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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위재 ON 1. 24, 2015
이 글은 조선일보 2014년 5월24일자 C3 면에 실린 ‘펭귄의 협력(대가없는 협력을 통해 탄생한 리눅스의 마스코트)’이 경쟁보다 낫다… 동기 부여 패러다임을 바꿔라’를 확대 보완하고, 출판사 반비 홈페이지에 있는 인터뷰 http://banbi.tistory.com/286 내용을 일부 인용한 것이다.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에 재직하는 요차이 벤클러(51) 교수는 “인센티브나 처벌, 통제가 아닌 협력에 의지한 시스템이 더 성공적이다”는 시사점을 끌어낸 책 ‘펭귄과 리바이어던(The Penguin and the Leviathan)’을 2011년 펴냈다.(국내에는 2013년 번역됐다) “이타심과 선의라는 인간의 본질적 동기를 이끌어내는 협력 체계를 발전시키면 사회 제도를 개혁하고, 범죄를 줄이며, 과학을 발전시키고, 비즈니스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이코노미스트가 그의 책을 다뤘고, 포드 재단은 그에게 ‘예지자 상(Visionaries Award)’을 수여했다.
책 제목에 쓴 ‘펭귄’이란 대가 없는 협력을 통해 탄생한 컴퓨터 운영체제(OS) 리눅스의 마스코트이다. 또 ‘리바이어던’은 성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괴물이자 17세기 정치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쓴 책 이름이기도 한데, 홉스는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매몰된 이기적 존재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제하는 방법은 리바이어던으로 은유되는 절대 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벤클러 교수는 ‘이기적’ ‘이타적’이란 단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기적이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 곧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형이다. 이타적이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상황에서도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런 의미의 이타적이라는 개념이 이기적이라는 개념의 반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타적’은 ‘이기적’에 반대되는 수많은 행동들 중 일부일 뿐이다. 이타적이라는 것은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지만, 예를 들어, 우리는 도덕적 의무에 의해서도 같은 일을 한다. 그런 경우를 이타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 우리는 은혜를 갚기 위해 상대방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하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서도 선의를 베푼다.
사람들은 이기적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실제 사회에서는 하고 있으며, 그 이유를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설명했다. 이타적이라는 개념은 그런 행동 중 일부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1976년 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우리는 이기적(selfish)으로 태어났다”면서 “적어도 생물학적으로 인간에게 협동을 기대하지는 마라”고 다소 과격하게 단언했다.
경제학은 여기서 출발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self-interest)을 먼저 추구한다는 가설은 경제학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런 전제를 통해 시장 경제를 설명했다. 근대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꼽히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본성이 자만·교만으로 이뤄져 서로 협력해 질서 있는 사회생활을 꾸려나가는 게 불가능한 피조물이기 때문에 거대한 권력을 가진 정부(리바이어던)가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전제에 반기(反旗)를 드는 지적 흐름이 금융위기 이후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다. 하버드대 마틴 노왁 교수의 ‘초협력자(Supercooperators)’, 독일 생물학자 요하임 바우어의 ‘협력하는 유전자’ 등이 이를 대변한다. ‘초협력자’는 버트란드 러셀의 경구 “인간을 구원하는 유일한 요소는 협력이다”로 시작한다.
1982년 도요타가 GM(제너럴 모터스)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탁 받은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누미(NUMMI) 공장은 미국 경제계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노사 갈등과 생산성 저하, 품질 불량 등으로 폐쇄됐던 공장을 도요타가 맡은 뒤 2년 만에 생산성과 직무 만족도를 50% 이상 끌어올렸다. GM이 도요타와 50대 50으로 합작했지만, 경영은 도요타에 일임했고, 직원들은 그대로였다. 당시 도요타가 주력했던 지점은 공장 문화 개선이었다. 경쟁과 관리, 감시와 명령으로 움직이던 직원들에게 자율과 협력, 신뢰와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GM 시절 시간대 별로 직원들 근무 태도를 감시하고 생산량을 점검하던 전통을 바꿔 팀 별로 자유롭게 작업 방식을 시험하는 재량을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만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도록 했다. 생산된 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작업자 스스로 라인을 멈출 수 있는 권한도 줬다. GM 시절에는 ‘작업자가 쉬기 위해 일부러 멈출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관리자만 독점했던 권한이다. 납품업체 선정 기준은 저가 경쟁 입찰에서 장기 협력 관계 유지 여부로 바뀌었고, 관리자 전용 주차장은 사라졌으며, 임원 연봉은 노동자들보다 최고 200배 높았던 것이 10배 이하로 낮아졌다. (누미공장은 2010년 테슬라가 인수했다.)
풍성한 턱수염을 길러 유대교 랍비를 연상시키는 벤클러 교수를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자기 이익을 강조하는 사회체계 속에서 인간은 잘못된 방향으로 교육 받고 있다”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인인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법학과와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나온 뒤 뉴욕대, 예일대를 거쳐 2007년부터 하버드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18세기 아담 스미스 이래 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기초로 현실을 분석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이런 전제에 대해 심각한 반성이 일었다. 이타심과 협동 정신을 강조하는 당신의 주장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가.
“영향을 받긴 했다. 원래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세계에서 나타나는 행동 양식에 깔린 심리적 사회적 기원을 연구하다가 착안했다. 혁신이 일어나는 사이버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현실 세계와 다른 ‘문법’이 있다. 순수한 협동정신에 기반을 둔 위키피디아나 오픈소스 운동(프로그램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이미 뿌리를 내렸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뭘 말해줄까.
인간 본성이 협동을 추구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어떻게 이전과 다른 동기 부여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가가 중요해진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는 기존 시스템에 대해서 성찰하는 기회를 줬다. 이기심에만 토대를 둔 시스템은 실패하고 붕괴한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미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40년 동안 의존했던 믿음이 무너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개개인의 이기심에 기초한 ‘보이지 않는 손’이 결국 자유 시장 경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란 믿음이었다.”
2008년 10월 미 연방 상원 청문회.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초래한 세계 금융위기를 두고 의원들이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을 몰아붙였다. 그린스펀은 “금융기관들이 주주들 이익을 보호하리라 믿었는데 충격입니다”고 털어놓았다. 헨리 왝스맨 상원의원은 “말하자면 당신의 세계관은 틀렸고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라고 추궁했다. 이에 그린스펀은 “40년 동안 의존했던 믿음이 무너졌다”고 털어놓았다.
- 애덤 그랜트의 책 ‘기브 앤 테이크’도 그렇고 인간의 이타심을 강조하는 책들이 유행이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건 왜 그렇다고 보나. 과잉 경쟁과 승자독식 사회에 사람들이 서서히 질려가는 건가.
“그런 주장이 새로운 건 아니다. 과학적 이기심(scientific selfishness)이나 자기이익(self-interest) 같은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50년대였다. 게임이론이나 합리적 기대 가설이 공감을 얻고, 비즈니스나 범죄, 심지어 가족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이런 렌즈를 통해 바라본 것이다. 레이건과 대처의 시대였던 1980년대 중반까지 이런 흐름은 지속됐다. 그런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노어 오스트롬 교수가 지적한 ‘공유지의 비극’이나 진화생물학자 데이빗 슬론 윌슨, 그리고 여러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 업적이 부각되면서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 체계에 주목하는 거대한 지적 변화)가 태동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1980년대부터 이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나오고 있었다. 다만 학계에서 일어난 변화보다 실제 정치적 변화가 20년 더 늦게 온 셈이다. 어쨌든 각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고 나서 이기심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모델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 세계에서 협력이 이기심을 이기는 경우를 찾기 쉽지 않다.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 사례를 인용한 것은 그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그 분야(자동차, 항공) 기업들은 옛날식 성장 모델을 고수했다. 그런데 두 회사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성장한 이후에는 성공 공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혁신을 중요시하는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학계와 풍토가 흡사하다. 학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를 지니고 있다. 연구를 하면서 불확실성과 씨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든지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숱하게 실패한다. 이런 ‘값싼 실패’는 장기적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실험 비용이 비싸다면 쉽게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기업이 위키피디아(협력과 자발성을 중시하는)처럼 될 수는 없다.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다만 그동안 많은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센티브에만 의존해 왔다면, 이제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제에 따라 인센티브나 최적화에 치중할 수도 있고, 실험이나 모험을 중시하는 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기업은 아무래도 단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발적 협력보다는 인센티브 제도를 선호할 것 같다.
“아마 기업에서는 관리나 금전적 보상 같은 수단 말고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몰입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매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혁신은 어렵다. 과제도 불확실하고 직원을 어떤 식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좋은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일 수록 돈이나 승진 같은 보상을 통해 최적화나 효율화에 전념하기보다는, 직원들이 흥이 나서 일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통제를 느슨하게 해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기존에 하던 뻔한 일을 할 때는 위계, 관리, 인센티브 같은 전통적 수단을 써도 잘할 수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려면 직원들 스스로 창발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대기업들은 흔히 ‘우리 일은 우리가 잘 알아’라고만 생각한다. 외부와 공동 작업을 할 때도 오랜 기간 굳어진 기존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열린 혁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현대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는 변화다. 그것도 드라마틱하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사회나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10년 전 지금의 기술 발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10년도 그런 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 기업이나 조직을 협력 중시 문화로 바꾸려면 아무래도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리더십은 핵심이면서 어려운 과제다. 이미 위계질서가 꽉 짜인 조직에서 성장한 리더에게 새로운 변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리더에게 협력을 강조하는 조직을 맡기긴 어렵다. 설령 리더가 협력을 중시하더라도 부하 직원들이 이 협력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해야 조직 전체가 온전히 변화할 수 있다.
사실 내 주장이 마치 ‘인간은 원래 이타적’이라는 식으로 설파한다고 여기는 건 오해다. 그렇지 않다. 세상은 다양하다. 다양한 성질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기 부여를 하면서 살아간다. 권위적인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돈을 많이 주면 잘 하고, 협력적인 분위기에서 잘 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
리더십은 어떤 상황에서든 신뢰를 이끌어내고 조직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리더십의 핵심 과제는 위계질서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조직이라도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면 각각 다른 직급 직원들 중 누가 협동심을 이끌어내고 조직을 협력 위주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지 개개인 속성을 면밀하게 파악해서 발탁하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중요하다.”
-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직원의 수십 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게 직원 사기를 꺾고 임원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데도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래도 인재를 영입하려면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버드대 맨큐 교수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창출하는 가치가 크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미친 수준으로 높은 미국 기업 CEO 연봉이 생산성이나 주주 가치 제고와 상관 관계가 전혀 없다는 뛰어난 연구 결과들이 이미 있다.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CEO가 실적은 형편없고 주주 가치를 오히려 깎아 먹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에 근거해서 얼마든지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는 다르다. 그런 점에서 맨큐는 틀렸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그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 높은 연봉이 높은 생산성을 낳는다는 데이터는 한국, 일본, 유럽, 미국 어디에도 없다.
1990년대 초 하버드대 젠슨 교수가 ‘주주 가치를 높이려면 CEO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서 CEO 연봉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런데 10여년 뒤 이에 대해 연봉과 성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젠슨도 ‘어 우리가 틀렸네요’라고 인정했다.
과연 CEO들이 얼마나 많이 받아야 적절한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데이터는 없다. 10배? 20배? 50배? 모른다. 기이한 건 차라리 수억달러를 버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고연봉의 정당성에 대해서 주장하면, 물론 이것도 옳진 않지만 최소한 자신의 이해관계와 일관성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학자가 아무런 데이터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 공유경제(sharing economy)야말로 당신이 주장한 협력 시스템에 부합하는 영역이라고 보는데 최근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같은 회사들에서 볼 수 있듯 공유경제를 현실 속에 적용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에어비앤비는 숙박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하는 서비스이고, 우버는 자기 차를 택시처럼 쓸 수 있게 한 서비스이다.)
“공유경제라는 단어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엄밀하게 말하면 공유경제가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탈중앙화된, 매우 효율적인 숙박체인업소이고 우버는 택시회사다. 사실 카우치서핑(현지인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이나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비영리 커뮤니티) 같은 데가 공유경제 개념을 충실히 반영한다.
공유경제는 호혜성(reciprocity)이란 본질을 지닌 시스템 속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일종의 짝짓기(matchmaking)다. 에어비앤비는 스스로 공유경제라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정교하게 설계한 시장경제체제다. 실제로는 비용이 적게 들면서 효율적인 시장경제 테두리 안에 있지만 소비자들은 공유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10년전 로빈 체이스가 집카(zipcar·회원제 렌터카 공유 회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는 공유 윤리와 친환경적 이상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냥 수익을 올리는 단기 렌터카 회사로 성격이 바뀌었다.
자원이나 노력을 좀 더 쉽게 나눌 수 있게 하지만, 본질적으로 가격 체계로 돌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 공유경제라고 이름붙이는 건 조심해야 한다. 공유경제라면 적어도 기본적으로 교환의 사회성, 호혜성, 비공식적 규범 등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공유경제를 돈을 벌기 위한 근사한 선전 도구로 남발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예전부터 있던 카풀을 생각해보자. 카풀은 상당수 지역에서 보편화되어 있지만, 이를 공유경제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실 카풀이야말로 진정한 공유경제다. 에어비엔비나 우버는 공유경제가 아니다.”
- 협력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는 건 바람직한가.
“왜 안되는가. 여기서 핵심은 진정성(authenticity)이다. 기업 문화가 진정으로 더 협력적이고 인간적이라면 고객들도 그런 데서 나온 제품을 사면서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 않나. 다만 근로자들이 스스로 ‘우리는 정말 서로 돕고 존중하는 기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월마트보다 코스트코가 주창하는 기업문화와 가치 때문에 어떤 소비자는 코스트코에서 쇼핑하는 걸 더 즐겁게 느낀다. 이런 소비자들은 정의를 중시하는(taste for justice) 사람들인 셈이다. 수익성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그런 제품이 비싼 경우가 많은데 비싸게 주고 꼭 그런 걸 사야 하느냐?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유기농이나 공정 무역을 통해 생산된, 좀 비싸지만 좋은 목적(good cause)으로 만든 제품을 사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 이런 협력 패러다임을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들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나.
“워싱턴DC에 정당간 협력을 꿈꾸는 정치인이 있다면, 아마 가장 좋은 방법은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2주에 1번씩 만나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면 소통에도 효과적이고,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옥시토신(친밀감을 증진시키는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에 호혜성이 상승한다.
사실 뉴트 깅그리치(전 하원의장) 이후 공화당은 당 차원에서 의원들로 하여금 지역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독려했다. 지역 주민들과 접촉을 늘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다른 당 의원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기회는 오히려 두드러지게 줄었다. 단지 저녁만 자주 먹어도 복잡한 정치 갈등을 풀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될 텐데… 이제는 점점 각 당이 부족 중심(tribalism)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티파티 같은 집단은 자기들끼리만 교류하면서 당을 점점 더 폐쇄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 펭귄(협력)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유토피아적 발상 같다.
“제대로 가동한다면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사회는 충분히 효율적이면서도 도덕적이다. 몽상이 아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의욕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생산성이 향상되는 그런 체제를 만들 수 있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방식으로 성장하는 사회는 오류라는 게 대세가 될 것이다.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이유 만으로 사람들은 관습과 규범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관습과 규범을 협력을 통해 선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개편한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은 이를 따를 것이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도주하는 구성원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인맥과 평판이 중요한 사회에서 그런 인간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심리학, 경제학 등 수많은 실험 연구 결과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무조건적으로 협력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물론 30%는 언제나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일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법칙을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이 저서 ‘합리적 바보’에서 지적했듯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의 신념이나 가치에 대한 헌신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를 고려한다. 이런 이들을 북돋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말했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지구 상의 모든 영혼은 그렇다.”
시장주의와 관료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스템 구상!
‘협력의 시스템’만이 미래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요차이 벤클러는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가장 뛰어난 사상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더 크고 더 느슨하고 더 자유로운 협력이 일과 가치의 개념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_클레이 셔키(『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이 책의 미덕은 남을 도우려는 본성의 역할을 가장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우리의 세계를 지배해왔던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리바이어던’이라는 해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제3의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설명한다.
_최정규(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리바이어던’과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를 넘어
이타심과 선의에 기반한 ‘협력의 시스템’을 위한 그랜드 디자인!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며,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고 생각해왔다. ‘리바이어던’으로 상징되는 가혹한 통제와 억압,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개인의 이기심은 오랫동안 모든 사회 조직의 전제가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부터 법률 제도, 교육 제도까지 사회의 모든 조직은 인센티브나 보상, 처벌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범죄를 줄이려면, 법을 더 가혹하게 만들어라! 이윤을 높이려면, 인센티브를 강화해라! 목표를 이루려면, 사람들을 감시하고 처벌하고 보상해라!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루어진 수백 건의 연구 결과들은 이 통념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협력적이고 이타적이다.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1990년대 이후 정보화 시대를 이끄는 대표적인 지성으로 각광 받아온 요차이 벤클러는 신경과학, 경제학, 사회학, 진화생물학, 정치학, 심리학, 윤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며 이 통념이 어떻게 틀렸는지 입증해 보인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이타심과 선의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동기를 이끌어내는 ‘협력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제도를 개혁하고, 범죄를 줄이고, 과학을 발전시키고, 시민운동을 키우고,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① ‘협력 연구의 대가’ 하버드 석학 요차이 벤클러!
돈 한 푼 받지 않는 자발적인 기고만으로, 브리태니커의 명성에 도전한 위키피디아의 사례는 협업의 위력을 보여주는 가장 고전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신의 창작물을 무료로 대중에 배포하는 오픈소스 경제 또한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협업의 사례이다. 책을 쓴 하버드대학교의 요차이 벤클러는 바로 이 위키피디아와 오픈소스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협력 현상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석학이다. 벤클러는 산업 시대의 조직 운영 방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오픈소스 경제에 대해 1990년대 이후 탁월한 식견을 제시해왔다. 오픈소스의 대가답게 전작인『네트워크의 부(The Wealth of Networks)』는 비영리 목적으로 제한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하에 출간했는데, 이 책은 인터넷과 네트워크 정보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이론을 제시하여 ‘미래를 다룬 최고의 경영서’로 선정되었다.
벤클러의 연구가 학계뿐만이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계기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니콜라스 카와 벌인 ‘점심 내기’를 통해서이다. 카와 벤클러는 돈을 지불하는 시스템과 자발성에 의존하는 시스템 중 어느 것이 인터넷에서 더욱 효과적인가를 두고 세기의 논쟁을 벌였다. 《가디언》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집중시킨 이 내기는, 2006년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데, 이 내기에서 벤클러는 자신의 승리를 장담한다. 단순히 금전적 대가만 지급하는 시스템은, 인간의 이타심과 선의에 기반한 본질적인 동기를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벤클러의 확고한 입장이다.
벤클러는 TED 강의를 통해 오픈소스 경제에 대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널리 알린바 있다. 탄탄한 이론과 사례로 중무장한 이 강의는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경영인이 꼭 보아야 할 TED 베스트 20’에 들어갈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서 벤클러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주목하던 그간의 연구에서 협력 시스템을 구상하는 방법 자체의 문제로 관심을 확장한다. 대규모 협업은 온라인상에서나 목격되는 예외적이고 별난 사건이 아니라 온, 오프를 막론하고 향후 개인과 사회가 거쳐야 하는 핵심 경로임을 확신했다. 협력의 시스템은 단순한 낙관적인 기대나 유토피아적인 몽상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조직과 개인이 살아남는 거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완전히 색다르고 자애로운 세상을 상상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실제 사람들이 어떠한지 미묘한 부분까지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편협한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가정 위에 세워진 시스템에 속박받지 않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이런 현실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세우려 한다.(160쪽)
협력에 관한 한, 실천이 완벽을 만든다는 생각, 즉 협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협력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157쪽)
② 인간의 다양한 동기를 이끌어내는 ‘협력의 시스템’은 미래의 유일한 대안!
근대 서양의 역사는 ‘리바이어던’ 성향을 띄는 시스템과 ‘보이지 않는 손’을 기초로 한 시스템 사이를 반복해왔다. 17, 18세기에 유럽의 절대왕정은 강력한 철권통치로 ‘리바이어던’의 성향에 가까웠다. 19세기에 산업혁명이 부흥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압승하는 듯했으나, 곧바로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파시즘의 탈을 쓴 ‘리바이어던’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늘어나면서 진자는 다시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울었으며 실제로 빌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정부는 시장 기반 민영화에 앞장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센티브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하는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리바이어던’도, ‘보이지 않는 손’도 사회를 효과적으로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면서, 사람들은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협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협력 연구에 골몰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흐름에 앞장서왔으며, 이번 책을 통해 그간의 연구 성과들을 종합해낸 벤클러는 협력이야말로 우리가 탄탄한 사회 경제 시스템을 만들 기초라고 확신한다.
왜 우리는 인간에 대해 최악의 상황만을 추측할까? 나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가정이 부분적으로 옳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역사적으로 이기심의 개념이 우리 문화에서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자신과 세상을 단순 명료하고 우아하게 설명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고(비록 그 설명이 틀렸다고 해도), 네 번째는 습관의 힘이 대단하여 인간의 인식과 사고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22~23쪽)
하지만 실제로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균일 임금 체계가 회사의 공식 방침이었을 경우, 성과급 제도일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일을 잘했다. 하지만 회사가 말로는 임금으로 노력을 보상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균등 체계로 임금을 지급하면,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 두 경우 모두 기대, 즉 규범적인 틀이 중요했다. 사람들은 실제 임금 지불 방식이 회사에서 널리 공유된 규범(균등한 지급이든 인센티브 지급이든)에 들어맞는 경우엔 일을 잘했다. 회사의 공인된 방침(혹은 규범)에 들어맞지 않거나 널리 합의된 공평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임금 체계, 이를테면 족벌주의나 다른 불공평한 이익이 관련된 체계는 성공하지 못했다.(136쪽)
③ 이론과 현실을 망라한, 협력 연구의 종합서!
인간의 이타심과 선의, 협력에 대한 연구는 그간, 심리학, 뇌과학, 진화론,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이루어져왔다. 벤클러는 최근 10여 년간 이루어진 이들 협력 관련 연구들을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 융합한다. 벤클러가 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다음 세대의 사회 구성 모델로서의 ‘협력의 시스템’이며, 이에 대한 이론을 세우기 위해서는 개별 분과 학문에서 성취한 연구 성과들을 모두 종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가령 벤클러는 인간의 이타심과 선의에 대한 학문적 관심의 토대가 된 실험경제학의 게임 이론들(최후 통첩 게임, 월가/공동체 게임, 죄수의 딜레마 게임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분석한다. 또 사람들이 협력할 때 유발되는 보상 회로가 존재함을 증명한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도 소개한다. 인맥과 평판, 그리고 사회적 전염이라는 현상을 소개함으로써 협력의 사회학적 근거가 매우 탄탄하다는 것 또한 입증한다. 공감과 연대감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통해서는 협력의 심리학적 근거를 밝혀낸다. 표준이 되는 규범을 찾으려는 친사회적 행동과, 인간의 도덕적 충동과 금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는 협력의 도덕적 기반을 확보한다.
또한 벤클러는 협력의 시스템이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실례들을 찾아 나섰다. 자신의 주요 연구 분야인 위키피디아 같은 온라인 조직은 물론 도요타, 사우스웨스트항공사 같은 전통적인 산업 조직, 오바마 선거운동 같은 시민 사회 조직, 라디오헤드의 마케팅 같은 문화 산업 조직, 스페인 바닷가재 어부 모임 같은 자발적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온, 오프에 두루 존재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종횡무진 누빈다. 그리고 그를 통해 ‘협력의 시스템’이 이론적으로는 물론 실질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때로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증명해낸다.
협력에 관한 한, 이론과 현실 모두를 두루 종합하고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협력에 기반한 조직 구성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히 협력 연구의 종합서라 부를 만하다.
분명, 사람들이 전적으로 이익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추정하는 경제 모델은 매우 부분적으로만 작동한다. 심리학과 사회학의 모델들은 더 미묘한 차이를 담고 있지만, 덜 정확하다. 그리고 사례 연구가 항상 다른 사례에 적용 가능하거나 일반화될 수는 없다. 따라서 협력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이 모든 방식을 합해야 한다.(67~68쪽)
스위스 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Ernst Fehr)와 동료들인 클라우스 슈미트(Klaus Schmidt), 우르스 피슈바허(Urs Fischbacher), 아르민 포크(Armin Falk) 등은 최후 통첩 게임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통제된 실험 상황에서는 자신이 갖고 떠날 돈과 상관없이 결과의 공평성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을 증명했다. 때때로 사람들은 불공평한 거래에 동의하느니 한 푼도 없이 떠나는 쪽을 선택할 정도이다.(119~120)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스웨덴에서 최근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헌혈의 대가로 돈을 지급하자 여성의 헌혈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헌혈로 받은 돈을 아동 보건 관련 재단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 여성 헌혈자 수가 원래의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169쪽)
★ 추천의 말
요차이 벤클러는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가장 뛰어난 사상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더 크고 더 느슨하고 더 자유로운 협력이 일과 가치의 개념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_클레이 셔키(『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요차이 벤클러는 모든 페이지에서 진실을 이야기한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우리가 계속 부인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해 더 밝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_팀 우(『마스터 스위치』)
이 책의 미덕은 남을 도우려는 본성의 역할을 가장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우리의 세계를 지배해왔던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리바이어던’이라는 해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제3의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설명한다.
_최정규(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은 게으른 토끼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 비열한 거북이의 승리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다. 주류경제학은 거북이의 행동이 지극히 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더디 가도 함께 가는 사회’는 비효율적이라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협력과 이기심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가르치느냐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아니 이미 움직이고 있음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_류동민(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즉 비만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친구가 뚱뚱해질 경우 본인이 뚱뚱해질 위험이 57퍼센트가 증가했고, 형제자매가 뚱뚱해질 경우에는 40퍼센트가 증가했다. 배우자가 뚱뚱해질 경우 그 위험은 37퍼센트가 커졌다. 요컨대, 사람들은 자기 주변 사람들의 먹는 행동에 ‘전염되고’ 있었다.(80쪽)
이런 방향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는 여러 면에서 ‘이타주의’와 ‘이기심’의 차이를 무너뜨렸다. 인간에게 타인을 도와주려는 내면의 ‘이기적인’ 동기가 있든 없든, 인간을 움직이는 것이 공감 능력이든 아니든, 인간의 행동에서 그리고 흥미롭게도 인간의 뇌에서 결과는 동일했다. 우리가 남을 도울 때 뇌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보상을 받는다면, 그로 인해 우리는 이타주의자가 되는가 아니면 이기주의자가 되는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사람에게 그 답은 ‘무슨 상관이람?’이다. 우리가 남을 도움으로써 도파민을 얻으려고 애쓰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러나 인간이 생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이런 감정을 느끼도록, 즉 남을 돕고 기쁨을 얻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은 정말로 중요하다.(89쪽)
먼저 시카고 경찰은 일명 ‘지역 전문가’라고 불리는 일부 순찰 경찰관들에게 신속 대응 임무(911)를 면제해줌으로써 관할 구역을 차가 아니라 걸어서 다닐 시간을 주었다. 이 조치 덕분에 그들은 주민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런 다음 그 지역 전문가들은 주민들과 매달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회의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일단 주민들이 초기에 갖고 있던 불신을 없애자, 회의는 규모가 더 커지고 개방적인 토론회가 되었다. 대면 의사소통과 월례 회의를 통해 형성된 친밀감 덕분에 경찰은 더 이상 지역사회의 ‘딴 사람들’로 취급받지 않았다. 그 결과, 양쪽 집단(하나가 된 클린턴, 오바마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은 거리를 위협하는 범죄자들이라는 공통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97쪽)
이에 대한 증거는 압도적으로 많다. 가장 유명하게는 199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 데이비드 샐리(David Sally)의 연구를 들 수 있는데, 수십 년에 걸쳐 수천 명을 상대로 실시한 100건이 넘는 사회적 딜레마 실험에서 다음과 같은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돈의 주인이 바뀌거나 약속을 맺지 않았는데도 피험자들은 단순히 얼굴을 보고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자 협력 수준이 45퍼센트나 높아졌다. 얼굴을 맞댄 의사소통만으로도 협력 수준을 거의 2배로 올리기에 충분했다.(102쪽)
인간이 상대적인 필요에 신경 쓴다는, 심리와 행동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은 미국 정치에 커다란 과제이다.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는 누진세와 복지 수급권 증여를 통해 상대적인 필요에 대처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기회의 균등으로 강조점이 옮겨간다. 즉 미국 정치 문화는 모두가 똑같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 위에 세워져 있다.(실전에서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론에서는 그렇다.) 비슷하게, 기업가 정신이나 개인의 업적, 부의 추구를 강력하게 강조하는 미국 분위기는 엄밀히 말해 동일한 결과보다 노력과 재능, 기여에 근거한 공평성의 논리를 강화한다. 부분적으로 이는 의료 서비스와 복지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결과의 공평성보다 과정이나 기회의 공평성에 무게를 두는 미국의 핵심 개념을 뒤집지 않으면서 이익의 재분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동이나 노년층, 불우한 사람들을 특별 보호가 필요한 집단으로 분류하여 논쟁의 틀을 다시 잡아나가려는 이유이다.(127~128쪽)
공평하고 호의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사회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것이 어쩌면 공권력과 법률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함을 암시하는 증거는 많다.(141쪽)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부터 리언 페스팅어(Leon Festinger)를 거쳐 현대의 존 조스트(John Jost), 매저린 바나지, 에런 케이(Aaron Kay) 등까지 다수의 심리학자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특정 사회 관습과 규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지 꾸준히 증명해왔다.(155~156쪽)
지금까지 신경과학은 뇌에서 도덕성과 관련된 단일 영역을 구분해내지 못했고 이후에도 못하겠지만(인간의 정신은 너무 복잡하다.) 이런 연구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도덕적 결정을 처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161쪽)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준수 여부를 결정할 때 물질적인 동기, 즉 시 당국이 벌금을 부과하는지 여부(이 요인은 준수보다 불법적인 쓰레기 투기로 더 많이 이어지는 듯하다.)보다는 편리한지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이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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