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보쟈 은행
이홍사
깜보쟈라 불리는 미얀마
국영 은행
아직도 은행을 믿지 못하고
금고와 자물쇠를 진화시킨 족속
뭐가 이리 복잡해
은행 안에서 차례 기다리는 모자들
마당 간이천막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대기표
무덤덤 신경 내려놓고
마냥 기다리는 까치들
담배를 피우거나 꽁야 씹는 두꺼비들
어제는 국가의 날이라 휴일
내일은 토요일
날아오거나 기어 와서 대기표는 받았겠지
한국말이 어눌한 검둥이 매니저 녀석
옆구리 찌르는 은밀한 목소리
돈 하나
생각마저 어눌한 녀석에게 내민 지폐 한 장
출입구 허리에 가스총 찬 청원경찰
번호 불러 차례를 일러주는데
가스총 상큼한 미소
다가와 은행 안으로 정중하게 안내
오후 세 시면 셔터를 내리는 은행
번호표 받고도 다음날 오는 게 허다하다는데
은행 금요일의 뒷날은 다음 주
은행엔 너덧 시간 각오하고 나온다는데
그건 미얀마 얘기고
나는 한국인
어느 틈에 가스총 주머니로 들어갔는지
당연히 몰라야 마땅한 돈 하나
십 분 만에 깔끔하게 마치고 나서는 은행 문
마당에서 마냥 기다리는 추레한 까치
꽁야를 질겅대는 두꺼비들
불쑥 뱉고 싶은 한마디
시간은 결코 돈이 아니라는 말
너희들이 했잖아
그려
사람이 그까짓 시간에 얽매여 어디에 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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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이 느껴지는 뜨락
깜보쟈 은행
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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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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