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비를 기쁘게 하라.
성경본문 잠언 10: 1
1. 솔로몬의 잠언이라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로 기쁘게 하거니와 미련한 아들은 어미의 근심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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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목사
교회력으로 보면 오늘이 성령강림주일입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5월 둘째주일은 어버이 주 일로 보내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를 기쁘게 하거니와 미련한 아들은 어미의 근심이니라 솔로몬이 쓴 잠언 10장 1절의 말씀입니다. 잠언은 솔로몬이 평생을 살면서 깨달은 지혜의 말씀을 모아놓 은 말씀입니다. 솔로몬이 깨달은 바에 의하면 지혜 있는 아들은 아비를 기쁘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비를 기쁘게 하는 아들이라야 지혜로운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 젊은이들이 많은데 인생을 오래 산 어른들의 말씀을 잘한 것은 잘한 대로 잘못한 것은 잘못 한 대로 실패한 것은 실패한 대로 성공은 성공한 대로 평생을 살면서 깨달은 것은 귀담아 들어야 합니 다. 그러면 여러분의 인생의 삶이 자랑스럽고 보람된 것이 될 것입니다. 어버이주일이라고 부모의 은혜를 감사하는 주일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은혜와 사랑을 생각하는 주일입니다.
노 래에도 어머니의 은혜를 생각하고 감사하는 것은 있지만 아버지에 대한 노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데 성경은 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아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우리의 가정이 어머니 중심의 가정이 되었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요즈음 점점 아버지의 존재가 적어지 고 아버지의 자리가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주눅들고 초라하고 보잘 것 없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가정의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아버지는 아주 작고 어머니는 크게 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아비를 기쁘게 해야 지혜로운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일은 많이 하지만 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일을 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 다. 저의 경우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야겠다 생각하고 기쁘게 해드리기도 하지만 제 기억 속에 아버지를 기쁘시게 해드린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세상이 변해서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잘해서 아이들 이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특별히 옛날 우리들의 부모시대에는 아버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버지 가 자식 때문에 기뻐할 만한 일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기뻐하실 정도의 효도가 지혜로운 아들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것은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어머니는 잔정에 약합니다. 조그마한 사랑과 관심도 기뻐하십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무뚝뚝하기 그지없습니다.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옷에도 기뻐하시지만 그것만으로 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개인적인 것보다 사회적인 것에 대해서 더 기뻐하십니다. 자식이 아버지에게 갖는 개인적인 사랑보다는 자식들이 이 세상에서 보람있게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기뻐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보다는 다른 차원의 효도를 바라십니다. 옛날에는 자식들이 출세하는 것 그것이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하고 자식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크게 기뻐했습니다.
요즘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바라고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니 아버지와 자식들만이 아니라 어른들 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가지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우리의 아버지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가해 주는 자식이 있을 때 기뻐합니다.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식의 모습을 보고 기뻐합니다. 나이가 들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자꾸 밀려나면서 가장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무시당하는 것입니다.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는 것입니 다. 자신의 역할과 존재가 끝나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 초라하게 느낍니다. 자식에게 인정받고 사 랑받지 못한 아비는 얼굴을 들 수 없고 어깨가 늘어지고 초라하게 됩니다. 이것이 아비들의 참을 수 없 는 아픔입니다.
최고의 효도는 그분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가정에서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였습니까? 자식들이 그것을 알아주고 인정할 때 기쁨을 느끼게 됩 니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참으로 격동의 세월, 힘들고 어려운 고난의 삶을 살았습니다. 집을 장만하기 위 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가정을 지키고, 격동의 역사 속에서 자식을 교육하고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특별히 우리 아버지 세대의 어른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며 식구들을 이끌고 도시로 가서 가정을 이끌어야 했습니다.
지난 오천 년의 역사 속에서 어떤 세대도 겪지 않은 짐을 여러분의 부모가 감당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와 같은 아버지 은혜를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수고와 희생을 알아드 리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 최고의 효도입니다. 이것이 진심으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입니 다.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이 있습니다. 다른 집 아버지는 이렇게 해주었는데 아비로서 해 준 것이 무엇이냐는 말이 아버지를 가장 초라하고 비참하게 하는 말입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50, 60, 70대 어른들의 세대는 오천년 역사 가운데 가장 위대한 훌륭한 세대입니다. 오천년 우리 어깨 를 짓눌렀던 가난을 벗어나게 했던 세대입니다. 우리 민족이 배불리 먹는 것이 오천년을 살아오면서 처 음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은 오천년을 굶주리고 헐벗으며 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조상 대대 로 잘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단군 이래 이만큼 풍요를 누리고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이 바로 우리의 부모 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 까지 삼백육십오일 하루도 쉬지 않고 땀흘려 수고해서 이룬 역사입니다. 젊 은이가 우리 사회가 이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세대는 또한 세계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오천년 동안 억압받고 인간답게 살지 못했지만 우리의 부모들이 고문당하고 매맞고 감옥가면서 온갖 희생을 통해서 이룬 민주화입니 다. 존경의 마음을 갖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길거리에 어깨가 처지고 허리가 굽은 초라한 어른들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이 나라 역사를 이만큼 만들어준 시대의 영웅입니다.
존경하고 위로하고 치하해야 합니다. 우리 세대의 어른들의 수고와 업적을 알아줄 때 행복하고 기뻐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고생했던 것을 다 잊고 한없는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알아주지 못할 때 처량하고 때로는 화가 나고 괘씸하기도 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교회가 이만큼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의 기도와 수고와 희생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개척자의 수고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저러 시비하고 불평하고 불만을 하며 이 교회를 위해서 수고한 개척자의 공을 알아주지 않을 때 섭섭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은 자신 의 인생의 깨달음으로 지혜롭게 처신해서 아비를 기쁘게 하라고 자녀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아비를 기쁘게 하는 지혜 중 하나가 아비의 실수와 잘못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역사입니다. 역사에는 영욕이 있습니다. 자랑스러움의 이면에는 아픔이 있습니다. 부끄러움도 있고 잘못도 있지만 역사이기 때문에 부인할 수 없고 그것을 사랑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버지들도 연약한 인간이기에 실수하고 잘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아비들이 기뻐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를 평생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잘못된 사람입 니다. 역사를 맞서서는 안 됩니다. 용서하고 역사와 화해해야 합니다.
창세기 9장에 보면 하루는 노아가 술 취해 벌거벗고 천막에 누워있었습니다. 노아는 하나님께 인정받던 의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아도 실수를 한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입니다. 이것을 제일 먼저 본 함이 둘 째 형제에게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둘째 아들이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무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그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둘째 아들 함은 아버지의 흠을 드러냈 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두 아들은 겉옷을 어깨에 매고 뒷걸음을 치고 들어가 얼굴을 돌이켜 아버지의 하체를 보지 않고 덮어주었습니다. 지혜로운 아들이었습니다. 이 두 아들이 아버지를 기쁘게 했습니다. 성경에 보면 노아가 이 두 아들을 크게 축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 창씨개명, 일제에 협력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입니다. 유신독재 군사독재의 암울한 시대에 맞서서 싸우지 못하고 용기없어 입을 다물었던 사람 들도 있었고 독재정권에 마지못해 비굴하지만 협력해서 자신과 가정을 지켜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의로운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하고 살았던 부끄러움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모들의 시 대는 365휴일도 없이 밤낮없이 일만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같이 놀아주지 못하고 여행도 못하고 업어 주지도 못했던 시대에 살았습니다. 아버지의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시대에 우리의 아버지가 살았습니다. 도덕적으로 부끄럽고 흠이 있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을 탓하고 원망하고 손가락 질하면 아비들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주어야 아비들이 마음 편히 자식들 을 대할 수 있습니다.
노아의 아들들이 겉옷을 들고 뒷걸음질 쳐서 부모들의 부끄러움을 덮어줄 수 있는 지혜가 자녀들에게 있어야 합니다. 둘째 아들 같이 하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고 가슴이 아플 것입니다.
오늘은 어버이주일입니다.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를 기쁘게 한다고 했습니다. 좋은 선물도 필요 없습니다. 고난의 세월을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아비들의 수고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준다면 그보다 더 기쁘고 행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별히 아비들의 실수와 부끄러움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넉넉하게 받 아들여준다면 그보다 기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어버이날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은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생전에 계실 때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 불효한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그분이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실수가 있었더라도 연약한 인간이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존경하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철없는 자식은 그런 말을 하지 못해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오셨던 삶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불평과 불만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이때가 그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버지 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버지의 실수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했는데 그분의 자랑스러운 삶을 치 하하고 존경하고 사랑하여야 했는데 그랬으면 아버지께서 나로 말미암아 기뻐하셨을 텐데···. 저와 같이 후회하는 불효한 사람이 되지 말고 아버지가 생전에 계실 때 지혜로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기쁘시게 하 는 그런 귀한 은예가 어버이 주일에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