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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시 (99-10) T. S. 엘리엇 /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 (3)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75-110행)
T. S. 엘리엇
그리고, 오후, 저녁은 아주 평화롭게 잠들었네! 75
긴 손가락으로 어루만져진 듯이,
잠들어 ... 지쳐 ... 아니면 꾀병 부리듯이,
바닥에 드러누워, 여기 너와 내 곁에.
차와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이 순간을 위기로 몰아갈 힘을 난 가졌어야 했나? 80
하지만 비록 내가 울고 단식하고, 울고 기도했지만,
비록 내 머리가(약간 대머리의) 쟁반 위에 얹혀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난 예언자가 아니네 - 그리고 그건 중요하지 않네,
난 내 위대함이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고,
난 영원한 시종인 죽음이 내 코트를 잡고, 비웃는 것을 보았네, 85
요컨대, 난 두려웠네.
그리고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케이크와 마멀레이드 잼과 차를 먹고 마신 후,
도자기 찻잔을 앞에 두고, 너와 내가 말하면서,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90
억지로 웃으면서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전 우주를 조그만 공 속으로 밀어 넣어
절실한 문제를 향해 굴려 보내는 것이,
"난 라자로이다, 죽음에서 부활한,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말해 주려고, 내가 너희에게 모두 말하리라," 라고 말하는 것이 - 95
만약 그녀가 베개를 머리맡에 놓으며,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그건 그런 게 아니에요, 전혀," 라고 말한다면.
그리고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100
지는 해와 현관 앞마당과 비에 젖은 거리를 보고,
소설을 읽고 차를 마시고, 바닥에 끌리는 스커트를 본 후 -
그리고 이것과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본 후에? -
내가 뜻하는 것을 정확히 말할 수가 없네!
단지 영사기가 마치 화면에 내 불안함을 무늬로 그려내는 듯하네, 105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만약 그녀가 베개를 바로잡거나, 가운을 벗으며,
창문 쪽을 향하여, 말한다면,
"그건 전혀 그런 게 아니어요,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전혀," 라고. 110
. . . . .
(번역 / 필자)
13. 제12연에서,
'그리고, 오후, 저녁은 아주 평화롭게 잠들었네! 75
긴 손가락으로 어루만져진 듯이,
잠들어 ... 지쳐 ... 아니면 꾀병 부리듯이,
바닥에 드러누워, 여기 너와 내 곁에.'
라고 하였다.
의인화된 '오후' (afternoon)와 '저녁' (evening)이 '아주 평화롭게' (so peacefully), 그의 옆에서 잠들어 있다.
이것은 실존적 고뇌를 겪고 있는 프루프록의 내면적 심정과 대조적이다.
한편 평화롭게 잠든 '저녁' 은 시가 시작하는 첫 번째 연에서, '마치 수술대 위에 에테르로 마취된 환자처럼, 저녁이 하늘에 펼쳐져 있다' 라고 한 것을 상기시킨다.
저녁은 과연 '지쳐' (tired) '잠들었는지' (asleep), 아니면 단지 '잠든 체하는 건지' (malingers) 분명하지 않다.
저녁은 또한 더 이상 온 하늘에 펼쳐져 있지 않고, 안으로 기어들어와, '프루프록과 동반자의 옆에서' (beside you and me)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stretched on the floor).
따라서 오후와 저녁은 위에서 말하듯이 반드시 평온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차와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이 순간을 위기로 몰아갈 힘을 난 가졌어야 했나?' 80
(Should I, after tea and cakes and ices,
Have the strength to force the moment to its crisis?)
라고 하였다.
이제 먹고 마시고, 많은 생각 끝에 마침내 여자에게 결정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라고 프루프록은 자신에게 묻고 있다.
'위기' (crisis)의 'crisis' 는 여기서는 '재앙이나 참사' (disaster)의 뜻보다는 '극적인 절정의 순간' (dramatic climax)을 의미한다.
엘리엇 당시 'reaching one's crisis' 는 성적 쾌감의 절정에 이르는 뜻으로 흔히 쓰였다.
아이스크림의 'ices' 는 그가 망설임 끝에 마침내 여자에게 말을 거는 것을 암시한다.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다' (break the ice)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내가 울고 단식하고, 울고 기도했지만,
비록 내 머리가(약간 대머리의) 쟁반 위에 얹혀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이라고 하였다.
'비록 내가 울고, 단식하고, 울고 기도했지만'
(though I have wept and fasted, wept and prayed,)
이 부분은 예수가 사막에서 40일을 '금식' (fast)한 후 악마에게 유혹 받은 것과, 십자가 수난 시 인류의 죄의 용서를 빌며 예수가 '기도' (pray)한 것을 원용하고 있다.
'내 머리가 쟁반 위에 얹혀 들어오는 것' (my head brought in upon a platter)은 신약성경에 나오는 살로메(Salome)의 이야기를 원용했다.
헤롯 왕의 딸 살로메는 세례자 요한(John the Baptist)이 그녀 어머니의 헤롯 왕에 대한 결혼이 합당하지 않다고 한 데 대해 앙심을 품었다.
헤롯 왕이 그녀가 춘 춤에 기뻐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을 때,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달라고 하였다. (그림 1)
베르나르디노 루이니(Bernardino Luini)의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들고 있는 살로메"
그의 머리가 쟁반에 담겨 나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은 프루프록의 사랑의 고백을 여자가 거절하였음을 상징한다.
'난 예언자가 아니네 - 그리고 그건 중요하지 않네,
난 내 위대함이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고,
난 영원한 시종인 죽음이 내 코트를 잡고, 비웃는 것을 보았네, 85
요컨대, 난 두려웠네.'
라고 하였다.
'예언자' (prophet)는 여기서 선지자인 세례자 요한을 말한다. 프루프록은 선지자처럼 단식하고, 울고, 기도하고, 머리가 벗어졌지만, 선지자가 아니라고 하였다.
자신이 '예언자는 아니지만' (I am no prophet),
그는 '자신의 위대함이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I have seen the moment of my greatness flicker)라고 하였다.
하지만 또한 '영원한 시종' (eternal Footman)인 죽음이 자신의 코트를 잡고 '비웃는' (snicker)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자신의 위대함이 한순간 빛난 것은, 여자에게 사랑의 고백을 할 기회를 상징한다. 동시에 짧은 삶 속에 인간이 뭔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상징한다.
여자에 대한 사랑이든지, 자신의 예술적 성취이든지, 프루프록은 그 기회를 놓치고, 늙어가고 있으며, 다가오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며, '중요하지 않다' (here's no great matter)라고 하였다.
비천한 '하인' (Footman)인 죽음에 의해 조롱되고 있으며, 덧없이 끝나는 자신의 삶이 허무함을 느끼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난 두렵다' (In short, I was afraid)
라고 하였다.
14. 제13연에서,
'그리고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케이크와 마멀레이드 잼과 차를 먹고 마신 후,
도자기 찻잔을 앞에 두고, 너와 내가 말하면서,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90
억지로 웃으면서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전 우주를 조그만 공 속으로 밀어 넣어
절실한 문제를 향해 굴려 보내는 것이,
"난 라자로이다, 죽음에서 부활한,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말해 주려고, 내가 너희에게 모두 말하리라," 라고 말하는 것이 - 95
만약 그녀가 베개를 머리맡에 놓으며,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그건 그런 게 아니에요, 전혀," 라고 말한다면.'
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And would it have been worth it, after all,)
라고 프루프록은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자기 회의에 빠지고 있으며, 결정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그가 감당해야 하는 '절실한 문제' (an overwhelming question)는 시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독자의 어떤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찾고 그를 속박하는 사회적 굴레를 벗어나려는 어떤 용단도 그는 내리지 못하고 있다.
'케이크와 마멀레이드 잼과 차를 먹고 마신 후,
도자기 찻잔을 앞에 두고, 너와 내가 말하면서,'
는 일상의 삶에 안주하는 '쉬운 길' 을 택하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90
억지로 웃으면서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전 우주를 조그만 공 속으로 밀어 넣어
절실한 문제를 향해 굴려 보내는 것이,'
라고 하였다.
프루프록은 1차 세계대전 전후의 중년의 지식인이다. 전통적 가치관은 붕괴하고, 전쟁으로 인한 문화적 상실감과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다.
사회의 인습과 규범은 시대에 뒤떨어져 자유로운 정신을 속박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절실한 문제' (an overwhelming question)이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그는 모른다.
그냥 일상의 삶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절실한 문제' 를 거론하는 것이 '과연 그럴 가치가 있을까' (would it have been worth it, after all?)라고 계속해서 반문하고 있다.
'전 우주를 조그만 공 속으로 밀어 넣어
절실한 문제를 향해 굴려 보내는 것이,'
(To have squeezed the universe into a ball
To roll it toward some overwhelming question)
이 부분은 앤드루 마블의 시 "수줍어하는 그의 연인에게" (To his coy mistress)의 아래 부분을 원용하였다.
'모든 우리의 힘, 모든 우리의 사랑을
뭉쳐 하나의 공으로 말아서,
인생의 견고한 철문에 굳세게 싸우며,
우리 즐거움을 누려요,'
(Let us roll all our strength, and all
Our sweetness, up into one ball;
And tear our pleasures with rough strife
Through the iron gates of life.)
'우주를 공 속으로 밀어 넣는' (to have squeezed the universe into a ball) 것은 과장이다. 앞에서도 '내가 감히 우주를 뒤흔들 수 있을까' (Do I dare disturb the universe?)라고 하였다.
마블의 시에서 사랑을 '말아 공에 집어 넣듯이' (roll, up into one ball)라고 하였듯이, 여자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는 것을 과장되게 말하고 있다.
'"난 라자로이다, 죽음에서 부활한,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말해 주려고, 내가 너희에게 모두 말하리라," 라고 말하는 것이 - ' 95
(To say: "I am Lazarus, come from the dead,
Come back to tell you all, I shall tell you all" -)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라고 묻고 있다.
'라자로' (Lazarus)는 요한복음 11장에 나온다. 예수가 죽은 그를 무덤에서 불러 살아 나오게 한다.
죽은 자를 살려내는 것은 죽음을 패배시키는 예수의 전지전능한 권능이다. 라자로의 부활은 예수의 십자가에서의 죽음 후 부활보다 앞선 사건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라자로처럼 살아 돌아와 '모든 것을 말해 주려고 하는' (I shall tell you all) 그의 원대한 생각은, 여자의 전혀 관심 없는 말에 좌절되고 만다.
그녀가 베개를 머리맡에 놓으며,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그건 그런 게 아니에요, 전혀,"
(That is not what I meant at all.
That is not it, at all.)
라고 말함으로써, 그는 '절실한 문제' 를 말하지 못하였다.
15. 제14연에서,
'그리고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100
지는 해와 현관 앞마당과 비에 젖은 거리를 보고,
소설을 읽고 차를 마시고, 바닥에 끌리는 스커트를 본 후 -
그리고 이것과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본 후에? -
내가 뜻하는 것을 정확히 말할 수가 없네!
단지 영사기가 마치 화면에 내 불안함을 무늬로 그려내는 듯하네, 105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만약 그녀가 베개를 바로잡거나, 가운을 벗으며,
창문 쪽을 향하여, 말한다면,
"그건 전혀 그런 게 아니어요,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전혀," 라고.' 110
라고 하였다.
프루프록은 '그럴 가치가 있을까' (would it have been worth it)를 계속 반복하며, '절실한 문제' 를 회피하고 있다.
'지는 해' (sunsets),
'현관 앞마당' (dooryards),
'비에 젖은 거리' (sprinkled streets),
'소설들' (novels),
'찻잔들' (teacups),
'바닥에 끌리는 스커트' (skirts that trail along the floor),
'그리고 이것과 훨씬 더 많은 것들' (and this, and so much more)
은 일상에서 겪는 일반적인 삶의 광경이다.
여기서는 자유로운 정신과 지적, 예술적 창의성이 결여된 당시의 고답적 사회 양식과 규범을 상징한다.
하지만 프루프록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정확히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른다.
'내가 뜻하는 것을 정확히 말할 수가 없네!'
(It is impossible to say just what I mean!)
라고 하였다.
더구나 여자의 무관심한 아래 말에 의하여 그의 좌절은 더욱 심했을 것이다.
'그건 전혀 그런 게 아니어요,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전혀,'
(That is not it at all,
That is not what I meant, at 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