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론(Myron)의 ‘원반 던지는 사람(Discobolus)’ 로마시대 복제품, 기원전 5세기경.
미론(Myron)은 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던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다. 그는 운동선수 조각상으로 유명했는데, 특히 ‘원반 던지는 사람(Discobolus)’은 그리스 시대 미술의 걸작이자 올림픽의 상징적 이미지로 여겨진다. 궁금해진다. 미론은 왜 하필 원반던지기 선수를 선택한 걸까?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진짜 나체로 경기에 참여했던 걸까?
미론의 청동 조각 원본은 소실됐기 때문에 우리는 로마시대 복제품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1세기경 제작된 이 대리석 복제품은 나체의 젊은 남자가 회전력을 이용해 무거운 원반을 막 던지려는 순간을 보여준다. 청년은 앞으로 굽힌 상체를 옆으로 틀면서 오른팔을 뒤로 힘껏 젖혔다. 오른 다리에 중심을 두고 왼 다리를 뒤로 살짝 뺀 채 감정을 억제하려는 듯 얼굴은 무표정하다. 이 자세가 너무나 완벽해 보였기에 후대의 많은 선수들이 따라 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선수의 실제 경기 자세를 보여주려 제작된 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론의 조각은 뛰어난 운동감의 표현뿐 아니라 비례와 균형, 조화라는 그리스적 이상을 담아냈기에 찬사를 받는다.
원반던지기는 ‘고대(ancient)’ 올림픽에서 펜타슬론(pentathlon)*이라 불린 5종 경기 중 첫 번째 종목이었다. 조각가는 훈련으로 단련된 선수의 몸을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종목을 고민했을 테고, S자 곡선을 만들 수 있는 원반던지기 포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고대 올림픽은 여러모로 지금과 달랐다. 신에게 바치는 제의식의 일환이었고, 선수들은 명문가 자제들로 모두 나체로 경기에 임했다. 여성은 관전조차 금지됐다. 반칙하면 사형당할 정도로 규칙도 엄격했다. 그 대신 승자는 큰 명예를 얻을 수 있었기에 자신의 조각상을 유명 조각가에게 의뢰해 영원히 보존하고자 했다. 미론의 조각이 올림픽의 상징이 된 건 성실한 훈련으로 단련된 아름다운 몸과 뛰어난 정신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 펜타슬론(pentathlon)dms 5종경기를 뜻하는 영어의 '펜타슬론'(pentathlon)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숫자 '5'를 의미하는 'penta-'와 '경기'를 나타내는 '-athlon'이 합쳐진 말이다. ‘고대(ancient)’ 5종경기와 구분하기 위해 ‘근대(modern)’ 5종경기로 부른다. 기원전 708년, 제18회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단거리 달리기(Stadion), 멀리뛰기(Halma), 원반던지기(Diaulos), 창던지기(Akon), 레슬링(Pale) 순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5종경기도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아르고호(Argo號) 원정대’로 알려진 그리스 신화와 관련이 있다. ‘아르고나우타이(Argonautes)’는 고대 그리스 전설에서 영웅 이아손과 함께 황금양모를 구하기 위해 콜키스로 떠난 50명의 영웅들이 펼친 모험담을 말한다. 이들이 탄 배의 이름인 ‘아르고’에서 유래하여 '아르고호의 선원들'이란 뜻으로 아르고나우타이라 불렀다. 신화에서는 이들을 ‘아르고 원정대’로 소개한 것인데 당시 50명 원정대를 이끈 선장 이아손(Iason)은 유달리 레슬링에 강한 팰레우스(Peleus)가 다른 종목은 약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나머지 4종목을 추가해 새로운 종목을 고안했고, 이것이 5종경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왼쪽은 ‘춤추는 고대 5종경기 선수들(A troop of dancing pentathletes)’이란 제목의 토기 그림이다. 기원전 532년∼52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에는 왼쪽에서부터 멀리뛰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선수들이 춤추며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나 달리기와 레슬링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의 그림은‘고대 5종경기 선수들’을 묘사한 또 다른 기록으로 가장 우측에서부터 달리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레슬링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으나, 여기선 멀리뛰기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 미론(Myron, BC 500?∼BC 430?)은 피디아스와 폴리클레이토스 등과 같은 작가들과 동시대에 활약한 선배로, 고대인들로부터 아테네 조각가들 중 가장 다재다능하고 혁신적인 조각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되었다. 미론은 아테네의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 엘레우테라이(Ἐλευθεραί, Eleutherae)에서 태어났으며, 2세기의 여행가인 파우사니아스가 계속해서 그를 아테네인으로 부를 만큼 아테네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살았다. 1세기의 작가 플리니우스는 미론을 생동감 넘치는 예술적 표현을 최초로 성취한 작가로 인용하고 있다. 미론의 작품은 주로 청동상이며 특히 운동하는 선수들의 동작에 대한 연구가 유명하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 2점만이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는데, 그것도 둘 다 로마 시대에 대리석으로 본뜬 복제품들로 〈원반 던지는 사람 Discobolos〉과 원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서 있었던 〈아테나와 마르시아스 Athena and Marsyas〉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동아일보 2021년 7월 29일(목), [이은화의 미술시간, 이은희(미술평론가)], https://sportnest.tistory.com/1676 [스포츠둥지]/ 생태사진 및 글: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고봉산 정현욱님
현대 올림픽 경기종목에서는 원반던지기나 창던지기 등은 비인기종목인데 고대올림픽에서는 인기 주종목이었나 봐요
복제품이지만 예술성이 뛰어나 보여 올림픽의 상징이 된것 같고 실제 나체로 경기 했다니 놀랍습니다.
울산 우상 이태열님
나약한 나를 위한 10계명 3 / 10
3. 오늘 일은 오늘로 끝내라.
성공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미루는 습관에서 벗어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오늘 하루뿐이다.
내일은 내일 해가 뜬다해도 그것은 내일의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