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규여측(管窺蠡測)
[요약] (管: 대롱 관. 窺: 엿볼 규. 蠡: 표주박 려. 測: 헤아릴 측)
대롱으로 하늘을 보고 표주박으로 바닷물의 양을 잰다는 뜻으로 사물(事物)에 대한 이해(理解)나 관찰(觀察)이 매우 좁거나 단편적임임을 비유한 말.
[출전]《동방삭(東方朔)의 답객난(答客難)》
[용례] 조선 후기의 문신 윤기(尹愭)의 시문집 무명자집(無名子集) 文稿 册十一 [文] 한거필담(閑居筆談)에서 윤기(尹愭)는 말한다.
공자는 생이지지(生而知之)의 성인이면서 오히려 노자(老子)에게 예를 물었고, 담자(郯子)에게 관직에 대해 물었으며, 사양(師襄)에게 거문고를 배웠다. [주-1]안자는 아성(亞聖)이라 학식이 많으면서도 오히려 학식이 적은 이에게 물었고, 능하면서도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물었으니, 배우기를 좋아하여 일정한 스승이 없음이 이와 같았다.
지금 사람들은 서사(書史)를 약간 섭렵하면 곧 함부로 잘난 체하여 나만 옳고 남은 그르다 생각하고, 기이한 문장을 발견하면 세상에서 빼어난 학자로 여기고, 어려운 글자를 기억해내면 남보다 뛰어난 견해인 양 여기고, 우연히 세상에서 오독(誤讀)하던 글자의 독음이라도 깨달으면 그들의 무식함을 비웃지만 자신도 오독하는 것이 무수한 줄 알지 못하고, 우연히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궁벽한 시구절이라도 찾게 되면 남들의 고루함을 조롱하지만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되는 줄 알지 못한다. 혹자는 남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여 우물우물 얼버무려 자취를 가리고, 혹자는 식견이 어리숙한 자들에게 자랑하여 과장을 일삼아 명성을 훔치는데, 이러한 무리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전에 《운부군옥(韻府群玉)》을 보니[주-2] “촉(蜀) 땅에 납어(魶魚)가 있는데 나무를 잘 오르고 아이 울음소리를 낸다. 맹자는 이것을 알지 못했다.”라고 하였고, 명나라 문인의 《오잡조(五雜組)》에도 [주-3]“지금 영남에 예어(鯢魚)가 있는데 발이 네 개여서 늘 나무 위를 기어오르고, 점어(鮎魚)도 대나무 가지에 오를 수 있으며 입으로 댓잎을 문다.”라고 하여 마치 맹자가 과문(寡聞)하여 잘못 말한 것을 저들이 홀로 박식하여 밝혀낸 것처럼 되어 있으니, 이것이 가장 가소롭다. 설령 나무에 오르는 물고기가 있다 한들 특이한 물고기에 불과하니, 어찌 이것 때문에 연목구어(緣木求魚)를 결코 할 수 없는 일에 비유하지 못한단 말인가. 물고기가 물에 살고 나무에 살지 못하는 것은 상리(常理)이며, 나무에 오르는 물고기는 바로 무리(無理)한 중에 간혹 있는 경우이다. 맹자가 비록 이런 물고기를 알았더라도 비유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읽으면서 이것을 알았더라도 또한 반드시 의아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만약 이를 근거로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과연 말이 되겠는가. 옛날에 [주-4]화서(火鼠)와 빙잠(氷蠶)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 “쥐는 불에서 살지 못하고, 누에는 얼음에서 기를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또한 화서와 빙잠을 알지 못한다고 기롱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관규여측(管窺蠡測)의 소견으로 함부로 타인을 논평하는 경우가 모두 이에 해당하니, 그 폐해는 결국 반드시 [주-5]연석(燕石)을 보배로 여기며 화씨(和氏)의 박옥(璞玉)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주-6]산계(山鷄)를 귀히 여겨 봉황이 상서롭지 않다고 비방하는 데까지 이를 것이다. 식자의 눈으로 본다면 어찌 너무나 애석하고 크게 탄식하지 않겠는가.
孔子生知之聖也,而猶且問禮於老子,問官於郯子,學琴於師襄;顔子亞聖也,而猶且以多問於寡,以能問於不能,其好學無常師也如此。今人稍能涉獵書史,則輒妄自尊大,是己非人。見一奇文,則自以爲高世之學;記一難字,則自以爲出人之見。偶識一字音之世所誤讀,則笑其無識而不知己亦誤讀之無數;偶覔一僻句之人所不解,則嗤其固陋而不知己亦不解之幾何。或恥於問人而姑且含糊以掩迹,或衒於懵眼而惟事誇張以掠名,如此之輩蓋滔滔也。嘗觀《韻府群玉》,有曰:“蜀有魶魚,善緣木,聲如兒啼。孟子不聞此。” 明人《五雜組》又曰:“今嶺南有鯢魚四足,常緣木上。鮎魚亦能登竹杪,以口銜葉。” 有若孟子寡聞而誤言,渠獨博識而摘發者然,此最可笑。設或有緣木之魚,不過魚中之一怪物,豈遂以此而不可曰“緣木求魚”,以譬必不得之事乎?蓋魚之在水而不在木,常理也,其有緣木者,乃無理中或有者也。孟子雖聞此,不爲失喩也;人之讀之者雖聞此,亦必不以爲疑也。今若據此而曰“緣木而魚可求”,則其果成說乎?昔有火鼠、氷蠶之說,今曰“鼠不可生於火,蠶不可養於氷”,則亦將譏其不聞火鼠、氷蠶乎?世之以管窺蠡測之見妄論他人者,皆是類也。其弊終必至於寶燕石而謂和璞可棄,貴山鷄而詆鳳凰非瑞。自識者視之,豈不深可惜而大可歎乎?
無名子集 文稿 册十一 [文] 閑居筆談 윤기(尹愭)
[주-1] 안자는 …… 물었으니 : 증자(曾子)가 일찍이 안자(顔子 안회)를 칭찬하여 “능하면서도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물으며, 많으면서도 적은 이에게 물으며,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실하면서도 허한 것 같았다.〔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 有若無 實若虛〕”라고 하였다. 《論語 雍也》
[주-2] 촉(蜀) 땅에 …… 못했다 : 《운부군옥(韻府群玉)》 권17 〈입성(入聲) 일옥(一屋)〉의 ‘어연목(魚緣木)’ 조에 보인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蜀有魶魚善緣木 有聲如兒啼 孟子緣木求魚 未聞此也 東齊記”
[주-3] 지금 …… 문다 : 명나라 사조제(謝肇淛)의 《오잡조(五雜組)》 권9에 보인다.
[주-4] 화서(火鼠)와 빙잠(氷蠶) : 전설상의 동물이다. 남황(南荒) 밖의 화산(火山)에 무게가 100근, 털의 길이가 2척이나 되는 큰 쥐가 사는데 그 털이 실처럼 가늘어서 베를 짤 수 있다고 하고, 원교산(員嶠山)에 빙잠이 있어 상설(霜雪)로 덮어 놓으면 길이가 1척이나 되는 누에고치를 짓는데 이것으로 비단을 짜면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주-5] 연석(燕石)을 …… 말하고 : 송(宋)나라의 어리숙한 사람이 옥돌과 비슷한 연석을 보옥(寶玉)인 줄 알고 애지중지하다가 주(周)나라의 어떤 나그네에게 비웃음을 당했다는 고사가 있다. 《太平御覽 卷51 石上》 화씨(和氏)의 박옥(璞玉)은 춘추 시대 초(楚)나라 변화(卞和)가 초왕(楚王)에게 바친 옥돌을 가리키는데, 아무도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므로 임금을 속였다는 누명을 쓰고 두 번이나 발뒤꿈치가 잘렸으나, 끝내는 진가를 인정받고서 천하제일의 보배인 화씨벽(和氏璧)을 만들게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韓非子 卷4 和氏》
[주-6] 산계(山鷄)를 귀히 여겨 : 초(楚)나라 사람이 산닭을 사로잡아서 어리숙한 행인에게 봉황이라고 속여 수천 금을 받고 팔았다. 행인이 진짜 봉황으로 믿어 초나라 왕에게 바치려 하였는데 하룻밤 사이에 산닭이 죽어 버려 바치지 못하였다. 행인은 임금에게 바치지 못한 것을 몹시 애석해하였고, 이 소식을 들은 초왕은 행인의 정성에 감동하여 수십 배의 포상을 내렸다고 한다. 《古今事文類聚 後集 卷42 指山雞爲鳳》
이하 조선일 [정민의 世說新語] [436] 관규여측(管窺蠡測)의 글.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운부군옥(韻府群玉)'에 "촉(蜀) 땅에 납어( 魚)가 있는데 나무를 잘 오르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낸다. 맹자(孟子)가 이를 몰랐다"고 썼다. '오잡조(五雜俎)'에는 "지금 영남에 예어(鯢魚)가 있으니 다리가 네 개여서 늘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 점어(鮎魚)도 능히 대나무 가지에 올라 입으로 댓잎을 문다"고 했다.
맹자가 '되지 않을 일'의 비유로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다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의 표현을 쓴 일이 있다. 혹자는 이 물고기들의 존재를 진작 알았더라면 맹자가 이 같은 비유를 쓰지 않았으리라 말한다. 윤기(尹愭·1741~1826)는 상리(常理)를 벗어난 예외적 경우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관규여측(管窺蠡測)의 소견으로 함부로 남을 논하는 것이 모두 이 같은 종류다. 그 폐단은 마침내 반드시 연석(燕石)을 보배로 보아 화씨(和氏)의 박옥(璞玉)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거나, 산계(山鷄)를 귀히 여겨 봉황이 상서롭지 않다고 비방하는 데까지 이른다.(世之以管窺蠡測之見, 妄論他人者, 皆是類也. 其弊終必至於寶燕石, 而謂和璞可棄, 貴山雞而詆鳳凰非瑞.)" '한거필담(閒居筆談)'에 나온다.
관규여측은 대롱의 구멍으로 하늘을 살피고, 전복 껍데기로 바닷물의 양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좁은 소견의 비유로 쓴다. 연석(燕石)은 옥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냥 돌이다. 송(宋)나라 사람이 보옥으로 알고 애지중지하다가 망신만 크게 샀다. 초(楚)나라 행인은 산계를 봉황으로 잘못 알아 큰돈을 주고 샀다. 임금에게 바치려다 산계가 죽자 봉황을 잃었다며 발을 굴렀다.
윤기의 말이 이어진다. "지금 사람들은 조금만 서사(書史)를 섭렵하고 나면 문득 함부로 잘난 체하여 저만 옳고 남은 그르다 한다. 한 편의 기이한 글을 보면 스스로 세상에 우뚝한 학문으로 여기고, 어려운 글자를 외우고는 남보다 뛰어난 견해로 생각한다. 어떤 이는 남에게 묻기를 부끄럽게 여겨 잠시 얼버무려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뽐내며 과장을 일삼아 명성을 훔친다. 이 같은 무리가 세상에 가득하다." 대롱으로 본 하늘이 오죽하랴. 전복 껍데기로 바닷물을 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