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피해자, 선친들의 피와 목숨 값 요구 드세
- 일제피해자공제조합 광주에서 직접보상 요구, 투쟁 본격화
- 노력해온 피해자들이 돈을 받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받아
- 포스코 등 대일청구권 수혜기업들에게도 위로금 지급 요구
경술국치100년을 맞이해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이 선친들의 피와 목숨 값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세지고 있다. 또한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 대한 대일외교 불신으로 인해 일본정부와 전범기업, 65년 한일협정 수혜기업들에게도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직접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결성된 ‘일제피해자공제조합’은 30일 오후 ‘일제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을 위한 향후 투쟁방향 광주전남지역 설명회’를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대강당에서 열고 현재 일본이 보관하고 있는 우편저금, 후생연금 탈퇴수당, 미불임금 등을 포함한 공탁금 등의 반환과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를 가졌다.
▲ 13살의 나이로 일본의 거짓말에 속아 미쓰비시 중공업에 끌려가 갖은 수모를 당하며 강제노역에 시달려온 양금덕 할머니, 1년 남짓의 짧은 강제노역을 끝내고 고국으로 돌아와 보니 종군위안부로 낙인이 찍혀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힘겨운 평생을 보냈다. 하지만 요즘 미쓰비시와의 싸움으로 신이 나있다. ⓒ안병현 기자
또한 일본정부에게는 한일협정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개인청구권 또한 주장했다. 한일협정에 의해 포기된 것은 자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의 포기일 뿐 개인청구권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후지꼬시 중공업(일제강점기 인력동원회사)에 피해보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한일협정에 의해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는 한편 “개인청구권은 살아있지만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는 등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있다. 법리적으로도 과연 국가와 국가간 협약에 의해 고유 권한인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남아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와 국회에 대해서도 피해보상금에 대한 대책마련과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법’의 개정을 요구했으며, 포스코 등 대일청구권 수혜기업들에게도 일제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와 땀의 보상으로 이룬 회사이니만큼 징용피해자와 유가족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확인했다.
일제강점기 때 사할린에 강제 징용됐지만 구소련의 억류정책에 의해 귀국하지 못하고 사망 또는 행방불명이 됐던 억류되어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동포에 대해 이팔봉 일제피해자공제조합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65년 (한일)협정 때 (사할린동포 문제가) 빠져 이사장 추대돼서 사할린 피해자들이 위로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결했다”고 말했다.
▲ 이팔봉 ‘일제피해자공제조합’ 이사장이 공제조합의 필요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국회에 이에 합당한 배상과 법률개정을 요구하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안병현 기자
국회는 지난달 26일 해방된 뒤에도 돌아올 수 없었던 사할린 강제동원 희생자의 범위를 1990년 8월30일 한러수교 이전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에 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그동안 위로금을 받을 수 없었던 국내 희생자 유족들에게도 지원의 길이 열리게 된 것.
지금까지는 1938년 4월1일부터 1945년 8월15일 사이에 사망했거나 행방불명된 사람만 피해자로 인정해 위로금을 지원해왔다. 또한 이중지원이라는 이유로 의료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던 사할린 영주 귀국자에 대해서도 의료지원금이 지원되게 됐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미불임금에 대해서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 이 이사장은 “실질적으로 노력해온 우리가 돈을 받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받았다. 그래서 공제조합의 필요성을 느꼈다. 현실적으로 필요해서 활동하게 됐다”고 활동 이유와 공제조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희용 근로정신대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대표도 대회 축사를 통해 “지난해 10월5일부터 미쓰비시와 싸웠다. 광주전시장 ‘1인 시위’를 208회 동안 매일 7~8명이 진행했다. 7개월 동안 13만5천여 명의 서명을 완성해 지난 6월 미쓰비시 항의방문 때 전달했다”며 “미쓰비시와 본 협상 전 단계인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 피맺힌 한 풀어드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른 기업에 물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봉태 변호사(고문)은 현황설명회에서 “혜택을 받았든지 못 받았든지 함께 권리를 찾고,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 아직도 1/3 가량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면서 “일부만 혜택을 보고 있다. 보상금이 아니다. 지원금이다. 강제로 끌려서 살아서 왔든 죽어서 왔든 반드시 받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망자에 한해서 2천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던 것에 대해 생존자와 후손(손자)에게도 똑같이 받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 최봉태 변호사(일제피해자공제조합 이사)가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주장하여 싸우다 보면 받을 수 있는 길이 터지지 않느냐는 희망을 가져 본다”며 전범기업과 65년 한일협정 수혜기업과 싸우고 있다. ⓒ안병현 기자
또한 최 변호사는 미불임금과 공탁금에 대해서도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한다. 공탁금부터 찾아야 한다. 보관된 4조원을 끝까지 찾아야 한다”며 “미쓰비시가 기금을 내놓으면 다른 기업도 돈을 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포스코를 비롯한 특혜기업들에 대해서도 보상금과 위로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면서 “포스코 상대로 재판을 거니까 고등법원이 정부에 (3조 원을) 갚았다고 책임이 끝나는 게 아니라고 판사들이 이야기를 했다”면서 “포스코도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이야기를 하라 말했다”고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을 설명했다.
또 “1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해놓고 구체적인 대답이 없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포스코 돈 내놓으면 다른 기업도 돈 내 놓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