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喇叭花 blue-morning-glory) 한시편> 고영화(高永和)
아침에 창틀에 이슬 머금고 핀 나팔꽃은 밝고 싱그러운 웃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일본 사람들은 이 꽃을 ‘아침에 피는 아름다운 꽃’ 이란 뜻으로 ‘아사가오(朝顔)’ 라고 한 것은 이 꽃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낸 말이다. 영국에서는 ‘Momning glory' 도 같은 뜻이다. 밤에 피는 꽃도 더러 있는데 나팔꽃은 연꽃보다 한 시간 뒤져서 피고 용담꽃보다 한 시간 앞서서 오전 5시에 핀다. 그러니까 연꽃은 새벽 4시에, 나팔꽃은 5시에, 용담은 6시에 핀다. 이렇게 핀 나팔꽃은 열두시가 되기 전에 시들고 만다. 그래서 ’조개오락(朝開午落)‘이라 한다.
◯ 우리가 보는 나팔꽃은 여러 종류가 있다. 진홍에서부터 분홍, 남색, 보라, 노랑, 하늘색 등이 있으며 전 세계에 60여종 되며 변종까지 합치면 130여종이나 된다. 그리고 이 꽃을 ‘바람둥이꽃’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빨간 꽃의 나팔꽃을 뿌렸는데 나중에 꽃이 피면 보라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정절을 중히 여기는 미망인은 예로부터 심기를 꺼려한다. 유전학적으로 보면 빨간 나팔꽃과 보라색 나팔꽃을 교배시키면 보라색이 우성이기 때문에 일대 잡종은 보라색 꽃만 나온다.
◯ 이런 나팔꽃에도 슬픈 전설이 있다. 그런데 다른 꽃과 달리 비극의 주인공은 남자다. 옛날 예쁜 부인과 함께 사는 젊은 화공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원님이 어느 날 화고의 아내를 잡아다 성에 가두어 버렸다. 죄명은 너무 예쁘기 때문에 동네 남자들이 죄를 지를 염려가 있어 미연에 방지 한다는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아내를 빼앗긴 화공의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부인만 생각하면 젊은 화공은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두고 괴로워하던 그는 그만 미치고 말았다. 미친 화공은 그날부터 밖으로 나오지 않고 며칠 동안 집에서 그림만 그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림을 들고 부인이 갇혀있는 성으로 갔다. 화공은 성 밑에다 그 그림을 파묻고는 자신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후부터 성에 갇힌 부인은 매일 아침마다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꿈속에서 남편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이여, 지난밤에 무사히 보냈소? 나는 밤새 이렇게 당신을 향해 가고 있다오. 그러나 아침에 해가 솟으면 내목소리는 쉬어버리는 데다가 당신의 단잠을 깨우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소리를 낼 수가 없다오. 다시 내일 밤이 되면 꿈속에서 당신을 부를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주오.” 부인은 하도 이상해서 창가를 서성거리다가 철장 밖으로 내다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거기에 이상한 덩굴이 기어오르는 것이었다. 화공의 아내는 그 꽃이 자기 남편의 죽은 영혼인줄 금방 알아 차렸다. 이미 오랜 옛날이 되어버린 오늘도, 그녀를 사랑하는 화공의 넋은 속절없이 성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여보 기다려요. 이렇게 당신을 향해 가고 있다오.” 그래서 그런지 나팔꽃은 향기가 없다. 참고로 나팔꽃은 열대 원산이며 우리나라 자생종는 메꽃(鼓子花), 갯메꽃이 있다. 덧붙여, 나팔꽃은 일찍 피었다가 빨리 시들기 때문에 바람둥이 꽃이라 하여 미망인이 심기를 꺼렸다 한다. 나팔꽃은 만개했을 때 보면 힘차고 기쁨에 차 있지만 꽃말처럼 불과 하루 만에 피고 지는 사랑이니 풋사랑이고 덧없는 사랑이다.
◯ 나팔꽃(喇叭花)의 별칭으로 금령(金鈴)·초금령(草金鈴)·견우화(牽牛花)·견우(牽牛)·구이초(狗耳草)·분증초(盆甑草)·천가(天茄)라고도 한다. 전체에 거친 털이 있다. 줄기는 덩굴지며 길게 뻗어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면서 자라고 밑을 향한 털이 있다. 나팔꽃은 아침 일찍 피는데, 메꽃은 꽃의 모양이 나팔꽃과 비슷하나 대낮에 꽃이 핀다. 관상용·약용으로 이용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나팔꽃에 잎이 많이 붙어 있을 때 뿌리에서 20cm쯤 잘라서 말려 두었다가 동상에 걸렸을 때 이것을 달인 물로 환부를 찜질하였다. 말린 나팔꽃 씨를 견우자라고 한다. 씨의 껍질이 흑자색인 것을 흑축(黑丑), 황색을 띤 백색인 것을 백축(白丑)이라 하는데, 흑축 중에서도 청백색의 꽃이 핀 나팔꽃의 씨를 약재로 쓴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생즙을 내거나 산제 또는 환제로 하여 사용한다. 씨의 생즙을 쓸 때에는 물에 불려 짓찧어서 생즙을 낸다. 복용 중에 파두를 금한다. 임산부는 장복을 금한다. 《본초강목》에 졸복통(猝腹痛)에는 ‘견우자두(牽牛子頭) 가루를 총백탕(蔥白湯)에 타 먹여서 대변(大便)이 통리(通利)되면 즉시 통증이 가신다.’하였다. 옛날에는 나팔꽃 씨앗을 주고 그 대가로 소 한 마리를 끌고 왔기 때문에 견우자(牽牛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1) 느끼는 바가 있어[有感] / 이학규(李學逵 1770∼1835)
瓠蔓花在夕 박 덩굴 꽃은 저녁에 피고
牽牛花在朝 나팔꽃은 아침에 핀다네.
相期一日中 하루 종일 서로 기대하지만
不得同榮凋 함께 꽃피우고 시들 수 없구나.
譬如並世人 예를 들어 세인들과 견준다면
生死異所遭 생과 죽음이 경우에 따라 달라지듯,
菁華一零落 무성한 꽃도 언젠가 떨어지듯,
千載逝寥寥 천년 세월도 쓸쓸히 지나간다.
靈春與朝菌 인간 수명 또한 덧없이 짧은 목숨,
時來同飄蕭 때가 되면 한가지로 쓸쓸히 나부끼리라.
2) 양생화[楊生畵] / 이학규(李學逵 1770∼1835)
雨後綠天淨 비온 후에 푸른 하늘이 깨끗하고
碧雲庵上遮 푸릇푸릇한 구름은 암자 위에 숨는데
人家常早起 인가의 사람들은 늘 일찍 일어나
爲看牽牛花 나팔꽃 피는 것을 보누나.
3) 나팔꽃은 아침에 피어 낮에 진다.[黑丑花朝開午落] 물 한잔 마시고 돌아보다 우연히 한편의 율시를 짓는다.(飮洒顧見 偶賦一律) / 유인석(柳麟錫 1842∼1915)
造化翁開大鑪韛 조물주께서 아주 큰 화로풀무를 늘어놓고
莫曾鑄出一般佗 쇠를 주형에 부어 한 가지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말하지 말라.
蒼髯自有千年色 푸른 소나무는 본래부터 천년의 색으로 서 있는데
黑丑胡爲半日花 나팔꽃은 어쩌다가 반나절 꽃이 되었나?
龍虎憐渠神變特 용과 범은 가련하게도 어찌 귀신이 짐승으로 변하였는가.
蚊蝱哀爾閙狂多 모기와 등에는 슬프게도 너희들은 미친 듯이 시끄러운가.
沈吟物理無時了 끝날 때가 없는 만물의 이치를 깊이 생각하며
傾盡壺醪送晩鴉 막걸리 병을 다 비우고 저물녘 까마귀를 전송하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