弟子 <21> 풀라톤은 國家中心의 道德을 絶叫하엿습니다. 지금에는 소, 푸 兩氏를 哲學의 祖로 전하지마는 기실 兩氏의 目的은 哲學의 建設이 아니오 자기네의 사랑하는 國家와 民族의 救濟외다. 그네의 哲學은 千古에 전하야 崇仰의 標的이 되지마는 그네가 畢生의 精力을 다하야 救濟하려 하던 祖國은 마츰내 救濟치 못하고 말앗스니 그네의 主觀으로 보면 그네는 생활에 失敗한 사람이외다. 그네의 地下의 靈이라도 祖國은 가고 哲學만 남은 것을 못내 슬퍼하엿슬 것이외다.
흔히 國家를 바로잡을 뜻을 가진 者는 그 國家의 政權을 자기의 手中에 掌握하기를 유일한 길로 압니다. 더욱이 東洋이 그러하고 더욱이 고대에 그러하엿습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쓰는 國家의 興亡이 政權에 잇는 것이 아니오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db.history.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