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예정 시간은 베트남시간으로 오후 10시 반 (한국시간 밤 12시 반)이고, 제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비자심사대 줄이 어찌나 긴지 시간이 꽤 걸린 듯 합니다. 알아서 적당히 줄서서 기다리는 방식인데 우리가 서있던 줄이 가장 오래 걸린 듯한 느낌. 지루함과 피곤함으로 태균이는 멀찌감치 대기석으로 가더니 휴대폰 삼매경.
그렇게 공항을 나오니 벌써 11시 40분. 찾을 짐도 없는데 비자심사대 줄에서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빨리 호텔로 가는 게 시급한데 택시승강장에 택시가 서너대 있으나 기사들은 자리를 비운 유령택시들. 기사들은 호객행위하러 나갔거나 더높은 택시비 호구잡으러 다니고 있거나 하는 모양입니다.
공항 택시승강장에 택시가 즐비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초장부터 와르르 무너지고 우리는 호구대상이 되서 우리가 예약한 시내 아파트까지 무려 800,000동(한국돈 거의 5만원)이나 지불하는 조건으로 낚였습니다. 베트남 물가와 거리 계산하면 엄청닌 바가지이긴 한 듯 합니다.
새해 첫날 택시도 없고 택시비가 비싸다는 기사의 말이지만 그냥 베트남 입국료다! 여길 수 밖에요, 번역기돌려가며 의사소통해야 하니 흥정도 애초 가능하지 않습니다. 택시를 타니 완전 총알택시, 거기에다 나름 뭔가 상황설명도 열심히 해주려는 택시기사!
그가 갑자기 베트남말로 '쭉 뭉!' 이라고 외치는 순간 도시 전체에 터지는 크고 작은 불꽃들! 택시가 하도 총알이라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지 않으나 여기저기 터지는 불꽃잔치가 대단합니다.
화이어웍(불꽃축제)에서나 볼 듯한 대형불꽃쇼는 도심쪽에서 연실 펑펑거리며 터지고 있는데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습니다. 마침 도착한 호텔, 영어도 통하지않는 프론트직원과 번역기돌려가며 겨우 의사소통을 마치고 방을 배정받아 올라가니 외부와는 단절된 창 하나없는 방! 분명 우리가 예약한 방은 공원뷰 보장이라고 되어 있는데...
다시 프론트로 내려가서 예약사항을 휴대폰 화면으로 핵심(공원뷰, 그리고 창이 멋진 숙소사진)만 집어가며 다시 알려주니 그 때서야 메니저와 통화하며 다시 방을 배정해 줍니다. 이 방을 바로 배정해 주었으면 멋진 새해축하 불꽃놀이 장관을 눈 앞에서 목격했을텐데 아쉽지만 훨씬 나은 방으로 옮겨진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도시와 공원뷰, 큰 침실과 거실, 부엌시설까지 잘 갖춰진 도심의 아파트식 호텔이 하루 7만원이니 싸기는 쌉니다. 더우기 베트남도 9일부터 14일까지 긴 황금연휴라서 택시기사 말저럼 모든 게 비싼데도 그 정도이니 거기다 큰 불꽃놀이까지 목격했다면 횡재 중에 횡재였을 듯 합니다.
이 색다른 베트남의 음력 설날의 멋진 축하쇼는 중국의 문화와 훨씬 가까이 가있습니다. 음력설날은 1년 중 최대의 명절이자 긴 황금연휴입니다. 일방적인 시가의 제사 봉사에 온통 반기를 드는 시댁성토대회와 마냥 밀리는 고속도로 상황중계로 점철해 가고있는 국내의 명절분위기와는 너무 대조적인 사회상입니다.
한국이 우울증이 세계 최고라고 성토한 미국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작가의 주장처럼 내것이 아닌 남의 것을 받아들임에 있어 대부분의 것을 부정적 방향으로 변질시키는 독특한 정신적 세계의 한국! 축제의 불꽃으로 도시 전체가 화염으로 가득한 하노이의 현장을 목격하자 그 외국인의 시선이 깊이 실감되는 느낌입니다.
https://youtube.com/shorts/DWaXm7x1Ffs?si=qzTR2FJF7WtSehz4
그렇게 하노이의 첫날 밤은 깊어만 갑니다. 숙소 가까이에 걸어서 가볼만 곳들이 꽤 있으니 날 밝으면 만보실천 겸 관광까지 제주도에서 배운 방식들을 실천해 볼 요량입니다.
비행기에서 저녁먹고나서 먹었어야 할 저녁약을 그만 태균이 배낭에 넣어둔 채 선반에 넣었으니 그걸 꺼내야 하는데 태균이 배낭 위에 누군가의 물건봉투가 올려져 있습니다. 더우기 그 선반은 우리 자리 위가 아니고 바로 앞 승객 줄의 선반입니다. 거의 맨 뒷줄로 좌석예약해서 앉다보니 우리 줄 선반은 승무원들 짐이 채워져있어 할 수 없이 좀 앞으로 갔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보는데 우리 뒷 줄 남자가 일어나 도와줍니다. 제 덩치가 선반에 닿지도 않거니와 그 물건봉투의 주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도와주던 그 남자의 실수로 봉투가 떨어지며 그 아래 중년남자 돋보기안경을 쳐서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번개같은 속도로 안경을 주워 돌려주며 백배사죄... 그 찰라 그의 앞줄에 젊은 남자가 눈을 부라리며 기어코 큰소릴 칩니다. '여봐요! 조심하지 않고 뭐하냐' 바로 이럴 때 제가 젊은 놈이 건방지게 말투가 그게 뭐냐? 그래서 다쳤냐고! 하고 맞받아치면 대형 난투극으로 가겠지요. 안경주인보다 새파란 그 아들한테 깊이 사과하며 빠르게 마무리. 그러고는 다시한번 안경주인에게 안경괜찮냐 정말 죄송하다 했더니 이 분은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신경쓰지 말라는 제스츄어를 해줍니다.
비자심사대 줄에서 우리 바로 앞에 있던 한국놈 하나! 40대로 보이는 그는 줄잘못 섰다고 기다리는 내내 옆의 와이프를 닥달! 다른 줄로 가자고 할 때 왜 말을 안 들었냐는 취지인데 나중에 보니 여자는 20대쯤의 베트남여자. 남자얼굴에 짜증과 불친절이 짙게 배어 있는데다가 눈썹 문신은 길고 굵게 해놓아서 그것까지 꼴볼견입니다.
아 한국인의 우울증 증세들을 어떻게 할까요? 오래되버린 잘못된 사회교육의 영향들이 이렇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으니, 원래 우울유전자가 있는데다가, 짜증과 분노폭발의 우울바이러스까지 겹쳤으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우리의 명절은 시댁 갑질성토와 갑의 위치를 고집하려는 남성들의 초라한 수성들로 전통의 이념이나 가족의 소중함은 자꾸 멍들어가고 있는데... 새해를 축하하는 베트남 불꽃축제는 내년에도 보고싶습니다.
첫댓글 여행은 본디 절반은 고생하는 맛 같습니다.
모처럼 남은 일정, 즐겁기만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