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축구보는기자입니다.
리버풀이 아스날에게 리그컵 준결승에서 2:0 승리를 거뒀는데요.
이번 경기는 왜 클롭 감독이 전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지를 매우 잘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아스날의 수비를 어떻게 뚫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더군요
이게 리버풀이 어떤 식으로 아스날을 공략하고자 했는지를 전체적으로 잘 보여준 장면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 장면 하나 두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복잡해질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림을 통해 하나씩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스날의 기본 포메이션은 4-3-3이나 4-1-4-1 정도라고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수비 시에는 로우가 최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이와 같이 4-4-2처럼 변형됐는데요.
전체적인 라인을 상당히 많이 끌어올리면서,
이 투톱이 리버풀의 센터백까지 압박을 하는,
그런 그림들을 자주 연출했습니다.
전방압박을 통해 실수를 유발하고 빌드업을 제한시키겠단 의도였어요
반대로 리버풀 입장에선 이 투톱의 압박으로부터,
나아가 아스날의 4-4-2 포메이션으로부터 나오는 전방압박 시스템으로부터,
어떻게 빌드업을 원활히 가져가느냐가 하나의 숙제였어요
클롭 감독은 몇 가지 조정을 통해 이걸 해결하려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최후방 선수들의 위치 조정이었습니다.
마티프를 아예 우측으로 붙여버리면서,
반 다이크와의 거리를 엄청나게 벌리게 만들었어요
동시에 평소라면 로버트슨이 이미 많이 전진했을텐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전진을 자제하면서 최후방 라인 즈음에서 함께 머물고 있더군요.
덕분에 리버풀은 최후방에서 3:2로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어요.
그림판에 표시는 안 했지만 마티프와 반 다이크 사이에
골키퍼 켈러허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4:2라고도 볼 수 있었죠
로버트슨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3백처럼 변형됐다고 말씀드리긴 조금 어렵지만,
최소한 마티프의 위치만큼은 3백의 우측 센터백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전방으로 볼을 운반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최전방 투톱의 압박으로부터 약간 자유로워졌다고 하더라도,
중원에 파비뉴 하나만이 있기 때문에 얘만 막히면 패스를 줄 데가 마땅치 않게 되거든요
그래서 클롭 감독은 우측 중미인 헨더슨을 한 칸 내리면서
파비뉴와 같은 라인에 있도록 했습니다.
아스날은 4-4-2로 수비했다고 말씀드렸죠?
리버풀도 두 명의 중미가 되면서 숫자에서 밀리지 않게 됐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중미인 커티스 존스.
얘는 헨더슨이나 파비뉴에 비해서 훨씬 공격적으로 움직였는데,
특히 측면으로 빠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곤 했습니다.
히트맵만 보면 중미가 아니라 그냥 윙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죠?
소위 말하는 메짤라 역할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얘의 존재가 사카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습니다.
아까 로버트슨이 평소보다 후방에 위치하면서 거의 3백처럼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사실 그래도 아스날이 제대로 맘먹고 압박하려고 했다면,
그냥 사카를 더 전진시켜서 로버트슨에게 붙이면 됐어요.
그럼 3:2가 아니라 3:3으로 압박이 가능했겠죠.
하지만 커티스 존스가 여기서 자꾸 알짱대니까,
사카 입장에선 로버트슨에게 마냥 붙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얘가 막 앞으로 가버리면 존스를 견제할 선수가 사라지게 되니까요
그리고 이 움직임에 도움을 받는 선수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바로 좌측 윙어로 나선 조타입니다. 오늘 멀티골을 기록했죠?
커티스 존스가 측면으로 가담하니까 얘가 측면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어요.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이동하기가 편해졌습니다.
얘가 현재 리버풀 스쿼드에서 가장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란 점에서
이 또한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었죠
이제 마지막으로 피르미누와 고든이 남았네요.
피르미누는 본래 스타일대로 최전방에 머무는 게 아니라,
후방까지 내려오면서 빌드업에 가담을 하곤 했는데요.
덕분에 리버풀은 존스가 측면으로 빠지고 헨더슨까지 아래로 내려오더라도,
중앙에서 패스를 받을 선수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건 아스날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피르미누가 아래로 내려갈 때,
마갈량이스가 적극적으로 달라붙으면서 이를 견제했는데요.
이 때 마지막으로 남은 고든이 움직이게 됩니다.
마갈량이스가 튀어나가면서 생긴 공간으로 얘가 들어가는 거예요.
마누라 라인이 한참 잘 가동될 때 자주 나오는 모습이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이 공간을 파고드는 게 하필 유망주인 고든이란 겁니다.
살라와는 아무래도 클래스 차이가 많이 나겠죠?
솔직히 티어니를 뚫고 이겨내리라 기대하긴 어려웠어요
게다가 애초에 마갈량이스가 마음 편히 피르미누에게 붙을 수 있었던 건,
이런 상황에서 티어니가 빈 공간을 커버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티어니는 3백의 좌측 센터백을 맡기도 했던 만큼,
최소한 고든에게 뚫릴 정도로 수비력이 약한 선수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런 그림이 됐는데요.
아마 클롭 감독은 이렇게 되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이제 아놀드의 앞에 아무도 없어졌네요
다시 영상 초반에 보여드렸던 장면입니다.
밑으로 내려온 피르미누, 그걸 따라가게 된 마갈량이스.
안으로 좁힌 고든, 그걸 따라가게 된 티어니.
그리고 측면에 붙은 우측 센터백, 덕분에 전방으로 올라가기가 편해진 아놀드
리버풀엔 지금 살라와 마네가 없습니다.
가장 공격적으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선수는 아놀드와 조타였어요.
따라서 어떻게 하면 아놀드에게 공간을 주느냐,
그리고 어떻게 조타를 득점에 집중할 수 있는 위치에 두느냐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클롭 감독은 이와 같은 그림을 준비했고 덕분에 득점까지 해낼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골키퍼인 켈러허가 볼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마티프가 사이드에 딱 붙어있네요.
파비뉴와 헨더슨이 그 앞에 있고,
측면으로 자꾸 알짱거리던 존스를 사카가 잡고 있습니다.
켈러허는 마티프에게 볼을 넘겼는데요
로우의 압박이 있었지만 마티프가 이걸 전방으로 보내는 것에는 성공했어요.
여기엔 한 칸 아래로 내려간 피르미누가 있었죠.
피르미누가 볼을 받으러 가니까 마갈량이스가 재빠르게 따라 붙었는데요.
이걸 브라질리언스러운 센스있는 힐 패스로 뒤 쪽의 아놀드에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장면에서 왜 아놀드가 저기 있지?
하고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은데요.
아까 말씀드린대로 클롭 감독이 전술적으로 그린 그림 때문입니다
본래라면 여긴 고든이 있어야할 자리이지만,
지금은 이전 상황 때문에 아놀드와 고든이 잠깐 서로 자리가 바뀐 상태에요
자리는 바뀌었어도 전술적으로는 둘 다 각각 있어야할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본래 아놀드가 있어야할 자리에 있는 고든 앞에 넓은 공간이 발생된 것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 여기에 주긴 힘들었고 그대로 조타에게 볼을 투입했는데요
조타가 토미야스를 이겨내면서 그대로 중앙까지 파고 들어가 득점까지 해냈습니다.
보시면 로버트슨이 이제야 화면에 보이기 시작하죠?
얘가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상당히 아래까지 내려가 있었단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어요
https://youtu.be/1AWBTei_zQc
10줄 요약
1. 아스날은 4-4-2 형태로 강하게 전방압박을 시도했는데
2. 리버풀은 마팁을 우측에 바짝 붙이고 로보의 전진을 자제시키면서
3. 최후방에서 3:2, 골키퍼 포함 4:2의 수적 우위를 가져갔습니다
4. RCM 헨더슨이 내려와 CDM 파비뉴와 함께 중미 숫자를 확보했고
5. LCM 커존은 측면에서 알짱대며 사카를 붙잡음과 동시에 측면 공격에도 가담했습니다
6. 덕분에 LW 조타는 중앙으로 좁혀 득점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포인트 1)
7. 피르미누가 내려오며 마갈량을 끌어오고 고든이 중앙으로 침투했는데
8. 아스날은 티어니를 좁히는 것으로 이에 대비하고자 했습니다
9.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아놀드 앞 쪽에 공간을 내주는 셈이 됐습니다 (포인트 2)
10. 최종적으로 아놀드에게 공간을 주게끔 유도한 클롭 감독의 전술이 돋보였습니다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글은 자유롭게 퍼가셔도 괜찮습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축구보는기자입니다.
리버풀이 아스날에게 리그컵 준결승에서 2:0 승리를 거뒀는데요. 아스날이 4-4-2 형태로 수비에 나섰지만, 클롭 감독이 이걸 깨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살라와 마네가 없기 때문에 전방압박에 롱 패스로 풀어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전술적인 접근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승리를 거뒀단 점에서 참 재밌는 경기였는데요.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 분석해봤습니다.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락싸 회원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와 정말 재밌게봤습니다
역시 클롭이네요.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자신이 왜 명장으로 평가받는지를 보여줬네요 ㄷㄷㄷ
와... 진짜 신묘한 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네요.
보면서 참 준비를 잘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양질의 분석 잘 봤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파티!! 꾸짖을 갈!! 항상 재밌는 전술 분석 글 감사합니다😘
꾸짖을 갈!!! ㅋㅋㅋㅋ 매번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이런거였군요!!!
보면서 참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
재밋게 잘봣습니다 ㅎㅎ
항상 좋은 분석이십니다 :)
전문 지식없이 봐도 그냥 재미있던 경기를 이런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한 분야에서 깊이를 가진 사람들은 정말 멋있어보임..
축구보는 기자님보다 내가 더 깊이있게 잘하는 것도 있을꺼야~~~~~ 라고 믿음..ㅋㅋ
잘 봤습니다
이런거 보면 정말 축구에서 전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됨 ㅎㄷㄷ
매번 유익하고 재미나게 글써주셔서 정말 잘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 전술지식도 쌓여가네요.ㅋ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