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마셔 본 지가 오래 되어서 양주 맛이 어떤 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양주 이름이 한 때는 '시바스 리갈'이었습니다. 돌아가신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즐겨 마셨다고 해서 화제가 디었던 양주인데 요즘 이 시바스 리갈이 양주 목록에서 사라질 정도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니 격세지감입니다.
시바스 리갈 뿐이 아니고 '조니 워커'와 '발렌타인' 등의 스카치 위스키가 양주 시장에서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여자분들은 위스키를 잘 모르겠지만 남자 세계에서는 양주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촌놈 취급을 받던 때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대학에 다닐 때까지는 양주 이름을 전혀 몰랐고 그저 아는 게 국산 위스키인 나폴레옹이나 해태 마패 브랜디, 패스포트 정도였습니다. 한 때 한국사람들의 위와 간을 버려 놓은 걸로 악명이 높았던 '캡틴 큐'는 양주가 아니라 기타 제재주였고 러시아 술인 '하야비치' 와 럼 주 까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게 80년대 초반인 걸로 기억하는데 국민소득이 조금 높아지니까 소주와 막걸리를 넘어서는 술들이 나오기 시작했던 겁니다.
그때는 최고 인기 양주가 시바스 리갈 12년과 조니워커 블랙 12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선물로 오가는 양주는 대부분 이 두 가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는 이런 술의 이름만 들어봤지 맛도 못 보던 시절입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가 되니까 12년 산 양주는 슬슬 꼬리를 내리고 발렌타인 17년 산이 가파르게 올라왔고 이어서 20년 산, 30년 산도 눈에 띄엇지만 20년 산, 30년 산은 정말 선물로나 받을 수 있는 것이었지 자기 돈을 내고 술집에서 마시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헤 시바스 리갈에서는 로얄 살루트 21년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도 20년 산은 맛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모금 마실 때는 세상이 이런 부드러운 맛이 있나 했는데 두 모금 째 마시니까 다른 술과 똑 같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고급 위스키들이 우리나라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고급 양주를 맥주에 타서 만든 폭탄주가 사라지고 이젠 소주에 맥주를 섞는 시대가 되어서인지 우리나라의 위스키 수입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저는 스카치 위스키와 싱글몰트 위스키를 분별하지 못하는데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발렌타인 등은 스카치 위스키라고 하네요. 요즘 스카치 위스키는 현저하게 줄었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는 그나마 조금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양주 소비가 줄고 있다는 뉴스는 무척 반갑습니다. 독한 술보다 약한 술이 더 나을 거고, 이왕이면 우리나라 술을 소비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어서 그렇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