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충북 충주시 일대가 기업도시로 선정될 것이라는 개발정보를 미리 알아내고 부동산 투기를 한 고위 공무원.대학교수.변호사.의사 등 108명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농지를 집중 매입한 시점은 2005년 4월 충주시가 기업도시 사업에 신청하면서 3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될 무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역 개발정보를 입수한 기획부동산을 중심으로 투기가 성행했다"고 설명했다.
농지법엔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을 경우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이들은 주말농장으로 활용하겠다는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내거나 위장전입해 농지를 불법적으로 사들였다고 한다. 이런 수법으로 농지 21만2500여㎡를 매입했다. 경찰은 108명을 모두 농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충주시는 그해 7월 기업도시로 최종 선정됐으며 2012년까지 3400억원이 투입돼 개발된다.
적발된 사람 중엔 공무원 10명이 포함됐다. 경찰 조사 결과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 Y씨(48)의 경우 2005년 2~6월 세 차례에 걸쳐 충북 충주시 주덕읍 일대 논과 밭 7600여㎡를 2억7000만원에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농지에 벼를 심겠다'는 내용의 농업경영계획서를 면사무소에 냈다는 것이다.
Y씨가 농지를 매입한 시점은 충주시 일대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이기 직전이었다. 경찰은 Y씨가 개발정보를 미리 빼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Y씨는 "개발정보를 얻지도, 남에게 알려 주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수사 관계자는 "일부 농지는 소작을 줬지만 대부분 그대로 방치돼 잡초만 무성했으며, 충주시가 기업도시로 선정된 뒤 땅값이 여섯 배 뛰었다"고 말했다. Y씨는 서울 동부이촌동.경기도 용인 수지 아파트 2채, 서초동.천안의 오피스텔 16채, 완도.해남.영광.보령.고창 등지의 땅 7만7000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280억원에 달하는 오피스텔 16채를 분양받기 위해 80억원의 대출도 받았다고 한다. Y씨는 "오피스텔은 임대사업을 위해 투자를 한 것이고 나와 처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며 "토지는 18년 전에 집사람이 소규모 금액으로 친구들과 함께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업도시=산업시설과 주택.교육.의료.복지 기능이 함께 갖춰진 자급자족형 복합도시. 현 정부에서 충주, 충남 태안, 전남 무안.영암.해남, 전북 무주, 강원 원주 등 여섯 곳이 선정됐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2007.10.11 06:0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