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빈터를 이용해서 여러가지 화초를 조그맣게 가꾸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좋아서
하지만 힘도 듭니다. 아파트로 이사할 것을 대비해 봄에 미리 비닐포트(pot)에 접씨꽃씨를 포트당 4~5개 심어서 길러 한여름 제헌절 전날에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이사하던 날 이슬비가 약간
내려서 땅이 촉촉할 정도였지요. 이사짐을 대강 정리하고 이튼날도 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가져온 접씨모종을 옮겨 심고 있으니 어떤 아주머니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나무를 캐가지 말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아마도 자세히 보지않고 나무를 캐 가는것으로 본 모양이었다. 아무 대꾸도 없이 계속 심으니 자기 생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창문을 닫고 말이 없었다. 거름기가 전혀 없는
생땅이라서 거름을 사다가 주고 가을에는 내년에 자라는 데 필요한 거름을 충분히 추비로
시비했습니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봄이 되어 접씨꽃 새싹이 힘차게 올라와서 무럭무럭 잘도 자랐습니다.
이 씨앗은 남대문 꽃상가에서 그 상인이 씨앗을 채취한 것이며 종묘상에서 채취해 파는 것이
아닙니다. 6월 중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1개월 이상 계속피었는 데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겹꽃에다 꽃송이가 크고 색상도 적홍색으로 아주 보기가 좋았습니다.
파종후 60일만에 피는 초여름에 피는 코스모스를 가꾸어 6월에 꽃이 피었습니다. 모두들
초여름에 코스모스꽃이 피었다고 하면서 빨간 코스모스를 좋아했습니다. 키는 작고 꽃송이는
큰 맨드라미 씨앗을 구해서 심었는 데 가을에 빨간 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나팔꽃도 씨앗을 파종하고, 과꽃도 파종하고, 목화씨앗도 파종,석죽(패랭이꽃)도, 매발톱꽃도 파종, 할미꽃 씨앗은
함평 나비축제에 가서 부근에 있는 생태공원에서 채종하여 당해에 파종해서 자라서 이듬해
한송이 씩 몇개의 꽃이 피었습니다. 봄에 향기가 나고 흰색 꽃이 피는 미선나무도 화분에서 옮겨 심어서 해마다 꽃이 피었습니다. 대구에서 가져온 무궁화를 주택에서 거주할 때 심어서 꽃이 잘 피었고 다른 주택으로 이사할 때도 옮겨와서 꽃이 아주 탐스러운분홍꽃이 여름에 만발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꽃이 아름다워서 꺾곶이를 해서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공원에 옮겨 심어 성목이 되어 꽃이 피었는 데 역시 사람들이 좋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무궁화(산처녀)도 꺾곶이 해서 유목을 심었는 데 몇송이가 피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런 무궁화는 처음 본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힘들여 가꾸고 있는 데 이상한 일들이 자꾸만 생기니 괜히 쓸 데 없는 일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그냥 내버려 두고 가꾸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 사례를 들어 봅니다.
1. 공원이라 잔디를 웃자라지 못하게 깎아 주는 데 일하는 사람이 예초기로 나팔꽃을 사정없이
잘라버렸고 공원 조성하면서 심어 놓았던 능소화 덩굴도 잘라 버려서 죽고 말았습니다. 누가
보아도 가꾸고 있는 것이 분명한 데 귀찮아서 그런지 몰라서 그런지 잘라 버린 것입니다.
2. 공공근로로 공원에 잡초를 뽑는 데 아주머니들이 코스모스와 나팔꽃을 한 곳에 심어 놓았는 데
가을에 잡초를 뽑으면서 나팔꽃이 계속피는 시기였고 코스모스는 여름에 피고 나서 더 이상
피지 않고 꽃대가 어느 정도 말라가고 있는 시기여서 뽑아내려고 하고 있었던 때였는 데
뽑아야 할 코스모스대는 그대로 두고 나팔꽃 덩굴과 한참 꽃이 피어 보기 좋은 맨드라미를
완전히 뽑아버렸습니다. 그 사람들 눈에는 잡초로 보였던 것이겠지요.
3. 과꽃도 꽃이 빨간 아주 좋은 씨앗을 구해서 파종하여 잘 자라고 있어 비가 오면 모종을 쏙아서
옮겨 심는다고 기다리고 있었는 데 어느 날 보니 누군가 쏙아서 그냥 내버려 두어서 말라
죽었지요. 차라리 치우기라도 했으면 누가 기르겠다고 쏙아 간 것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었는 데 말라 죽어 있으니 속이 상했습니다. 누가 보아도 가꾸고 있다는 것을, 어린이가
보아도 알 텐데 뽑아 버려 죽여서니 속이 좋을 수가 없지요. 가을에 꽃이 피었는 데 꽃을 꺾어
가서 씨앗도 받지 못했으며 그나마 남아 있는 몇포기마저 뽑아버렸더군요.
4. 산처녀를 심어 놓았더니 가지를 자꾸 꺽고 찌져서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아서 다시 화분으로
옮겨 심어 현재 꽃봉오리가 상당히 맺혔습니다. 아마도 하순경에는 개화될 것 같습니다.
5. 목화 씨앗을 종묘상에서 다른 꽃씨등을 사면서 몇개의 씨앗을 얻어 파종하여 꽃도 피고
다래도 열렸습니다. 물론 화초용으로 길렀던 것은 아니고 옷을 만들어 입었던 지난 시절에
무명옷 재료인 솜을 얻기 위해서 문익점 선생님이 중국에서 붓뚜겅에 넣어 숨겨서 가져와서
옷이 귀했던 그 때에 우리민족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목화입니다. 그런데 연세가 많은 분들도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습나다. 목화를 심은 것은 화초로도 손색이 없고
어린이들이 볼 수 없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교육용으로 심어 놓았는 데 꽃을 따 가고 열매도
따고 해서 열매가 익은 솜털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6. 할미꽃도 금년에 꽃봉오리가 올라왔는 데 피기도 전에 여러송이를 꺾어 버리고 또한 새싹이
많이 올라 와서 자라고 있는 데 누군가 발로 일부러 싹 밀어 버려서 새싹이 모두 잘라 버리고
말았는 데 현재 몇 포기는 뿌리에서 다시 순이 나오고 있고 죽은 것이 더 많습니다.
7. 매발톱꽃도 재 작년에 공원과 아파트 정원에 같이 뿌려서 잘 자라고 있었는 데 그해에 공원에
뿌린 매발톱꽃은 잡초뽑기 할 때에 전부 뽑아 버렸고 아파트 정원에는 예초기로 잘라 버리고
난 후에 뿌리에서 다시 새순이 나와서 자란 것을 공원에 옮겨 심고 작년에 뿌린 씨앗이 자라서
금년에 제법 보기 좋게 꽃이 피었는 데 누군가 꽃을 꺾어가서 다른 사람이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8. 접씨꽃도 자라서 꽃이 필 무렵에 잎을 많이 따고 꽃대도 부러뜨리고 했습니다. 그러나 접씨꽃은
한 구덩이에 4~5 포기씩 열 구덩이를 심었기 때문에 꽃을 감상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요.
그렇지 않았더러면 더 좋은 광경을 볼 수 있었겠지요! 접씨꽃은 많은 씨앗을 맺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씨앗을 가져다 기를 수가 있는 데 어느 할머니가 잘 자라고 있는 접씨꽃 모종을 캐
가겠다고 하여서 씨앗을 받아서 기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봄에 파종해서 잘 가꾸면 당년에
꽃을 볼 수도 있지만 이듬해에는 반드시 탐스러운 꽃을 볼 수가 있습니다.
9. 석죽을 작년 봄에 파종을 해서 잘 자라서 꽃이 필 무렵이었는 데 잔디 깎으면서 예초기로 잘라
버렸는 데 다행히 뿌리가 살아 있어 새순이 나와서 예쁜 꽃을 볼 수가 있었고 금년에는 아주
무성하게 새싹이 올라와서 잘 자랐는 데 오늘 보니 반 정도를 누군가 잘라 버렸고 나머지
반은 다행히 무사하였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화초들도 무사히 꽃을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하니 어찌 더 이상 가꾸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2009.5.31. 진딧물 구충하러 살충제를
가지고 갔는 데 가위로 햇가지를 모드 잘라 버려서 바닥에 떨어지고 일부는 잘린채로 가지에 걸려
있어 시들어 가고 있었다. 아마도 관리인이 전정한다고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궁화는 햇가지가
자라 끝 부분에 꽃봉오리가 맺혀 꽃이 밑에서 피어 올라 가는 데 꽃봉오리가 생기기 전에 잘라 버려서니
햇가지에서 다시 새순이 나와야 하는 데 남은 생장기간에 자라서 꽃봉오리가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관리실에 갔더니 사람이 없었다. 금년에는 꽃 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관련된 꽃 사진을 게재합니다.
첫댓글 가슴 아프셨겠습니다. 초본들은 더 심하고 목본인 무궁화 나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이 훼손하는 걸 보면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허탈합니다. 선생님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공원이라서 작년부터는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두고 금년에는 시비없이 있는
씨앗만 뿌렸습니다. 2년전에 뿌린 할미꽃, 매발톱꽃은 금년에는
지금상태로으로는 양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