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뿌리를 찾아서
박윤찬
통전공부에서 삼국유사에 대해 배우던 도중, 우리는 삼국유사의 보고인 경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직접 보며 역사를 배우는 만큼 좋은 공부는 없기 때문이다. 여행의 일정은 물론 세부 사항까지도 모두가 같이 준비했기 때문에 기대가 배가 되었다. 이번 여행은 말 그대로 우리의 뿌리와 우리 민족의 얼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나는 이 여행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가 배운 것들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 글을 쓰려 한다. (여행을 진행한 윤서 누나와 안솔이 누나, 그리고 최선을 다해 준비한 우리 모두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처음으로 갔던 인각사는 일연 스님께서 삼국유사를 완성하신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기억과 기록의 차이를 배웠다. 기억은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하지만 기록이라고 해서 다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역사의 기록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본보기이자 좋은 가르침이 되지만, 잘못된 역사의 기록은 우리 겨레의 얼을 흐리고 망가뜨린다. 심지어는 잘못된 역사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래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잊혀진 우리의 진정한 역사와, 삼국 중 어느 한 곳에 편향되지 않은 올바른 역사를 기록한 삼국유사야 말로 주워 들은 이야기를 담은, 떠돌던 설화를 모아놓은 그저 한 편의 야사가 아닌 우리나라 제일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 관련 유적들에서는 잊혀진 나라 가야의 대한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가야는 그저 변방의 소국이 아닌, 삼국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는 국가였던 것이다. 또한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또 다른 가야의 신화가 있다. 옛날 어떤 산의 신인 정견모주라는 이가 있었는데, 그의 소원은 세상을 밝게 비출 아들을 얻는 것이었다. 그때 하늘의 신 이비가지라는 이가 내려와 그와 결혼해 아들 둘을 얻었는데, 그 중 형은 뇌질주일이라는 대가야 왕이, 동생은 뇌질청예라는 금관가야 왕이 되었다는 설화이다. 또한 가야에 대해 알아가면서 우리가 우리 겨레의 역사를 잊고 지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야의 신화에서 ‘여기 사람이 있는가’ 라는 말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며 진정한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아직 온전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온전한 얼을 갈망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배우는 것이다.
또한 장기리 암각화에서는 우리 민족의 얼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해석은 각자가 하기 나름이고, 그 해석 속에서 우리 겨레의 얼을 찾을 수 있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장기리 암각화는 미지수일 뿐이다. 어느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선생님은 알과 얼의 형상이라고 해석하셨고, 누군가는 태양으로, 누군가는 달로, 해설사님은 동심원으로 해석하셨는데, 나는 태양이라는 해설이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농경 사회에서 태양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암각화를 해석하며 우리의 조상들의 지혜와 삶의 모습을, 고대 한민족들의 농경 사회는 어땠을지 유추할 수 있었다. 천전리,반구대 암각화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숨겨진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최초로 고래잡이를 시작했다. 이런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대부분이 모르고, 이런 사실을 기록한 중요한 유물들이 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문무대왕릉과 감은사, 이견대에서는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문무왕의 진심이 느껴졌다. 문무대왕릉에 얽힌 설화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문무왕이 죽기 전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하고 동해 바다에 뿌리면 자신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하여 신하들이 문무왕을 동해 바다의 한 암초에 장사지냈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문무왕이 백성의 고생을 덜기 위함이었다고도 한다. 문무대왕릉에서 묵념할 때 난 이렇게 말씀드렸다.‘요즘 사람들이 나라를 사랑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라고 말이다. 감은사에서는 문무왕의 애국심과 그것을 감동하며 기리는 신문왕의 효심에 감동을 받았다. 지금 일본의 독도 관련 태도를 보고 문무대왕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실까. 어쩌면 어딘가에서 다 지켜보고 계실지도 모른다.
불국사에서 들었던 선생님의 말씀은 나뿐만 아니라 거기에 있던 모든 학생들에게 와닿았을 것이다. 부처님은 깨달은 자일 뿐이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나 자신조차도 버린 이에게 개인의 욕심을 위한 소원을 비는 건 모순적인 행동이다. 불국사에서 기도를 드릴 때, 나는 이런 기도를 드렸다. 깨달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나이기에, 그 길의 시작점으로 가는 길을 찾게 해달라고 빌었다. 시작점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나의 힘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버리지는 못해도, 내 안의 얼을 찾는 것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석굴암에서는 부처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부처님과 그의 10명의 제자, 11개의 머리로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듣는다는 십일면관음, 불교를 수호하는 팔부신중 등 불교 신화의 많은 인물들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석굴암에 다녀오면서 불교 신화가 많이 궁금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다.
나정에서는 느낀 점이 무지 많았다. 처음에 선생님께서 나정의 표지판이 잘못되었다고 말씀 하셨을 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를 망각한 채로 산다는 걸 느꼈고, 나정에 갔을 때 처음 마주친 절대 우리나라의 시작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고, 쓰러져 공사판 돌들처럼 놓여진 나정의 잔해와 비석들을 보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건국이라는 큰 일을 끝낸 뒤 사람들에게 잊혀진 채 홀로 고독하게 서 있는 혁거세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나정에서 박혁거세에게 기도를 드릴 때, 나는 이렇게 기도를 드렸다. ‘우리 겨레에게 당신의 이름대로 빛이 찾아오기를, 저무는 우리 겨레의 얼을 다시 빛나게 할 수 있는 길을 세상을 밝히는 당신의 빛으로 밝히기를’ 이라고.
(쉬어가는 에피소드)
알여행의 마지막 저녁이 다가왔다. 마지막 저녁이니만큼 추억을 남기기 위해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형들과 노원이 누나는 열심히 고기를 구웠고, 우리가 먼저 먹는 바람에 선생님께서 공동체에 관련해 한 말씀 하셨다. 그렇게 바베큐 파티가 시작되었고, 중간중간에 고기가 타버리거나 불이 죽을 뻔한 적도 있었지만, 우리는 고기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밥과 김치가 많이 남자, 우리들끼리 김치볶음밥을 해먹었다. 토마토도 안 넣었는데 토마토 리조또 맛이 나서 신기했다. 역시 여행을 가면 이런 추억 하나 정도는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신라의 수도인 경주는 왕성인 반월성을 중심으로 천문관측소인 첨성대, 신성시되는 숲인 계림, 국가 묘역공원인 대릉원, 왕이 놀던 곳인 동궁과 월지 등 신라의 주요 유적지들이 모여 있다. 경주의 역사 유적 지구를 보면서는 신라 왕족들의 삶에 대해 상상하면서 볼 수 있었다. 월성에서는 당시 신라의 국력을 엿볼 수 있었고, 특이하게 생겼던 해자의 구조도 기억에 남았다. 첨성대를 보면서 첨성대에서 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들을 보며 뭔가 씁쓸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기 위해 온 것이 아닌 그저 셀카만 찍고 사진만 찍으러 온 듯 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저들과 같았던 과거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대릉원에서는 신라의 장례 풍습과 무덤 구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무덤은 그 시대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유품 하나로 그 시대의 기술력,시대상 등 많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주 김씨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흉노족 김일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일제는 흉노족의 왕자로, 한나라에 의해 흉노가 멸망하고 말을 기르는 노예가 된 그는 한 황제를 구해주고 핵심 요직으로 급부상, 그의 후손이 한 황실의 외가와 결탁해 한을 무너뜨린다. 그 후 신나라를 세우지만 15년 만에 후한에 의해 멸망하고 동쪽으로 도망쳐 오는데, 그 김일제의 후손이 김알지라는 설이 있다.
경주의 낭산이야말로 완전히 잊혀진 역사의 장소라고 할수 있다. 삼국유사에는 진한 지역의 여섯 마을에 촌장들이 있었고, 이들은 하늘에서 내려온(북방에서 내려온 고조선의 유민들로 추측된다.) 존재이며, 훗날 여섯 성씨의(양부(알천) 이씨, 사량부 정씨, 모량부 손씨, 본피부 최씨, 한기부 배씨, 습비부 설씨)조상이 된다. 이곳은 삼국유사에서 이 육촌장들이 내려왔다고 하는 곳이며, 그들이 자신들을 내려준 신들과 소통하고,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니는 곳이다. 어쩌면 올림포스 같은 신들의 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웠다. 인각사에서는 역사의 기록에 대해, 가야의 유적들에서는 잊혀진 역사에 대해, 장기리,천전리,반구대 암각화에서는 고대 한민족들의 삶을, 불국사에서는 불교의 사상을, 대릉원에서는 김알지의 조상 김일제에 대해, 경주의 낭산에서는 진한의 6촌장에 대해 배웠다. 또한 이번 여행에서는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불국사에서는 부처님과 깨달음에 대한, 나정에서는 잊혀진 역사와 우리 민족의 역사의식과 사라져가는 얼에 대한 나의 생각이 확고해진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리 겨레의 얼과, 그 얼에 대한 우리 겨레의 의식을 배웠다.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여행은 잊혀진 것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잊혀지고 사라져 간 역사들에 우리 겨레의 얼이 담겨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우리가 그랬을 리가 없어’ 라는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우리의 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번 여행으로 진실된 것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다. 이제는 더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