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저혈당
달콤한 것은 독인데 우리 몸은 왜 이 독을 원할까? 본능의 욕구가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다. 단 것이 당기는 것은 담배나 술과 같이 중독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 것은 뇌에 직접 작용하여 기분을 좋게 한다. 원래 자연계에 존재하는 단 맛은 희귀한 편이었다.
중독이 다 그렇듯이, 단 것 역시 몸을 망가뜨린다. 일단 달콤한 설탕을 한 수저 먹으면 혈당이 거의 수직으로 치솟는다. 이때는 섭취한 글루코스의 절대량이 많지 않아 고혈당이 순간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 사정을 알 리 없는 인슐린분비시스템은 높은 혈당수준에 상응하는 인슐린을 혈중에 쏟아 붓는다. 과잉 분비된 인슐린은 혈당을 정상으로 떨어뜨리고도 남아돈다. 남아도는 인슐린은 혈당을 과도하게 떨어뜨림으로써 저혈당 사태를 초래한다. 저혈당은 세포를 굶주리게 하여 전신의 기능을 난조에 빠뜨린다. 이런 증상은 인슐린을 치료제로 쓰는 당뇨병환자에게서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저혈당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라는 것을 자각할 힘마저 빼앗아 버린다. 이때는 사람이 순간적으로 바보가 되기도 하고 정신병자가 되기도 한다. 식은땀, 손 떨림, 사고 작용의 정지, 신체활동의 정지, 면역 세포의 정지 같은 증상이 생기고 여기서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저혈당 상태는 즉시 바로잡아야 하는데, 여기에 특효약은 단 음식이다. 저혈당 사태를 초래한 것도 단 것이고, 저혈당을 모면하게 하는 것도 단 것이다(세상에는 이렇게 어이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달콤한 것을 먹고 순간적으로 저혈당을 모면한다. 그런데 또 얄궂게도 단 것에 대한 충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혈당은 또 치솟고, 치솟은 혈당을 내리기 위해 인슐린은 계산 없이 혈중으로 쏟아져 들어가서 다시 저혈당을 유발한다. 그래프로 나타내면 마치 못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모양으로 보여, 이것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슐린 분비 기능이 왕성한 어린이들이 단 것을 입에 달고 살 때 나타난다. 단 것에 대한 미각은 어린 시절에 거의 다 형성되고, 그 밖의 오묘한 맛에 대한 미각은 어른이 되면서 눈을 뜬다. 오묘한 맛을 모르는 어린애들은 단 것에 집착하게 되어 있다.
아이들만큼 역동적이진 않지만, 어른들도 혈당이 널뛰기한다. 다 큰 어른이 단 것에 집착할 때는 창피한 줄을 알아야 하는데, 혈당이 널뛰기를 하면서 자꾸만 단 것을 원하니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래도 널뛰기를 한다는 것은 아직은 본격적인 당뇨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널뛰기마저 멈추는 날, 본격적인 당뇨병이 시작된다. 당뇨병은 혈당 널뛰기를 하다가 췌장이 뻗어버린 상태다.
커피 한 잔, 효소음료 한잔에 들어 있는 설탕 정도만으로도 혈당은 충분히 널뛰기를 할 수 있다. 설탕은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독이다. 단 것에 여러 겹으로 취약한 아이들에게 절대로 설탕을 줘서는 안 된다.
은밀한 敵
공개된 적보다는 은밀한 적이 훨씬 위험하다. 공개된 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하고 조심하지만 은밀한 적에게는 대책도 세워보지 못하고 당한다. 설탕이 안 좋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안다. 그래서 가끔 단 맛의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절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식품은 위험성이 설탕에 못지않은데도 도리어 몸에 좋은 식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최소한의 경계 심리마저 없는 상태에서 과량을 섭취하게 되는 이들 식품은 음험한 적(敵)이라고 할 수 있다.
과일
과일의 당분은 글루코스 50%, 과당 50%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설탕과 똑 같고, 다만 과일에는 글루코스와 프룩토스가 따로 있고, 설탕에는 그 둘이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 다르다. 대자연에서 온 것이라고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설탕도 열대의 태양을 받고 자란 사탕수수에서 왔다.
꿀
꿀은 설탕만큼이나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자신의 위험성을 자연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숨기고 있는 꿀은, 설탕보다 더 위험한 식품이다. 옛날에 꿀은 희소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았다.
요즘 꿀은 건강식품으로 통한다. 토종꿀은 예전만 못해도 여전히 상당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토종꿀에는 상당량의 꽃가루, 벌이 내놓은 효소가 들어있다. 토종꿀은 양봉에서 나온 아카시아꿀, 밤꿀, 유채꿀처럼 한 가지 꽃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온 산과 들에 있는 갖가지 꽃의 꿀과 꽃가루가 모인 것이다. 꽃가루가 상당량 포함되어 있는 꿀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영양, 효소, 비타민(케일의 1/10에도 못 미친다)으로 인해 건강 증진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그런데 이런 목적이라면 굳이 위험한 꿀을 먹을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꿀은 생청(生淸)이라 하여 속병을 다스린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신비한 작용이 없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꿀 속에 들어있는 소량의 미네랄은 빈혈치료에 도움이 되고, 유익균과 올리고당은 대장상태를 개선하며, 효소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포도당과 과당만으로 이루어진 꿀은 독약일 뿐이다. 게다가 꿀을 뜨거운 물에 타서 효소를 다 파괴시켜 먹는 것은 설탕물을 먹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우리가 꿀벌에게 신세질 만한 것은 프로폴리스, 꽃가루, 봉침이지 꿀은 아니다.
나는, 꿀을 많이 먹어보았지만 꿀로 인해 신비한 효능을 체험한 적은 없고, 다른 사람이 그런 효능을 보았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 꿀을 먹다가 당뇨병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다. 아주 오래 전에 한 번은 꿀 뜨는 것을 도와주다가, 몰래 꿀을 밥그릇에 가득 담아 삼켰다. 속이 뒤집히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고혈당으로 인한 일종의 쇼크였던 것 같다. 종합적으로 볼 때, 꿀은 식품으로서는 낙제감이다.
흑설탕
설탕이 안 좋은 것은 원래 들어 있던 미네랄, 비타민을 깡그리 없애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흑설탕은 괜찮다고 하면서, 심지어 채소를 발효하는 데도 이 흑설탕을 쓰는 사람이 있다.
시판되는 흑설탕은 사탕수수 원당이 아니라, 백설탕을 3번 가열하여 노릇노릇하게 만든 후 설탕찌꺼기와 카라멜 색소를 첨가한 것이다(일반흑설탕은 ‘정제삼온당’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렇다면 유기농으로 재배한 사탕수수의 원당(연한 갈색을 띠고 있다)은 괜찮은 것일까? 결론적으로, 백설탕보다는 2% 더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오십보백보다. 몸에 좋은 단맛은 없으니 단맛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좋다.
채소발효액
채소를 썰어 설탕에 켜켜이 재놓은 것을 야채효소라고 부른다. 일단 이것은 ‘효소’가 아니므로 야채효소는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
채소발효액은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효과가 확연히 구분되는 식품이다. 단기적으로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유산균이나 미지의 성분 때문에 장이 깨끗해져서 기분이 좋아지고 감기도 바로 나아버리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공복에 진하게 타먹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오랫동안 복용을 하게 되면, 혈당 널뛰기를 유발하여 면역계와 췌장에 심한 부담을 준다.
*채소 발효액에 대해서는 제19장 ‘똥’ 부분을 참고할 것
과당(Fructose)
과당은 당뇨환자용 감미료로 팔리고 있다. 과당이 혈당조절에 이롭다는 것은 낡은 이론이고, 지금은 과당이 당뇨환자에게는 물론이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부담을 준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식혜
쌀에 들어 있던 녹말이 엿기름의 아밀라아제의 의해 엿당으로 바뀌면 식혜가 된다. 식혜의 단맛은 설탕보다 더 깊은 맛을 내기 때문에 식혜는 부담 없이 벌컥벌컥 마실 수 있다. 식혜는 효소식품의 일종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한 분자의 효소도 들어있지 않다. 아밀라아제는 건강에 특별한 기여를 하는 효소도 아니려니와, 최종단계에서 100도로 가열하기 때문에 식혜 속에는 멀쩡한 아밀라아제가 한 분자도 남아있지 않다.
식혜를 고면 조청이 되고, 조청을 좀 더 고면 엿이 된다. 식혜, 조청, 엿, 이런 것들은 모두 효과가 더디 나타나는 독약이다. 한가할 틈이 없는 요즘 사람들은 병원구내매점에서 과일주스, 죽 통조림, 매실즙액을 사들고 문병을 간다. 오랫동안 병원에서 푸욱 쉬었다가 오라는 뜻으로 하는 거라면 제대로 고른 것이다. 그 중에서 식혜가 최적이다.
밥, 빵
밥은 소량만 먹고 반찬을 싱겁게 해서 많이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반찬을 밥을 먹기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거나 떡이나 빵을 먹을 때처럼 아예 반찬 없이 밥만 먹는 것을 생활화하면, 그 어느 음식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매일같이 빵에다 쨈을 발라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어떤 건강요법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2005년 세계당뇨병협회(IDF)는 전 세계 인구의 20~25%가 탄수화물 중독증(혹은 신드롬X)이라는 신종 유행병을 앓고 있고, 이로 인해 당뇨병과 심장병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유행병은 그 어떤 슈퍼 박테리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 산업화된 식품 생산 과정과 범람하는 가공식품이 빚어낸 영양학적 질병이다
첫댓글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