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들다’ 호소한 생면부지 ‘한 아버지’ 도왔는데 알고보니 목사 주머니 터는 상습범이었던 것
입력:2025-02-07 03:02
게티이미지뱅크
작은 교회에서 목회 중인 A목사가 최근 생면부지의 ‘한 아버지’를 도왔던 내용을 자신의 SNS에 썼습니다. “형제를 홀로 키우지만 황반변성으로 일도 못 합니다. 생활고로 공과금과 아파트 관리비, 월세를 못 내 당장 내일 난방과 전기가 끊깁니다. 국가지원금이 월말에나 나오기에 한 푼도 없습니다. 부디 도와주세요.”
A목사는 “퍼뜩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자녀들이 다닌다는 학교로 연락을 했고 그런 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 바로 돕기로 했습니다. 고지서 납부계좌를 알려 달라고 하니 아버지는 굳이 “나는 신용불량자고 우리 아들 계좌로 보내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결국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계좌이체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진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아버지가 거주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직원에게 온 연락입니다. “이 아버지는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고 있고 절대 전기가 끊길 일은 없습니다.”
의아해하던 중 그 아버지 거주지 근처에서 목회하는 친구에게도 전화가 왔습니다. “그분 지역에서 유명하다. 어지간한 규모 교회에 모두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역 목회자들에게 연락을 다 돌린 뒤 ‘호소 전화’를 전국으로 확대한 ‘상습 호소인’으로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속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이 아버지에게 연락받으면 내가 보냈으니 돕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런 일, 비단 A목사만 겪은 건 아닙니다. 신학대 안에도 “나는 뇌종양 말기로 불치병이야. 살아 있는 날까지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어”라는 식으로 호소하며 대대적인 모금을 한 뒤 돈만 챙겨 자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성경은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마 22:39)고 가르칩니다. 이런 종류의 호소가 줄을 잇는 것도 말씀대로 살려는 목회자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죠. ‘상습 호소인’들은 목사들이 결국 도와준다는 걸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도와야 하지만 잘 알아봐야 한다”면서 “도우려는 마음이 앞서 어려운 이들의 사정을 잘 살피지 않으면 때때로 상처받는 일이 생기고 도움의 마음마저 닫힐 수 있다. 교인들과 상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목사들의 선한 마음을 이용하는 이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나누는 일에도 지혜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