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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기업, 수출과 사랑에 빠지다
- ‘수출기업화 성공사례 공모전 수상작’ 시리즈 ④ 라비또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가 관건이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신생벤처(Born Global Venture)기업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고유한 아이디어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주)라비또 또한 디자인권, 특허,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바이어도 안심하고 거래를 할 수 있고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적재산권 권리화 및 권리 주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은 기업일수록, 창업 초기 기업일수록 이러한 고유의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권리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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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게 될 줄 몰랐다
(주)라비또에게 내수기업이냐 수출기업이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사업초기 내수시장에서의 성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많은 기업들과 달리, 창업 초기부터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국내외를 망라한 하나의 글로벌시장’을 타깃으로 탄생했다. 라비또는 국제신생벤처(Born Global Venture)이며, 디자인이라는 지적재산을 기반으로 한 1인 창조기업이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라비또 스토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트 있고 독창적인 발랄한 라비또의 디자인과도 닮았다.
회사 설립 1년 만에 20개국으로 수출이 성사되는 등 국제 시장에서 성과를 냈지만, 나(곽미나 대표)는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창업’에 대한 소망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나의 다자인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용하며 행복을 느낀다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 비즈니스가 될 줄은 생각 못했다.
새로운 시작의 단초, 런던 디자인 전시회
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6년간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에서 비주얼 디자인을 담당하던 나는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만족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결국 안정적인 대기업을 뒤로하고 2010년 8월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런던 디자인 전시회에 새로운 디자인을 전시한 것이 생각지도 못한 길로 이끌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출품한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을 본 수많은 관람객들이 전시 샘플을 자신들에게 팔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개인뿐 아니라 영국, 미국 등의 회사들이 라이선싱 계약을 제안하거나 전시장에서 바로 주문을 하는 등 아직 프로토 타입이었던 디자인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디자인의 가능성을 엿본 뒤 보다 확신을 갖기 위해 스페인, 일본 전시회에 참가했다. 역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결국 아이디어였던 디자인을 제품화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그 제품이 지금의 ‘라비또’ 케이스다.
상단의 토끼 귀는 이어폰을 감을 수 있는 용도로 사용가능하며, 폭신한 꼬리는 탈착이 되고 핸드폰 스탠드의 기능을 갖추었다. 라비또 케이스는 마치 친근한 애완동물처럼 감성을 자극하면서 위트 있고 독창적이며 실용성까지 겸비했다는 평을 받았고 이로써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와 같은 새로운 디자인은 그동안 네모난 플라스틱 소재의 케이스로 평준화되었던 휴대폰 케이스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번듯한 회사 모양새를 갖추다
제품명이었던 ‘라비또’는 회사명이 되어, 2011년 4월 18일 (주)라비또가 설립되었다. 예상대로 회사 설립과 동시에 폭발적으로 주문이 쇄도했다. 라비또 케이스를 온라인 쇼핑몰에 올리자 제품 1만 개가 3일 만에 판매 종료되었고 케이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수많은 곳에서 주문이 들어왔지만, 디자인을 잘 살려 주고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숍(Shop)에 우선 입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영국의 Harrods, 이탈리아의 Excelsior Milano, 미국의 Kitson, Urban outfitters, Nordstrom, 스페인의 Vincon 등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라비또 브랜드는 자리를 잡아갔다.
전 세계에서 주문이 들어오다 보니 일손이 모자랐고 물류공간이 부족했다. 혼자서 주문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사무실을 옮기고 직원도 채용했다. 1인 기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7명의 직원으로 늘어났고, 계속해서 새로운 나라로 판매처가 넓혀지다 보니 회사의 매출은 오르고 번듯한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다양한 노하우 축적과 활용
매출의 약 90%를 수출이 차지하고, 수출대상국도 20여개 국가에 이르다 보니 각각의 나라의 통관법 등 여러 가지 제도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끝도 없지만 언제나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차근차근 처리했고, 그렇게 알게 되고 쌓인 무역정보들은 현재 회사의 노하우로 축적되었다.
바이어와의 계약은 물론이고, 원산지증명, FTA 활용, 면장, 선적, 보험 등 생소한 분야이지만 바이어가 조금이라도 부담 없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관세 면제를 위해 나라별로 세심하게 관세율을 파악하여 최대한 적용이 되도록 노력했다. 또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무역인력 채용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다. 수출 업무는 품목에 따라, 또 계약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출 업무 경험이 많다고 해도 새로운 회사의 수출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경우 그 회사의 특성에 맞게 재교육되어야 하고, 법?제도 등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때문에 경험도 중요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 업무에 대한 흥미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직원에 대해서는 정부나 수출지원 기관의 ‘무역실무, 마케팅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했다.
또한 창업 초기부터 라비또의 디자인을 좋아하고 라비또에서 경험을 쌓고자 하는 학생들이 전 세계에서 인턴쉽 지원을 해 왔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임직원 모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만한 지식과 역량, 글로벌 마인드를 개인적으로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창업년도부터 꾸준하게 글로벌 인턴쉽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디자인 및 마케팅 전공인 미국인, 프랑스인 학생 총 3명이 인턴쉽을 마쳤으며, 2013년 현재는 프랑스인 경영학 전공 학생이 라비또에서 해외영업 업무를 배우며 회사 경험을 쌓고 있다.
성공의 복병, 디자인 카피
순탄하게 사업이 진행된 것 같지만 난관도 있었고, 스타트업(Startup·초기 창업 기업)이라면 한 번쯤 겪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디자인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이너 이름, 상표까지 모두 카피한 디자인 도용문제는 라비또의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보니 라비또 케이스 모조품이 온라인 몰과 오프라인 매장에 쏟아졌다.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낀 모조품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었지만 라비또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디자인권이 확고하고 등록된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법적제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가품 문제는 좋은 디자인 제품에 있어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지만 질이 좋지 않은 가품을 진품으로 알고 구매할 수도 있는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률대리인을 비롯해 전 직원이 가품단속에 힘을 모았다. 모조품 이슈는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디자인등록을 주요국가에서 받아놓지 않았다면, 가품을 단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신생벤처 기업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고유한 아이디어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라비또 또한 디자인권, 특허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바이어도 안심하고 거래를 할 수 있고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적재산권 권리화 및 권리 주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은 기업일수록, 창업 초기 기업일수록 이러한 고유의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권리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모조품이 많이 나왔지만 본사에서 법적인 대응을 하는 등 강경하게 입장을 취하다 보니, 해외 바이어들 또한 본사를 믿고 정품 프로모션에 협력했다. 한두 나라를 대상으로 수출을 시작했던 것이 약 20여 개국으로 늘어났고, 단일 제품으로 누적 수출매출 30억원 이상을 달성한 핸드폰케이스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핸드폰 케이스 및 액세서리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으며, 기존의 지루한 케이스에서 이제는 케이스도 패션의 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세계로 세계로......
라비또는 설립 후 4개월 만에 벤처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차세대 수출중소기업 지정, 수출유망중소기업 지정 등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글로벌 IT CEO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올해 안으로 수출국을 20여 개국에서 30여 개국으로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단순히 수출 국가 수를 키워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의 수출이 선진국 위주였다면 향후에는 다른 국가를 위한 디자인을 통해 그들에게도 라비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을 주고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 때문이다.
올해 아프리카의 보츠와나 대학(University of Botswana)과 산학협력협정을 맺고 디자인 수업을 통해 보츠와나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보츠와나에서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 그들의 니즈(needs)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으며,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학생들을 통해 또 다른 영감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라비또는 핸드폰 케이스 및 액세서리에 한정하지 않고 디자인 문구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영역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디자인하여 출시하고 있다.
얼마 전에 출시한 케이블홀더(긴 선을 정리해주는 제품)와 포스트월(메모보드)이 국내에서 히트를 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내왔고 이것이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라비또는 토끼케이스의 대명사가 아닌 창의적인 디자인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답은 본질에 있다
초기 급박하게 진행된 사업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사업의 모든 부분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고 배우는 것에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회사 설립의 계기가 된 디자인을 머릿속에 그릴 때 가졌던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초기 창업기업임에도 성공적으로 수출하게 된 노하우는 다름 아닌 그 순수했던 열정이며,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바이어에게 보여주는 신뢰, 진정성은 모두 그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창업이나 수출을 어느 정도 순조롭고도 빠른 기간 안에 진행했기 때문에 특별한 노하우나 방법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하지만 답은 본질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대단한 마케팅이나, 광고, 수출 지원도 그 기업이 갖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호응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반대로 제품, 서비스가 매력적이라면 그 이외의 부족한 마케팅, 미숙한 수출 프로세스 대응 등은 큰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다. 이처럼 기업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급변하는 주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은 물론, 그 전략을 명확히 세우고 핵심 가치와 이념을 확고히 하며 그 가치가 기업에 잘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가 잘 반영된 제품과 서비스는 매력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감은 물론 다른 기업과 차별화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세상에 알려져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는 차세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